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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아빠육아⑬ 9개월 아이, 남편 육아휴직 5개월 차 돌입

[인터뷰] 프리랜서 육아맘 절친부부 “아빠육아휴직, 엄마의 용기가 필요해요“

2018. 11. 16 by 김은주/박지현/송수연 기자
(출처=절친부부)
(출처=절친부부)

[컨슈머치 = 김은주 박지현 송수연 기자]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겠다고 선언한다면? 많은 아내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순간이다.

아빠들의 육아휴직. 말은 참 좋고 멋지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려운 요즘, 아내들도 남편이라면 안심이다.

게다가 아이가 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이 길수록 정서적 안정감과 사회성 발달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니, 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느껴진다.

하지만 곧 현실적인 고민들에 부딪힌다. ‘그럼 돈은 누가 벌지?’, ‘남편의 육아휴직 급여만으로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 ‘육아휴직이 끝난 뒤 남편은 무사히 회사에 복직 가능한가?’, ‘승진에 불이익을 당하면 어쩌지’.

“주변 지인들 말로는 다 부러워하죠.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남편의 회사 복직 문제와 경제적 문제에 대한 걱정이 깔려있어요. 그래서 어쩌면 아빠의 육아휴직은 엄마의 용기가 더 필요한 일인 것 같아요”

9개월 차 남자아이를 키우는 프리랜서 엄마 ‘절친부부’(블로그명, 여‧38세)의 남편은 현재 육아휴직 중이다. 대다수 남성들이 겪고 있듯, 육아휴직을 내는 과정에서 회사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결국 회사를 그만 둘 각오로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육아휴직기간이 끝나면 남편은 실업자가 될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취업난에 부부 모두에게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결론을 내리기 까지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그녀는 남편의 육아휴직 결정에 전혀 후회는 없다고 말한다. 남편도 마찬가지 생각이다. 지금 이 순간 아이와 아빠가 함께 하는 시간은 돈으로 절대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우리도 앞으로 펼쳐질 삶이 두려워요. 하지만 안 될 이유보다 해야만 하는 이유가 더 확실했어요."

"아빠가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와 애착을 형성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시기를 놓쳐 버린다면 아이는 나중에 아빠의 사정을 이해해줄까요? 아빠와 아이가 탄탄한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행복한 사랑을 나눈 6개월은 지나면 다시 붙잡을 수도, 가질 수도 없는 시간이라는 사실 하나로 결정했죠."

"회사가 평생 남편을 책임져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짧은 육아휴직기간 조차 보장해주지 않는 직장은 그만둬도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동안 성실히 노력해 온 남편의 가치를 알아봐주는 회사가 꼭 있을 거라 믿습니다”

결혼 초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했던 절친부부는 이제 ‘미니멀 육아’로 아이를 양육 중이다.

프리랜서로 일하다보니 매달 일정치 않은 자신의 수입과 남편에게 나오는 육아 수당으로 생계를 꾸려간다. 빠듯한 살림이지만 미리 모아둔 자금으로 아이와의 추억을 쌓기 위해 부산과 전주, 서산, 양양 등으로 여행만큼은 원 없이 다니고 있다.

더 많은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 돈을 버는 데 집중하기보다 그 시간에 아이와 한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고, 놀아주고 산책하고, 여행을 다니는 일상이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절친부부의 육아일기를 들어봤다.

이하 일문일답.

Q. 남편의 육아휴직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남편 분이 육아휴직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어떤 감정이 들었고,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궁금합니다.

남편의 결정이었어요. 저도 적극 찬성했고요.

저희는 자연주의 출산을 통해 아이를 낳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남편도 뱃속에 있는 아이를 더 소중히 대하는 마음을 가지게 됐어요. 아이는 여자 혼자 낳고 기르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낳고 기르는 것이라는 것을 깊이 느끼게 된 게 계기가 아닐까 싶어요.

아이는 금방 자라는데, 그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순간을 꼭 함께 하고 싶다고 출산 전부터 이야기하더라고요. 육아휴직을 신청할 당시 회사에서 거부할까봐 걱정했는데 최종 승인이 됐을 때는 정말 기뻤죠.

Q. 지인들의 반응은 어때요? 걱정하는 시선도 있었을 테고, 부러워하는 시선도 있을 것 같은데요.

남편의 회사 동료들은 ‘부럽다. 이제 몇 달 쉬어서 좋겠다’라는 반응과 ‘뭐 먹고 살아?'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했대요.

