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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아빠육아⑮

[대담] 육아하는 아빠 3人의 좌충우돌 육아일기

2018. 11. 28 by 김은주/김현우/송수연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송수연 기자] 요새는 과거에 비해 TV 예능 프로그램이나 사회 관계망 서비스(SNS),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 등에서 육아하는 아빠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과거 엄마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육아에 대한 인식이 지금은 부부가 함께 해야하는 것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육아하는 아빠들은 내 아이를 위해서라면 바쁜 일상 와중에도 시간을 내 놀아주고, 잘 모르는 것이라 할지라도 기어코 알아내 아이를 기쁘게 만들어주는 슈퍼맨들이다.

<컨슈머치>는 이런 슈퍼맨들을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한 스튜디오에서 직접 만나볼 수 있었다.

이날 만난 육아 아빠는 개그맨이자 육아관련 유튜버로 활동하는 정태호 씨와 아시아뉴스통신의 장석민 기자, 육아 아빠인 안병훈 씨로 실제 육아를 경험 중인 그들에게 남성 육아에 관한 솔직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진행 : 컨슈머치 송수연 기자

■ 대담 : 개그맨 정태호, 아시아뉴스통신 장석민 기자, 일반인 육아아빠 안병훈씨

(왼쪽부터) 개그맨 정태호, 일반인 육아아빠 안병호씨, 아시아뉴스통신 장석민 기자
(왼쪽부터) 개그맨 정태호, 일반인 육아아빠 안병호씨, 아시아뉴스통신 장석민 기자

송수연> 먼저, 초보아빠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간단하게 한 마디씩 부탁드리겠습니다.

안병훈> 일단 한 번 시작해봐라.

송수연> 어떤 의미에서의 시작이신지?

안병훈> 어떤 것이든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건 그냥 쉽게 "한 번 해볼까"라는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을 말합니다.

송수연> 장 기자님께서는?

장석민> 비슷한 얘기입니다. 시도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중요한 것 같아요. '놀아보자', '혼자 밥을 먹여보자', '혼자 재워보자', '엄마 없이 아이와 같이 나가보자'와 같은 시도죠.

사실 이런게 굉장히 어려울 수 있거든요. 많은 아빠들이 놀아주고 있지만 그 외에 뭔가를 시도하는 건 어려운 것 같아요. 시도하려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송수연> 육아와 가장으로서 역할을 병행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정태호> 육아를 하다보니까 아이 이야기만 하게 되더라고요. 아이만 보지 말고 아내를 돌아보는 게 초보아빠가 가장 큰 숙제인 것 같아요.

사실 아이 때문에 힘든 건 없어요. 그런데 아내와의 이야기나 이런 부분에서...아이는 너무 예쁘잖아요. 퇴근하고 와서 보면 비타민같고. 힘든 건 전혀 모르겠어요.

그런데 아내와의 문제가 발생하더라고요. 둘만 살았을 때는 알콩달콩 했어요.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그런데 아이가 생기니까 아이가 먹을 수 있는 것만 먹어야 하잖아요.

그러다 보니 아내가 뭘 좋아했는지, 내가 뭘 좋아했는지 잊게 되고. 아내와 멀어지는 것이 가장 힘든 것이 아닌가 싶어요. 아빠들이 밖에서 일하는 거나 가정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는건 당연한 거잖아요. 그런 재미로 살기도 하고. 아내와의 소홀해짐이 가장 큰 어려움인 것 같아요. 이걸 좀 신경쓰면 답이 다 풀릴 것 같아요.

안병훈> 저도 마찬가지예요. 공감을 많이 해요. 둘이 영화보고 저녁에 나가서 놀았었는데 이제는 아이한테만 매달리게 되고. 이런 게 제일 힘든 거 같아요.

일이야 원래 하는 거니까 힘들지 않지만 육아는 사실 엄마가 거의 다 하잖아요. 저는 퇴근하고 놀아주는 것 밖에 없으니까. 뭔가 해주는 게 없는 것 같아서 좀 그렇네요.

장석민> 전 좀 다른데요. 

사업을 하거나 그러면 시간 여유가 있겠지만 직장인들은 사실 시간이 없잖아요. 없는 시간에 육아와 일을 병행하면 체력적으로 힘들고, 쉬고 남는 시간에 놀아주려고 하다보면 어느샌가 아이와 멀어져 있고, 멀어진 걸 극복하기 위해서 내가 뭔가 하려고 하면 또 익숙하지 않죠.

악순환이라고 표현하긴 그렇지만 보통 직장인들은 아이와 놀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아요.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아내는 아이, 물론 저도 아이지만 정작 아이랑 관계가 잘 안 맺어져 있죠.

그러면 아내랑 뭘 하려고 해도 아내는 짜증내고. 좀 겉도는 느낌이 들어요.

