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을 적당한 선에서 신어주는 것이 발목 건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28일 고려대 보건과학대 물리치료학과 윤범철 교수팀은 평소 하이힐을 신고 생활하는 20대 여성 10명과 하이힐을 거의 신지 않는 같은 연령대의 여성 10명을 대상으로 발목 관절의 건강상태를 살펴본 결과 이같이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하이힐 착용자는 조사시점 전 최소 6개월 전부터 하루 5시간 이상, 1주일중 6일을 하이힐을 신고 생활해온 여성이었다. 하이힐의 평균 높이는 8㎝이며, 킬힐(굽 10cm이상) 착용자는 이번 조사대상에 없었다.

연구팀은 하이힐 착용자, 비착용자 두 그룹 간 발목 관절 움직임의 범위와 근력을 비교했다.

이 결과 하이힐을 자주 신은 여성은 발목관절의 움직임이 주로 안쪽과 발바닥을 향한 것으로 관찰됐으며, 발목 바깥쪽의 근력이 비교 대상 여성들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평가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하이힐을 신으면서 무게 중심이 좌우로 많이 흔들렸기 때문에 발목 관절 움직임 범위와 근력이 기능적으로 변형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발목 바깥쪽의 근력이 발목 안정성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한 요인임을 고려한다면, 과도하지 않은 하이힐 착용은 오히려 근력을 강화시켜 발목의 안정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그러나 지속적으로 하이힐을 신을 경우 종아리 근육의 근섬유가 짧아지고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바닥에 닿는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한다는 단점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이런 상태에서 아킬레스건에 작은 파열이 생기거나 아킬레스건을 덮은 건막에 염증이 발생하면 아킬레스건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을 이끈 윤 교수는 "이번 연구는 하이힐 착용 유무에 따라 발목의 관절상태를 단순 비교한 기존 연구와는 달리 장단점을 모두 살펴본 데 의미가 있다"며 "만약 1주일에 30시간 이상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이라면 평상시 발목과 발등쪽 뿐 아니라 발등의 바깥쪽으로 스트레칭을 해주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이 분야 국제학술지인 풋 앤 앵클 인터내셔널(Foot & Ankle International) 최근호에 실렸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