아무것도 묻지 않고 "OK"…최저가격 보상제, 리베이트 등 할인 혜택 다양

“영수증 지참하시고 일주일 이내에 물건을 가져오시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합니다.”

며칠 전 명동의 한 의류매장에서 코트 한 벌을 계산할 때 직원에게 들은 말이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만족’을 제 1원칙으로 내세우면서 이제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 교환 및 환불 제도가 어느 정도 자리 잡았고, 소매상점에서도 보통 1주일 이내에는 교환 및 환불을 하기 쉬워졌다.

그러나 이런 제도가 정착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본지에는 많은 소비자들이 “환불을 요청했더니 직원의 태도가 돌변했다”, “환불 이야기를 꺼내자 ‘진상손님’으로 낙인 찍혔다”는 등의 불만을 제보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중심의 환불 문화가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한편, 미국은 세계 최대 자본주의 국가답게 소비문화 역시 그만큼 발달돼 오래 전부터 ‘환불(Refund)’제도가 소비자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본지는 정착된 미국의 환불 문화를 살펴보고, 우리 소비문화가 소비자 중심으로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 “Ask No Questions!”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미국에서 환불은 소비자의 당당한 권리이다. 환불 요청 시 판매점은 이유를 자세하게 묻지 않으며, 소비자는 정해진 기간과 조건 범위 내에서 물건의 태그(tag)와 영수증만 지참하기만 하면 된다. 단순 변심에 의한 교환이나 환불이 안 되는 곳이 많은 우리나라와 대조적인 모습이다.

   
▲ 코스트코(Costco)의 교환 및 환불 정책이다. 90일 안에 요청하면 환불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사진=코스트코 홈페이지 캡처화면)

환불 제도는 매장이나 품목별로 다양한 조건을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짧게는 3일에서 길게는 한 달 정도의 기간 내에 교환 및 환불을 요청할 수 있지만, 미국은 평균 30일에서 90일 사이, 길게는 1년 이내에 요청하면 환불이 가능하다.

데스크톱 컴퓨터, 노트북, mp3 등의 전자제품은 포장을 뜯었더라도 14일 내로 포장료(restocking fee)를 낸다면 환불받을 수 있다.

   
▲ 코카콜라에서 콜라 2병을 구매하고 받은 영수증. 교환 및 환불 방법이 적혀있다. 30일 안에 영수증을 지참하면 콜라 2병도 교환이나 환불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각 주의 세금 비율에 따라 물건판매세를 내야 하는데, 환불을 할 때 텍스(tax)의 차액까지도 돌려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8.5%의 세금이 부과되는 뉴욕에서 물건을 구입 후, 6.5%의 세금이 부과되는 워싱턴에서 물건을 환불할 경우 물건 값은 물론 2%에 해당하는 세금의 차액까지도 받을 수 있다는 것.

◆ 부작용은 없을까?

이처럼 손쉬운 환불 덕분에 소비자들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제도이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소비자들은 손쉬운 환불이 제품가격을 상승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하기도 한다. 업체에서 가격을 책정할 때 환불 서비스 이용료까지 포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실제로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유학생 이 모씨(23세)는 “친구가 유명 브랜드에서 침낭을 구매해 태그를 제거하지 않고 사용하길래 의아했는데, 여행이 끝나고 침낭을 환불하더라”며 환불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러나 비양심적인 행동을 하는 일부 소비자들에 대해 미국 기업들은 “소수의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 때문에 다수의 고객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겠다”는 경영 철학으로 소비자 위주의 환불 문화를 서서히 확산시켜 왔다고 한다.

유명한 일화로 미국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의 타이어 환불 이야기가 있다. 한 소비자가 노드스트롬 백화점에 타이어를 가져와서 반품을 요청해 직원은 아무 의심없이 타이어를 환불해줬다. 그러나 사실 이 백화점에서는 타이어를 취급하지 않았다.

   
▲ 고객 서비스 1위로 꼽히는 미국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의 모습

노드스트롬은 악의를 가지고 이런 일을 벌이는 고객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며, 대부분의 고객들이 잘 모르거나 착각해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며 팔지도 않은 타이어를 환불해준 이유를 설명했다. 고객에게 아니라고 가르치기보다 믿고 서비스를 제공하면 그 혜택은 다시 기업에 돌아올 것이라는 뜻이다.

기업의 확실한 환불 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은 제품을 믿고 구매할 수 있게 되고, 이렇게 쌓인 신뢰로 더 많은 제품이 팔리게 하는 ‘윈윈(win-win) 게임’인 것이다.