정태호> 소외되는 부분이 있죠. 아빠는 뭔가 울타리 밖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도 많아요.

 

송수연> 그러다 보니까 아빠 입장에서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싶은데, 막상 아내의 반응에 많이 서운한 경우도 있다던데 육아를 도와주실 때 가장 듣기 싫었던 잔소리라든지 억울했던 경험이 있는지.

정태호> 늘 억울하죠. 오랫동안 같이 있지 못하니까 엄마보다 아이의 성향을 잘 모르고, 거기에서 실수를 많이 하는 게 있어요.

몸에 좋다고 그래서 아이한테 먹였는데 사실은 아이한테 먹이면 안 되는 음식이라거나, 이런걸 엄마들은 다 알고 있잖아요. 아빠들은 잘 모르지만 나름대로 해보려는건데 정작 아내는 “어우, 시키지도 않은 건 하지 마라” 한소리 하죠.

물론 나쁜 뜻에서 말한 게 아니라 아빠들이 아이에 대해서 너무 모르니까, 아빠들의 아이에 대한 무지 때문에 엄마들이 그러는 건 이해하죠.

그래도 아내들이 “여보 그거 아니야”라고 설명을 해주면 좋은데, 아내들은 위급한 상황이거나 그럴 때면 남편들한테 “모르면 그거 하지마”라고 먼저 나옵니다.

안병훈> 저는 아이랑 굉장히 많이 놀아 주는데 “나 애들 데리고 나가서 놀다 올게” 했는데 아내가 “아니, 애들 밥 먹어야 돼. 나가면 안 돼”라고 말하면 그냥 모든 힘이 쫙 빠져요.

아이들이랑 놀아주려고 마음 먹었는데 제동이 걸리면 힘이 정말 쫙 빠져서 “아이, 그럼 안 놀래”라는 소심한 마음이 생기게 되는 거죠.

아이들이 밥을 제 때 먹어야 하는 건 맞지만, 하루 정도는 그냥 “그래, 나가서 놀다와. 밥이야 늦게 먹으면 되지 뭐”라고 말해주면 좋을 것 같아요. 쉽진 않겠지만.

정태호> 이게 엄마들 머릿속에는 육아 관련 계획이나 규칙이 딱딱 정해지기 때문일 거에요. 그런데 아빠들은 그 규칙을 깨는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이해해 주지 못하고 “모르면 하지마” 그런 말밖에 할 수가 없나봐요. 

장석민> 앞에 다들 말씀하셨듯이 아빠들의 무지로 인해 생기는 실수가 너무 많아요. 저도 지인에게 들었던 이야기 중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는데요.

아이가 감기가 걸려서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 아내는 땀 닦고 막 그러는데, 남편은 뭘할까 고민하다가 감기약을 타야겠다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아내한테 “아이 약 용량 30ml 맞지”라고 물어보니까, 아내는 “30ml 먹으면 죽어, 3ml지”라고 화를 내더라는 거에요. 아빠들은 아이한테 약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도 없어요.

정태호> 그러다 보니 아빠들은 모르는 걸 물어 볼때 더욱 질문이 조심스러워 지는데 엄마들은 “애한테 관심 좀 가져라” 이렇게 반응이 오는거죠. 아마 엄마들도 그렇게 말하고 싶은게 아니라 힘드니까 짜증이 나서. 근데 희한하게 아빠들이 어제 분명 3ml 먹였는데도 불구하고 오늘 또 한 번 물어봐. 실수하기 싫거든.

안병훈, 장석민> 에그...하지마 하지마.

정태호> 그래서 아빠들은 이제 쏘맥 비율을 정확히...

안병훈, 장석민> 하하하하하하.

 

송수연> 요즘 아빠들도 육아에 적극적으로 많이 참여하는 분위긴데, 남성들의 육아휴직도 활발해지고 있고요. 정책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육아하는 아빠들을 위해서 바뀌어야한다 생각하는 부분이 따로 있나요?

정태호> 기업 차원에서 노력이 많이 필요하죠. 우리 장 기자님도 직장인이니 많이 공감하실거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더욱 많은 남성들이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할 것 같아요. 물론 예전보단 많이 변하긴 했지만요.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도 개선돼야 한다고 봐요. 어제 둘째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찍은 사진을 봤는데요. 수 많은 엄마들 사이에서 아빠 한 명이 유독 눈에 띄더라고요. 

저희 아내도 “어? 이 아빠는 뭐지?”라는 반응을 보였다가 뒤늦게 “육아휴직이구나”라고 이해하더라고요. 이게 좋은 시선, 나쁜 시선이 아니라 아직은 그냥 뭔가 어색하게 느껴지나 봐요. 

송수연> 그렇죠, 아직 낯설어서.

정태호> 정보 공유가 어려운 것도 아빠 육아의 힘든 점이에요.