그런 말을 들은 남편은 코웃음 쳐요. 아이에게 몰입해서 돌본 적이 없으니 육아휴직을 하면 그저 몇 달을 놀고 쉬는 걸로 착각한다고요. 제 친구들과 지인들은 환호했어요. 쉽지 않은 결정일 텐데 대단하다고요.

Q. 특별히 둘이 해서 더 육아에 시너지가 생긴다고 느끼는 부분이 있을까요?

요즘 부쩍 아이의 움직임과 활동성이 커지다 보니 여자의 몸으로 놀아 주는 게 체력적으로 힘에 부치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몸으로는 놀아 주는 건 남편이 훨씬 잘 해요.

책을 읽어줄 때도 남편의 입장에서 읽어줄 때의 이야기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제가 생각하거나 보지 못한 부분들을 캐치해서 읽어주거나, 상상해서 이야기 해줄 때가 있으니 그거야말로 최고의 시너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Q. 가사분담은 어떻게 하고 계세요?

몇 대 몇으로 나누기 보다는 각 자 알아서 할 수 있을 때 하는 편이에요.

제가 빨래를 널면 남편이 개서 정리하고, 남편이 뒷정리를 하는 동안 제가 설거지를 하고, 아이 이유식 재료를 남편이 다져주면 제가 이유식을 만드는 등 뭐든지 함께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합니다.

흔히들 하는 ‘집안일을 도와준다’ 혹은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는 말은 우리부부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말입니다. 이 부분은 결혼 후 세계여행을 함께 하고, 오랜 자취 경력을 자랑하는 남편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Q.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다면 어떨까 막연히 상상했던 것과 실제로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고 나서 다르게 느껴진 부분이 있나요?

퇴근 후 하루에 한 끼 만을 같이 먹다가,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 순식간에 삼.식.이 남편(집에서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 먹는 남편)이 돼 버려서, 그만큼 일이 더 많아진 것도 분명히 있어요.

대체적으로 메뉴는 제가 짜는 편인데, 아침과 점심, 저녁 식사뿐 아니라 때로는 간식까지 메뉴를 정하고, 요리를 하고, 설거지까지 하고나면 하루 종일 바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블로그에 ‘남편이 육아휴직을 했지만, 나는 왜 계속 피곤한가’에 대한 글을 썼을 정도로 생각했던 거랑 완전 달랐어요.

Q. 남편의 육아휴직으로 가정에 가장 많이 바뀐 점은 뭘까요.

엄마 육아의 피처링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빠 스스로 주도적 육아를 하게 됐다는 게 가장 많이 바뀐 점이에요.

처음에는 아이를 재우는 것도 자기가 재우면 잘 안된다고 포기했었고, 새벽에 잠들어 버리면 아이가 울어도 못 일어나는 경우도 있었어요.

그런데 육아휴직 5개월 차인 지금은 아이가 졸리면 남편부터 찾아요. 또 이유식 재료, 책, 아이 로션 등을 고르는 수많은 결정을 하게 될 때 제 의견에 그냥 동의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찾아보고 검증해보는 아빠가 됐어요.

Q. 육아휴직 중인 남편을 둔 아내의 일상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프리랜서로 아주 적은 양의 일만 하고 있는 상태인데요. 언젠가는 다른 일을 찾기 위해 책도 많이 읽고, 글도 꾸준히 쓰며 자기계발을 하고 싶었지만 남편의 육아휴직 전에는 책 한 권을 읽는 것도, 짧은 글 쓰는 것도 너무 버거웠어요.

남편이 육아휴직을 한 뒤에는 일주일에 2-3권 책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남편이 아이를 재울 때 글도 쓸 수 있게 됐어요. 다이어트를 시작해서 일주일에 두 번 오전에는 요가를 다녀오고, 저녁에는 동네 체육관으로 운동을 다녀올 수 있게 됐습니다. 덕분에 현재 5kg 넘게 체중 감량에 성공했습니다.

Q. 남편의 육아휴직기간 동안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젠가요?

우리 가족 셋이서 함께 웃을 때에요.

혼자 집에서 아이를 키울 때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운 순간을 느꼈을 때 동영상이나 사진을 찍어 남편에게 전달했었는데, 이제는 그 순간을 함께 느끼고, 꺄르르 웃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해요.

