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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아빠육아⑨ '알콩달콩 뚱딴지네' 김태양 씨 인터뷰

[인터뷰] '육아휴직만 두 번' 김태양 씨 "우리 아이들은 '아빠~'하면서 운다"

2018. 11. 05 by 김현우/송수연/전향미 기자

[컨슈머치 = 김현우 송수연 전향미 기자] 남성들의 육아 참여가 요구되는 요즘이지만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은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일이다.

“너만 가정이 있냐”는 직장 상사의 핀잔을 감수해야 하고, 장기 휴직으로 인한 혹시 모를 인사 불이익과 쉬는 동안 줄어들 벌이에 가정 경제를 걱정해야 한다. 이 때문에 대다수의 직장인 남성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워하거나 아예 없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남성 육아휴직자수는 1만2,043명으로 매해 40% 이상의 상승률을 보이지만 여전히 전체 육아휴직자 중 13.4%에 불과하다.

하지만 남성 육아휴직을 두 번이나 사용한 아빠가 있다.

그는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의 유능한 직원이자 네이버 블로그 ‘알콩달콩 뚱딴지네’를 운영하는 김태양(35) 씨다. 그는 5살과 2살짜리 두 남자아이의 아빠다.

<컨슈머치>는 두 번의 육아휴직을 통해 육아고수로 거듭난 김태양씨와 남성육아휴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출처=김태양 씨)
김태양 씨 가족(출처=김태양 씨)

Q. 첫 번째 육아휴직 결정과 두번 째 육아휴직 결정 과정에서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두 번 다 많은 고민을 했다. 사실 처음 육아휴직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고 했다. 이전까진 육아휴직을 하면 집에서 노는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독박육아를 해보니 육아보다 직장 생활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육아휴직은 경험이 있어서 더 하기 싫었다. 첫째는 키웠는데 둘째는 안 키우면 나중에 둘째가 서운해 하지 않겠냐는 아내의 설득에 육아휴직을 또 하게 됐다.

Q. 육아휴직을 두 번 하면서 가족들의 반응에도 차이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일단 아내는 두 번 다 대환영이었다. 부모님도 잘했다고 말씀은 하시는데 생계는 어떻게 할지 내심 걱정하셨다.

Q. 직장 동료와 상사들의 반응 차이도 있었나.

이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다.

처음이나 두번 째나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하니 대부분 ‘부럽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예전의 내가 그랬듯 대부분 육아휴직을 하면 집에서 노는 줄 알기 때문에 이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또 첫 번째 때는 “남자도 육아휴직이 되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는데, 두 번째 때는 그런 반응이 없었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

Q. 만약 셋째를 갖게 된다면 또 육아휴직을 할 수 있겠는가.

일단 셋째 계획은 절대 없다. 그래도 정말 만약에 셋째가 생기고 또 비슷하게 “첫째, 둘째만 키우고 셋째를 안 키우면 서운해 하지 않을까?”라고 설득 당하게 된다면 할 것 같긴 하다.

Q. 육아휴직기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아이가 나를 보면서 웃어줄 때”라는 멋진 답을 하고 싶지만 현실은 아이가 점심 먹고 낮잠 잘 때가 가장 행복하다. 특히, 문화센터에 갔다 오면 피곤해서 잘 잔다.

문화센터에서 아이를 데리고 집에 가는 길에 아이가 차에서 잠들면 음악을 들으면서 드라이브하는 잠깐의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

Q. 반대로 우울한 감정을 느낀 적은?

"주부 우울증"이란 말이 있잖은가. 첫 번째 육아휴직 당시에는 집에서 하루 종일 아이만 보고 있으니 우울하더라. 아내가 집에 늦게 오면 짜증을 내기도 했다.

지금은 우울하지 않다. 나름대로의 우울증 극복 방법도 생겼다. 바로 매일 외출을 하는 것이다. 아이랑 매일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마트나 공원 같은 곳에 놀러 가기도 한다.

아이 짐을 준비해서 나가는 게 쉽진 않지만 막상 나가서 햇볕을 쬐고 바깥 공기를 마시면 좀 나아진다. 또 아이가 운동을 해서인지 더 잘 자서 나만의 시간도 늘어난다.

Q. 육아휴직기간을 통해 아내에 대해 더욱 이해하게 된 부분이 있다면?

육아와 집안일을 병행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힘들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예전에 첫째가 태어나고 아내가 아이를 보던 때이다.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어질러진 집을 보고는 아내에게 “왜 집을 안 치웠냐”고 망언을 했던 적이 있다.

그런데 막상 독박육아를 해보니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더라. 아내도 아이 보는 게 처음이라 익숙하지 않고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어서 힘들었을텐데 그런 말을 한 것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

Q. 육아휴직기간이 충분하다고 느끼는가.

공무원처럼 육아휴직을 아이 한 명당 3년을 쓸 수 있고 분할해서 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아이가 태어나서 어린이집에 보내기까지 최소한 2~3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내가 다니는 회사도 그렇고 보통 아이 한 명당 1년의 육아휴직을 쓸 수 있다.

엄마, 아빠가 번갈아서 1년씩 쓰는 방법도 있지만 주변 맞벌이부부들을 보면 육아휴직을 하는 남성은 없다. 결국 조부모나 베이비시터를 통해 아이를 키우게 된다.

(출처=김태양 씨)
(출처=김태양 씨)

Q.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런 부분을 놓쳤겠구나”하고 느끼는 부분이 있는지.

아이가 성장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다는 행복과 아이들과 보낸 시간. 이 시간 자체가 너무 소중해서 마치 선물같이 느껴진다.

그리고 아이와 아빠와의 애착 관계. 우리 아이들은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아빠~” 하고 운다.

Q. 두 번의 육아휴직을 했으니 ‘육아의 고수’라고 칭해도 될 듯한데, 육아 관련 아내보다 나은 점은? 또 본인이 육아 체질이라고 생각하는지.

아내가 아이 응가를 잘 치운다고 인정해준다. 한 손으로 아이를 번쩍 들어서 씻기기 때문이다.

힘들다고 느끼는걸 보면 육아 체질은 아닌 것 같다. 그저 아이들에게 최상의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항상 노력하고 있다.

Q. 남성들의 육아에 있어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외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육아 정보를 공유하는 지역 맘 카페는 가입조차 할 수 없고, 육아를 해보거나 하고 있는 남자가 소수다보니 힘든 점을 공유하거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커뮤니티가 없다.

Q. 사회제도적으로 개선되길 바라는 점이 있다면?

육아 정책 대부분이 엄마를 대상으로 하고 있고 일부 쇼핑몰이나 공공기관 유아휴게실은 아빠 출입금지라고 써놓는 등 우리 사회에서 남자가 육아를 한다는 생각이 아직은 부족 한 것 같다.

육아휴직급여 등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적으로 아이는 아빠, 엄마가 같이 키운다는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Q. 육아휴직을 고민하는 아빠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육아휴직, 직접 해보니 많이 힘들더라. 하지만 아이가 크는 모습은 지금이 아니면 볼 수가 없다. 그 이상의 가치가 분명히 있으니, 육아휴직 많이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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