남성이라는 이유로 엄마들 모임에 껴서 대화하기가 쉽지 않고 굉장히 조심스러워요. 그런 부분들을 엄마들도 아이 키우는 입장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공유했으면 좋겠단 생각을 많이 하고, 그리고 전에 장 기자님이 말씀하셨잖아요. 아빠가 낮에 유모차 끌고 다니면 “백수인가?”라는 시선.

사실 정말로 아이와 아내를 위해 큰 결정(육아휴직)을 한 건데 주변 시선이 따갑다고 느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빠들도 좀 겁내하는 것 같아요.

안병훈> 저도 거의 비슷해요. 애들 방학 때 저도 아빠로서 잘 놀아주고 싶어서 일을 다 빼고 아이랑 6개월 동안 수영장에 다닌 적이 있는데요.

동네 어머님들이 “저 아빠는 누군데 맨날 수영장에 와서 놀고 있냐”는 이야기가 돌았나 봐요. 나중에야 엄마들 사이에 제 사정이 전해지니까 그제서야 엄마들이 이해하더라구요.

이런 시선이 빨리 개선돼야 아빠들 마음이 좀 더 편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장석민> 진짜 갈 길이 굉장히 멀다고 생각해요. 육아휴직 제도가 있지만 쓰기는 쉽지 않죠. 

쓴다 하더라도 눈치가 보이고, 직장에 돌아가서도 나의 포지션은 모호하고, 쓴 공백기는 누가 채울 것인지 걱정되니까. 공백기동안 계약직으로 할 지 정규직으로 할 건지 아니면 분담해서 할 지 등등 굉장히 넘어야 될 산이 많죠.

사실 저도 이런 고민을 하면서 살진 않았어요. 방송을 시작하게 되면서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니까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것 같아요.

송수연> 이 부분은 뭔가 아빠들의 공통적인 고민일 것 같아요.

정태호> 사회적인 시스템이 장려할 것은 선택하도록 하고, 제재할 것은 강압적인 경우가 많은데, 육아휴직 같은 건 아예 강압적으로 하면 쉽지 않더라도 할 수는 있을텐데. 선택을 한다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회사 다니시는 분들은 더 그러시겠죠.

 

송수연> 그럼 마지막으로 육아하면서 보람도 많이 느끼셨을 때는 언제인지.

정태호> 잘 모르고 지나가는 것일 뿐이지 사실 뭐 늘 감동스럽고 행복하죠. 가끔 저희 아빠를 생각해 볼 때가 있어요. 아빠들은 사진에도 잘 안 나와 있다던가, 좀 슬프죠 뭔가.

어차피 아이는 성장해서 크면 독립하게 되고 아빠에게 소홀해지고 뭐 여러 가지가 있을 텐데 그걸 좀 늦추는 작업을 하는 것 같아요. 아이와 친구같은 관계가 지속됐으면 좋겠어요. 아빠는 친구가 없거든요.

우리 또래의 아빠는 무섭고 권위적이고 그런 이미지죠. 물론 좋은 아빠들도 많이 계시지만.

어쨌든 지금 육아를 하면서 아이와 멀어지는 시기를 좀 늦추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안병훈> 저는 이제 매일 영상통화가 오거나 이럴 때 굉장히 보람을 느껴요. 아 애들이 내가 보고 싶구나, 내가 빨리 일 끝내고 빨리 집에 돌아가서 저기에 나도 들어가서 아이와 함께 해야지.

제일 좋은 건 제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죠.

육아를 하면서 먹일 것, 먹이지 말아야 할 것도 스스로 판단할 수 있고, 먹인 뒤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미안하다고 얘기하는 정도.

장석민> 저는 애착관계가 형성된 게 뿌듯해요. 아빠가 아이를 좋아하고 아이가 아빠를 좋아하는 그 관계만으로도 굉장히 기분 좋죠. 그 기쁨이 커요 “내 아이가 날 좋아 하는구나 나도 아이가 너무 좋다”라는 생각 자체가 좋습니다.

송수연> 이게 아빠가 육아해야하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아빠와의 유대가 없는 아이들이 많잖아요.

장석민> 어릴 때 같이 보내면서 형성된 애착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정태호> 엄마와의 애착을 조금 공유할 필요가 있어요. 아빠가 조금 가져올 필요가 있는거죠. 커 가면서 "아빠는 나를 위해 힘들게 사셨어"라고 하지만 그 안에 엄마 만큼의 정(情)은 좀 없는 것 같아요.

첫째가 딸이다 보니 아이가 커서 연애를 하거나 결혼할 때 자식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 거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거든요.

그런 마음이 안 생길 수 있는 방법은 아이 관계 형성을 미리 잘 해두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많고 가깝게 지내는 부모일수록 뺏기는 기분을 느낀다는 건 아닐 거에요. 서로에 대해 잘 알고 대화가 많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하겠죠.

송수연>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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