요즘엔 반대로 ‘자기야, 봐봐봐. 얼른!’이라고 외치는 남편의 목소리가 더 많아진 것 같네요.(웃음)

Q. 가장 놀랍고 신기했던 순간도 따로 있을까요?

항상 엄마 품에서만 잠들던 아이가 아빠 품에서 잠이 들고, 통잠을 잘 수 있게 된 게 무척이나 신비롭게 느껴져요.

엄마들도 처음부터 잘한 건 아니거든요. 엄마들도 아이를 재우고 먹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 힘들지만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다 보니 숙련되는 건데, 아빠들은 몇 번 도전해보지도 않고, ‘안되겠다. 포기해야겠어’라는 말을 쉽게 하는 것 같아요.

아이를 양육하는 것, 육아에 참여하는 것은 모든 엄마, 아빠가 노력하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남편의 육아휴직기간 동안 확실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

Q. 남편의 육아휴직기간이 끝나게 된다면 가장 아쉽다고 느껴질 부분은 어떤 점일까요.

남편은 회사로 출근하고 저 혼자 집에서 아이를 돌볼 때는 외로운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결정 할 일은 많은데, 남편은 바쁘니깐 혼자 결정하거나 고민하게 될 때가 많았는데, 지금은 이유식 재료를 선택하는 것부터 외출 때 입힐 옷, 읽어줄 책까지 모든 것을 함께 공유하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아이를 재우고 나서 아이와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찍었던 사진 등을 보며 대화를 많이 나누는 편인데 그런 부분들이 아무래도 많이 생각나고 그리워질 것 같네요.

Q. 육아휴직 중인 남편의 반응이나 상태는 어떤가요? 육아체질이라며 척척 해내고 있는지, 쩔쩔매며 어려워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처음엔 일하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로 힘들어 했죠(웃음).

그런데 지금은 '육아체질'이라고 말 할 정도로 잘 해내고 있어요. 제가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더 멋지고 다정다감하고 훌륭한 아빠에요.

아내가 다시 혼자 설 수 있는 시간과 배려, 마음을 내어줄 수 있는 멋있는 남편이기도 하고요.

Q. 남편이 육아휴직 이후에 아내에 대해 더 이해하게 된 부분도 있을 것 같은데요?

밥을 국에 얼른 말아먹거나, 뜨거운 커피를 식혀서 마시고, 핸드폰 한 번 볼 시간이 없다고 했을 때, 남편은 ‘밥도 잘 챙겨먹고 따뜻하게 커피도 한 잔하고 쉬어’라는 말을 종종 했었거든요.

그 말을 한 게 너무 미안하다고 했어요. 육아를 도와주는 정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몰입해보니 상상했던 것보다 더 쉽지 않다고 깨달은 것 같아요.

Q. 남편이 둘째 때도 육아휴직을 한다고 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둘째에 대한 계획은 없지만, 적극 찬성입니다.

Q. 경제적인 이유로 남편의 육아휴직을 두려워하는 아내들에게 해주고 싶은 현실적 조언이 있다면, 한 마디.

남편이 출근을 하지 않고 집에 함께 있게 되면, 생각했던 것보다 식비, 주유비 등이 더 많이 나가게 돼요.

여기에 매달 나가는 고정비라는 게 있다 보니 결혼 초부터 ‘미니멀 라이프’를 추구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는 우리부부에게도 쉽지 않은 생활이더라고요.

그래서 육아휴직 전에 예비 자금을 좀 모아두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돈이 부족해서 ‘혼자 육아를 하는게 힘들지만 차라리 남편이 회사를 나가는 게 낫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너무 슬프니까요.

많은 엄마들이 현실적인 여러 가지 장벽과 고민 때문에 아빠들의 육아휴직을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남편의 회사를 믿기보다 앞으로 더 잘 해나갈 남편을 더욱 믿어보는 건 어떨까요? 그래서 기꺼이 아이와 그 시간을 함께 해 보는 건 어떨까요?

저와 남편은 더 많은 장난감을 사주기 위해서 돈을 버느라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을 써버리는 대신에, 장난감 없이도 재밌게 놀 수 있도록 몸으로 더 많이 놀아주고, 더 많이 산책하고, 더 많이 여행 다니는 길을 선택했습니다.

저 또한 저희 아빠가 돌아가신 후에, 그 분이 사주셨던 물건보다 함께 놀고 웃고 여행 다녔던 기억만 선명하게 남아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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