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맛있는 집’

일본은 지역마다 특유의 라멘이 존재한다. 제각기 지역 특산물을 재료로 써서 다양한 맛을 냈다. 그 중에서도 돼지 뼈와 목살을 함께 끓여내 구수한 맛이 일품인 후쿠오카현 하카타의 ‘돈코츠 라멘’, 일본식 된장인 미소로 진한 맛을 내는 홋카이도현 삿포로의 ‘미소라멘’, 닭뼈 국물에 일본식 간장인 쇼유로 시원한 맛을 내는 후쿠시마현 기타가타의 ‘쇼유라멘’ 등을 ‘3대 라멘’으로 손꼽는다.
 
이 중 ‘미소라멘’의 제 맛을 고스란히 살렸다는 호평을 듣는 집이 화양리 먹자골목 안 서울 광진구 화양동 44-26 1층 ‘키타구니 삿뽀로 라멘’(070-828-0771)이다. 키타구니는 ‘북국’(北國)이다. 미소라멘 전문점의 느낌이 절로 난다.
 
일본에 라멘 유학을 다녀온 오너 셰프가 직접 면을 뽑고, 양념을 준비해 만든다. 
 
미소라멘(7000원)을 시키니 얼마 지나지 않아 라멘이 나온다. 미소 특유의 누렇고 불투명한 국물과 굵은 노란색 면 위에 차슈(돼지 목살 또는 삼겹살), 실파, 맛달걀, 숙주나물, 미역을 빼곡히 올려놓았다. 
 
국물을 한 숟갈 떠서 맛을 살폈다. 짭조름한 것이 괜찮았다. 홋카이도에서도 한 가운데 있는 삿포로는 ‘설국’이라는 별칭에서 잘 드러나듯 춥고 눈이 많은 곳이다. 이 때문에 음식이 전반적으로 짠 편이다. 미소라멘 역시 한국인으로서는 다소 짜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이 집은 라멘을 무리해서 한국화하기보다 일본 고유의 맛을 추구한다. 삿포로산 미소를 사용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대신 한국인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도록 양념이 없는 국물을 좀 더 부어주는 방법으로 짠 정도를 조절한다. 그래도 짜다면 버터(1000원)를 풀어 해결하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육수 첨가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이번에는 차슈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어보니 육질도 좋고 맛도 만족스럽다.
 
다음 차례는 면이다. 한 젓가락을 들어 입에 넣으니 “오!” 경탄이 절로 나왔다. 3일간 숙성한 반죽으로 뽑아낸 면답게 쫄깃쫄깃함이 일품이었다. 
 
미소 라멘에 대만족한 뒤 새롭게 주문한 라멘은 ‘시오라멘’(7000원·사진)이다. 같은 홋카이도에 위치한 이웃 지역인 하코타데에서 유래한 라멘으로 국내에는 파는 집이 많지 않다. ‘시오’는 ‘소금’을 뜻하는 일본어다. 한 마디로 소금간을 한 라멘이다. ‘소금’이라는 말에 요즘 문제가 되는 나트륨 과다 섭취를 떠올리며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가 매끼 먹는 김치에도 소금이 잔뜩 들어간다. 게다가 이 집 시오라멘은 그리 짜지 않아 좋다. 여기에 새우 기름을 사용해 깊은 맛을 더해 먹다 보면 소금을 깡그리 잊게 된다. 역시 육수를 더 넣어줌으로써 간을 조절할 수 있다. 
 
이 집에서는 이 밖에 삿포로에서 직송한 쇼유로 간을 한 ‘쇼유라멘’(7000원), 겨울철 메뉴인 ‘카레라멘’(7000원), 여름철 메뉴인 ‘냉라멘’(7000원)도 있다. 미소, 쇼유, 시오라멘의 경우 1000원을 더 내면 ‘특’을 먹을 수 있다. 차슈 1장, 면이 ‘보통’의 1.5배다.
 
라멘 외의 식사메뉴로 잘게 자른 차슈와 밥을 쇼유를 넣어 볶아낸 ‘차슈밥’(7000원)을 맛볼 수 있다. 단품메뉴로 차슈를 썰어서 다시 불에 구워내는 ‘야키차슈’(5000원), 군만두인 ‘교자’(4000원)가 있다.
 
20여석 실내는 일본에서 공수해온 깜찍하고 귀여운 장식들로 꾸며져 라멘집이라기보다 도쿄 하라주쿠의 어느 작은 카페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난다. 일본 잡지, 만화도 많이 있어 가끔 라멘을 먹으면서 볼 만하다. 서비스로 요구르트를 하나씩 주는데 주인의 배려가 느껴져 달콤한 맛만큼 기분도 상쾌해진다.
 
주차장은 따로 없고 가게 앞이나 바로 옆 골목에 눈치껏 하면 된다. 연락처 남기는 것은 매너다. 연중무휴로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마지막 주문은 오후 9시30분까지 받는다.<뉴시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