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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아빠육아

으라차차 아빠 육아⑥

쏟아지는 '남성 육아' 장려 법안 "현실은 산 넘어 산"

2018. 10. 24 by 송수연/박지현/전향미 기자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컨슈머치 = 송수연 박지현 전향미 기자] 육아에 대한 개념이 점차 바뀌고 있다. 육아는 엄마 ‘몫’이라는 인식이 점차 흐려지고 ‘공동육아’라는 개념이 또렷해지고 있다.

사회적으로도 공동육아를 지지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아빠들의 육아를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정책을 만들고 있고 회사는 이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국회에서도 남성 육아 관련 법안 발의가 최근 몇 년 동안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부 기업들이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는 바뀌는 듯 보이지만 육아가 현실인 아빠, 육아 관련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지적이 많다. 

7세, 3세의 두 아들을 둔 아빠 차 모씨(남양주 거주)는 “아무리 제도적으로 남성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지원하더라도 회사에 적용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육아휴직은 본인 선택일 때가 많아 분위기를 살피고 결국은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탄했다.

4세의 딸을 둔 아빠 서 모씨(서울 거주)는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따갑고 승진에 걸림돌이 되는 것이 우려스러워 육아휴직에 대한 부담이 크다”라고 전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러한 현실적인 목소리를 반영해 관련 법에 대한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정치권, 남성 육아 장려 바람 ‘후끈’

출처=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실.
출처=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실.

자유한국당 윤종필 의원은 지난 7월 남성 근로자도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남성 근로자들을 위해 마련된 것으로 남성 그리고 여성 근로자의 육아휴직을 3개월 동안 의무적으로 사용하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최근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도 저출산 시대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남성 근로자의 육아휴직 의무화에 대해 피력했다.

김성태 의원은 "남성의 보육 참여와 육아 분담을 제고하기 위해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며 “정부의 과감한 지원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출처=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공식사이트 자료 갈무리.
출처=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공식사이트 자료 갈무리.

또 실제 육아에 참여하고 있는 아빠들을 위한 세심한 정책도 눈에 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은 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에 남자 화장실에 기저귀 교환대 설치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행법상 철도 역사, 공항 시설 등 교통시설 공중화장실에만 남성, 여성화장실에 별도로 각각 1개 이상의 영유아용 기저귀 교환대를 의무로 설치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대형상업시설은 관련 규정이 없어 여성 화장실에만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남성 육아자들은 불편함을 호소한다.

김 의원은 “이는 남성 육아자를 배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남성 육아자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개정안에 해당 시행령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앞으로 부부공동육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등의 노력을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시행된다고 해도…

이렇듯 남성 육아를 위한 다양한 법안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대상자들은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다.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직장인 김 모씨(30대)는 “이러한 법안이 통과돼 시행되더라도 중소기업에 적용되지는 않는다”라고 불편한 기색을 표했다.

이어 “먹고 살 만한 대기업 종사자들이나 공무원이나 받는 혜택일 뿐”이라며 "상대적으로 고소득, 안정된 직업에 있지 않으면 받을 수 없기에 이러한 법안이 오히려 양극화만 심화시키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토로했다.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출처=컨슈머치 DB).
한국워킹맘연구소 이수연 소장(출처=컨슈머치 DB).

이러한 중소기업의 어려움은 이미 여러 곳에서 공감을 사고 있다.

이수연 한국워킹맘연구소 소장은 “이미 갖춰진 제도나 정책 방향은 사실 육아 선진국 수준”이라면서도 “다만 현실 적용이 어렵다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 소장은 “잘 돼 있는 제도가 생활 깊숙이 밀착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고 100가지 좋은 정책들보다는 현실성 있는 몇 가지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좋다”며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와 주 52시간 근무제는 아빠가 육아의 울타리로 들어올 수 있게 할 수 있는 좋은 제도”라고 평가했다.

퇴근 후 시간만 많아도 육아를 분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고 육아휴직을 선택이 아닌 회사의 의무로 규정해야만 사내 분위기를 탓하며 육아휴직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이 소장은 “52시간 근무제나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같은 경우 중소기업에서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라며 “그래도 1개월이라도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정부뿐 아니라 회사도 노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육아휴직 3개월 의무화를 추진 중인 윤종필 의원실은 먼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러한 분위기가 확산돼야 한다고 전했다.

윤종필 의원실 측은 “아무래도 중소기업의 경우 기존에 업무를 맡아 진행하던 직원이 휴직하게 되면 부담이 크다”며 “중소기업의 이러한 고충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육아휴직 의무화 개정안을 발의하면서도 처벌 규정은 넣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에도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에 대한 개정안은 다른 의원에 의해 발의된 바 있지만 중소기업의 반발에 부딪혀 무산됐다”면서 “대기업이 먼저 움직여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키고 단계적으로 규모에 따라 중소기업에도 적용하는 방안 등은 고려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육아휴직의 또 다른 문제는 ‘경제 부담’

회사 내 근로자 모두가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분위기가 되더라도 사실상 경제적 여력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육아휴직은 그림의 떡이다.

실제로 2016년 11월 여성가족부가 성인 남·녀 2,000여명에게 ‘육아휴직 장애물’에 대해 물은 결과 1위는 직장 내 분위기, 2위는 ‘경제적 부담’이었다.

윤종필 의원실에서는 육아휴직 의무화는 소득대체율이 확보돼야만 의미가 있다고 진단했다.

소득대체율은 평균 소득에 대한 육아휴직 급여 비율로 우리나라의 경우 소득대체율은 32%다.

출처=국회입법조사처.
출처=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의 ‘남성 육아휴직 제도의 국가 간 비교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대체율은 OECD 주요국 중 낮은 수준에 속한다.

노르웨이의 경우는 97.9%, 오스트리아와 스웨덴은 각각 80.0%, 77.6%로 조사됐다.

국회입법조사처 허민숙 입법조사관은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은 유럽복지국가들의 경우 소득대체율이 70% 이상”이라며 “소득대체율이 남성의 육아 휴직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허 조사관은 이어 "육아휴직 제도의 개선을 통해 남성의 육아휴직 실제 사용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높은 소득대체율이 결합해 있는 노르딕 국가들의 육아휴직 제도를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윤종필 의원실 보좌관은 “육아휴직 의무화라고 해도 소득대체율이 낮으면 육아 비용 등의 부담으로 육아휴직 사용을 망설이게 된다”면서 “소득대체율을 높이기 위한 공청회나 토론회 등도 검토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올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가 66% 증가한 것과 관련해 소득대체율을 높인 것이 주효했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첫 3개월 육아휴직 급여를 통상임금의 40%에서 80%로, 상한액을 월 100만 원에서 150만 원으로 인상하는 등 남성의 육아휴직을 장려하는 시책을 시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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