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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타투, 예술과 불법 사이⑪

[인터뷰] 의사 타투이스트 조명신 원장 “잉크 자가인증번호 확인해야”

2018. 10. 16 by 송수연/김은주/박지현 기자
조명신 탑메디컬센터 원장
조명신 탑클리닉 원장

[컨슈머치 = 송수연 김은주 박지현 기자] 국내 타투이스트의 숫자는 대략 2만 명 정도로 추산되지만 이 중 의사 면허를 소지한 타투이스트는 10명도 되지 않는다.

현행법상 의사만이 합법적으로 타투 시술을 할 수 있음에도 ‘의사 타투이스트’는 오히려 의료업계에서도, 타투업계에서도 특별한 경우로 취급된다.

“사람의 몸은 캔버스가 아니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화가가 아니라 타투이스트인 것이고요”

'예술 위에 사람의 생명이 있다'고 강조하는 성형외과 의사이자 타투이스트인 조명신 탑클리닉 원장의 이야기를 <컨슈머치>가 직접 들어봤다.

Q. 흔치 않은 경우다. 타투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졌고, 타투이스트로의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궁금하다.

시작한 지 18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전까지는 그저 타투를 지우는 의사였다. 소위 ‘착하게 살자’ 같은 험악한 타투만 접하다 보니 인식도 별로였고 꼭 지우고 없애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는데 어느 날인가 칼라 장미 타투를 지우려 찾아온 환자를 만난 것이 계기가 돼 마음을 바꾸게 됐다. “굳이 왜 없애려고 하지?”하는 마음과 함께 “타투도 예술이 될 수 있구나”하는 가능성을 봤다.

Q. 본인 몸에도 타투가 있는지.

연습을 하면서 종아리에 스스로 새긴 게 있다. 도안이 있는 일반 타투뿐 아니라 백반증이 있는 환자들에게 살색으로 타투를 해주는 경우도 많이 있다보니 피부색과 정말 유사한지 내 몸에 직접 테스트로 해봤다.

(왼쪽사진)직접 자신의 종아리에 피부색 테스트를 위해 타투를 한 모습
(왼쪽사진)직접 자신의 종아리에 피부색 테스트를 위해 타투를 한 모습

Q. 타투를 하려는 의사들이 적은 이유는?

의사에게 있어 타투가 시간 대비 돈이 되는 일은 아니다 보니 하려는 사람이 적을 수밖에 없다. 또 아직까지도 타투에 대한 인식이 워낙 좋지 않기 때문에 의사가 나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돈을 떠나 행위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것.

Q. 의사 타투이스트가 흔치 않은데 굳이 고집해서 찾아오는 사람들의 특별한 이유나 사정이 따로 있는지.

대개 위생적으로 굉장히 예민하고 까다로운 사람들이 많이 온다. 특히 여자들이 많이 찾는 편이다. 다만 요즘은 입소문이 나고 단골이 생기다 보니 조금 더 다양해졌다. 일본 야쿠자 타투 같은 것을 하러 오는 사람도 있고 상처를 가리고 싶어 커버 타투를 원하는 사람도 온다.

Q. 타투를 하러 오는 사람과 지우러 오는 사람의 비율은?

50대 50이다.

Q. 타투이스트들은 본인만의 디자인 도안과 예술성을 강조하는 편이다. 때문에 의료인이 타투를 하는 것은 예술성과 거리가 멀다는 보는 시각도 있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의사가 한다고 해서 반드시 의료적인 측면의 타투만 한다고 볼 수 없다. 타투는 평생 몸에 간직하기 위해 하는 것인데 정작 당사자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위생과 건강 이상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사람의 신체에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의사가 하도록 돼 있지만 그렇다고 예술성이 결여돼서도 안 된다. 예술성이 떨어지는 작품은 하지 않는다.

Q. 타투 색이 흐려지거나 빠지는 경우 잘못된 것인지?

첫째로 색이 빠지는 건 당연한 현상이지 문제는 아니다. 잉크는 우리 몸 입장에서 이물질이기 때문에 피부가 그걸 뱉어내려고 하는 성질이 있다. 시술 후에 잉크가 빠지는 건 자연스러운 것. 어느 정도 빠지는지가 문제일 뿐이다.

둘째로 잉크가 온전히 들어가 있다하더라도 색이 흐려질 수 있다. 오히려 색깔이 흐려지지 않을 때 더욱 문제가 생기고 위험해질 수 있다. 우리 몸에서 감당하기 힘든 강렬한 잉크를 썼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색상이 처음 했을 때와 시간이 지나서도 똑같은 것이 좋은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색이 흐려져서 우리 몸에 잘 안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색이 강한 잉크를 써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그게 암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Q. 타투 부작용도 많이 거론되는데.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의 조언 한 마디.

흔히들 감염 우려로 인해 일회용 바늘의 재사용만을 신경 쓸 뿐 정작 내 몸에 들어가 평생 동안 남게 되는 잉크는 신경 쓰지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부작용은 잉크를 통해서 발생하게 된다. 바늘은 일회용이지만 잉크는 일회용이 아니다. 오염된 잉크를 계속 사용하면 아무리 바늘을 일회용으로 쓴다 해도 에이즈, B형감염 등 여러 가지 바이러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는 유일하게 중금속이 없고 무균상태인 타투 잉크에 자가인증번호를 부여해 관리하는 선진화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타투를 하려는 사람들은 의사를 찾아가든 홍대 타투 숍을 찾아가든 어디를 가더라도 꼭 자신이 타투를 받고 있는 잉크의 자가인증번호를 확인하길 바란다.

또한 소비자뿐 아니라 타투이스트에게도 조언하고 싶다. 자신이 쓰는 잉크가 오염됐다면 버릴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페인터(화가)가 아니라 타투이스트가 될 수 있다. 종이에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 사람 몸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는 타투이스트는 직업윤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Q. 타투 합법화에 대해서.

의사가 아닌 일반인들도 타투이스트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 대신 단계적인 확대가 필요하다. 지금은 의사만 타투 시술을 할 수 있다면 간호사를 시작으로 최종적으로 간호조무사까지 시술을 할 수 있도록 의료종사자 내 범위를 넓혀야 한다. 그래서 타투이스트가 되고 싶다면 국가에서 인증하는 간호조무사자격을 따도록 하면 된다. 최소 이 정도의 기본적 소양을 갖춰야 남의 몸을 다룰 수 있다고 본다.

Q. 궁극적으로 타투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타투이스트들의 책임 있는 시술이 중요하다. 올바른 직업윤리가 장착되고 법규가 잘 정립된다면 산업은 발전할 수밖에 없다.

Q. 타투 시술을 고민하는 사람들한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본인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 '내 몸에 영원히 남는다'를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왜 하고 싶은지, 본인이 원하는 타투가 무엇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상담을 통해 시술자가 제공하는 내용은 참고만 하고 결정은 전적으로 본인이 해야 한다. 그렇기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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