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수술 후 장이 괴사돼 사망하게 된 A씨 유족이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53세 남성 A씨는 ▲승모판 협착 ▲대동맥판 폐쇄부전 ▲부정맥 환자로 병원에 입원해 4월 13일 이중판막재치환술, 매이즈(Maze)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혈변, 호흡곤란, 심한 복부팽만 등의 증상이 나타나 복부 CT 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장괴사가 확인돼 4월 17일 장절제술을 받았다.

그러나 이후 ▲단장증후군 ▲다발성 장기부전 ▲패혈증으로 진행돼 6월 6일 사망하게 됐다.

A씨 유족은 심장수술을 받았는데 소장과 대장이 괴사된 사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진이 심장 수술 후 장기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며 복부 CT를 촬영하겠다고 했지만 한참 후에야 복부 CT를 시행해 소장과 대장이 모두 괴사되는 피해가 발생했다며, 병원 측에 이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의료진은 심장수술 후 발생한 장 괴사는 혈관의 경련으로 혈액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 비폐쇄성 장 괴사이므로 수술상 과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수술 후 복부팽만 등의 이상 증상이 나타났을 때 복부 CT 촬영을 계획했지만 망인의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저하되고 혈압이 불안정해 다음 날 복부 CT를 촬영한 것이며, 복부 CT를 촬영한지 4~5시간 경과 후에 응급 수술을 시행한 것은 적절했다고 설명했다.

망인의 사망은 단장증후군으로 인한 면역력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이므로, 수술상 과실이나 진단지연으로 망인이 사망했다는 유족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심장 (출처=PIXABAY)
심장, 통증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과 A씨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병원은 A씨 유족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혈전에 의한 장동맥의 폐쇄가 거의 확실하다는 전문위원의 견해 ▲수술기록지상 집도의가 혈전색전증에 의한 장폐쇄가 의심된다고 수술 소견을 밝힌 점 ▲입퇴원요약지에 ‘수술 이후 합병증으로 소장 및 대장 색전으로 소장 및 대장절제술을 시행’한 것으로 기재한 점 등을 종합하면, 망인은 혈전에 의한 장동맥 폐쇄로 장의 허혈성 변화 및 장괴사가 발생했다고 봄이 적절하다.

망인은 수술 전 좌심방에 혈전이 관찰됐고 심장수술 중 혈전이 떨어져 나갈 수 있는 위험성이 높은 환자였으므로, 의료진은 이를 방지하기 위해 좌심방에 가능한한 손상을 적게 주도록 섬프 카테터(Sump Catheter)를 삽입하지 않고 곧바로 좌심방을 절개하는 고도의 주의의무가 요구된다.

그러나 수술기록지를 보면 좌심방에 섬프 카테터를 넣은 이후에 좌심방을 절개한 것으로 확인되고, 이 과정에서 좌심방에 있는 혈전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는 자문견해에 따라, 망인의 심장수술 후 혈전에 의한 장의 허혈성 변화 및 장괴사는 의료진의 수술상 과실로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의료진은 수술 후 망인의 증상에 대해 보다 조기에 복부 CT 촬영을 시행하거나 타과 협진을 통해 응급으로 진단적 개복술을 시행했어야 한다.

그러나 의료진은 복부 CT를 촬영하겠다면서 13시간이 지나 복부 CT가 아닌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하고, 대장내시경 검사상 허혈성 장괴사가 확인됐음에도 원인 병변을 해결하기 위한 응급수술을 즉각 시행하지 않았다.

따라서 의료진이 장괴사의 진단과 수술적 처치를 지연한 과실을 인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과실과 망인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으므로, 병원은 유족에게 망인의 사망에 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다만, ▲수술 중 주의를 다해도 마취시나 이송 중 좌심방에 있는 혈전이 떨어져 장동맥 폐쇄 등이 유발할 수 있는 점 ▲수술 자체의 난이도 ▲의료행위의 특성상 항상 합병증의 위험이 따르는 점을 고려해, 병원의 책임을 60%로 제한한다.

병원은 A씨 유족에게 ▲진료비 1995만1562원 ▲일실이익금 8060만1487원 ▲장례비 400만 원을 합한 금액의 60%인 6273만1830원을 지급해야 한다.

또한 망인의 기왕력과 사건의 경위, 피해의 정도 등 여러 사정을 참작해, 망인과 배우자, 자녀 2인에 총 31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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