◆ 환불의 남발을 막기 위한 제도들

미국에는 제도를 통해 환불 수요를 줄이는 마케팅도 마련돼 있다. 이런 제도를 통해 무분별한 환불을 줄이고, 꼭 환불이 필요한 고객들이 빠르고 편리하게 환불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깎아줄게, 환불 하지 마! 프라이스매치(Price match)과 가격조정(Price adjustment)

   
▲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의 프라이스매치와 가격조정 정책이다. 가격조정은 2주 내에 신청해야 가능하다. (사진=노드스트롬 홈페이지 캡처)

물건을 구매했는데 다른 매장에서 더 싸게 파는 물건을 봤을 때. 환불이 쉬운 미국에서는 물건을 환불하고 다른 매장에 가서 재구매하면 된다.

이런 유형의 환불을 줄이고 고객을 다른 매장에 뺏기지 않기 위해 마련된 것이 ‘프라이스매치(Price Match)’ 제도이다.

만약 A마트에서 300달러에 가방을 팔고 있는데 B마트에서는 200달러에 판매중이라면, 소비자는 A마트에 200달러로 깎아달라고 요청할 수 있는 것. 다만, 색상 및 사이즈 등이 일치해야 하며, B마트에 제품 재고가 남아있어야 한다. 각 매장별로 허용 기간 등 정책이 다르니 반드시 확인 후 이용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11번가에서 ‘최저가보상제’를 실시한 적이 있다. 최저가가 아니면 차액의 110%를 포인트로 돌려주는 제도였다. 그러나 실상은 최대 보상금액이 1만 1,000원으로 제한돼 있어 많은 소비자들의 비난을 샀다. 미국의 프라이스매치 제도와 확연한 차이를 나타내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비슷한 제도로 ‘가격조정(Price Adjustment)’이 있다(본지 2012년 9월24일 '美, 제품 산후 14일내 할인땐 차액 환불' 제하기사 참고).

구매 후 해당 제품의 가격이 내려갔을 경우 조정기간을 두고 차액을 환불해주는 제도이다. 이 또한 구매 후 환불해서 싼 가격에 재구매하는 등의 불필요한 환불을 막는데 도움을 주는 제도로 보인다. 역시 매장 및 브랜드 별로 기간이 다르니 확인은 필수다.

   
▲ 미국 갭(GAP) 매장의 모습

브랜드 별로는 애플(Apple), 디즈니 스토어(Disney Store), 갭(GAP) 등은 14일 내에 1회, 랄프로렌(Ralph Lauren)은 10일 내에 1회 가능하다.

◇ 고객의 영수증을 뺏자, 리베이트(Rebate)

우리나라에서는 뇌물이라는 뜻으로 알려진 ‘리베이트(Rebate)’는 사실 손쉬운 환불을 줄이기 위해 미국 기업들이 마련한 마케팅 제도이다.

리베이트는 구매자가 맨 처음에 제값을 다 주고 물건을 구입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상품 가격의 일부를 돌려받는 제도이다. 이를 이용하면 소비자는 적게는 1달러부터 많게는 수 백 달러까지 돌려받을 수 있다.

1,000달러짜리 냉장고에 200달러 리베이트를 붙여서 판매를 하는 경우를 예로 들면, 고객은 우선 1,000달러를 전액 지불하고 냉장고를 구입한다. 구매 후 안내받은 대로 리베이트 절차를 진행하는데, 보통 영수증과 바코드(UPC 코드) 등을 우편으로 보내면 된다. 고객은 약 2달 후 20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 즉, 냉장고를 800달러에 산 것이다.

   
▲ 토이저러스(ToysRus)의 리베이트 할인 광고. 리베이트로 5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

처음 구매하는 가격이 500달러라도 리베이트 가격이 100달러라면 소비자는 마치 400달러에 구매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반면 기업은 리베이트 조건으로 제품의 영수증과 태그를 요구하는데, 이를 회수하면 소비자는 환불을 요청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환불을 줄이는 데에도 이용될 수 있는 것. 게다가 모든 소비자들이 태그와 영수증 등을 챙겨 리베이트 금액을 돌려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즉시 할인을 해주는 것보다 얻는 이득이 많다고 한다.

지금까지 최대 자본주의 국가답게 발달한 미국의 소비문화 및 제도를 살펴봤다. 국내 기업들도 미국과 똑같지는 않더라도 소비자 권익 향상을 위한 자세만이라도 답습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윈윈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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