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원(원장 장덕진)이 생활가정용품 사업자정례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LG생활건강, 애경산업, 라이온코리아 등 3개 사와 함께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치약 등 국민 다소비 생활가정용품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표시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생활가정용품 중 일부 제품은 용기 형태가 같거나 유사해 촉각만으로 제품을 식별하는 시각장애인이 오사용할 우려가 있다.

시각장애인의 안전을 위해 제품에 점자 표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의약품과 식품을 중심으로 점자 표시가 의무화되거나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있으나, 생활가정용품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이에 한국소비자원과 생활가정용품 사업자정례협의체는 지난해 11월 주방세제, 세탁세제 등에 걸어서 쓸 수 있는 제품 식별용 점자 태그(5종 세트 4183개)를 제작해 전국 시각장애인에게 배부했고, 올해는 한발 더 나아가 제품에 직접 점자를 표시하기로 했다.

출처=한국소비자원
출처=한국소비자원

라이온코리아는 가장 많이 생산되는 액체 세탁세제 ‘비트’ 3L 용기형 제품군 10여 종에 점자 표기를 우선적으로 도입했다.

점자의 규격과 적용 가능 부위, 편의성 등을 고려해 제품 사용 시 손이 닿기 쉬운 용기 뚜껑 바로 밑 앞면에 ‘품목(세탁세제)’을, 뒷면에 ‘제품명(비트)’를 점자로 표시했다.

특히,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와 협업해 시제품에 대한 점자 표시 가독성 평가를 진행하는 등 시각장애인이 직접 세탁세제의 점자 표시 제작 과정에 참여하게 했다.

올 하반기에는 액체 세탁세제 ‘비트’ 파우치형 제품군과 손세정제 ‘아이! 깨끗해’ 등 다양한 제품군에 순차적으로 점자 표시를 확대 도입할 예정이다.

LG생활건강은 현재 ‘도미나크림’ 제품 포장 상단에 ‘제품명(도미나)’을 점자로 표시하고 있으며, 섬유유연제 ‘샤프란 아우라’를 시작으로 3월 이후 출시하는 생활가정용품 전체에 점자 표시를 적용하기로 했다.

애경산업은 최근 제품 포장 뒷면에 ‘품목(치약)’과 ‘제품명(바이컬러)’, ‘용도(미백)’ 등을 점자로 표시한 ‘바이컬러’ 치약 3종을 출시했다.

장덕진 한국소비자원장은 “점자를 기존 공공장소 중심에서 개인 소비생활 영역으로 확대해 시각장애인도 보편적 소비자기본권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사회적 책임을 선도적으로 실천한 이번 3개 사를 시작으로 산업계 전반에 점자 표시가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영일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장은 “시각장애인의 알권리 보장을 위한 한국소비자원과 생활가정용품 사업자정례협의체의 노력에 감사한다”고 전하며, “점자는 시각장애인이 정보를 습득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으로, 다양한 제품에 점자를 표시해 시각장애인의 접근성 향상에 이바지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컨슈머치 = 전정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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