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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발이 아빠"부터 "대박이 아빠"까지

2018. 12. 19 by 김은주/김현우/송수연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김현우 송수연 기자] ‘아빠’보다는 ‘아버지’라는 호칭이 익숙한 시절이 있었다. 이상하게 ‘엄마’는 엄마인데, 아빠는 ‘아버지’였다. 엄마에게는 친구처럼 반말을 내뱉어도 아버지한테는 깍듯하게 존댓말을 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 시절 우리들 마음 속에 '아버지'라는 존재는 가부장적이고, 무뚝뚝하고, 가정보다는 회사 일이 우선인 사람으로 대변된다.

흔히 시대가 변했다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이제는 정말 시대가 변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늘어나면서 ‘워킹맘’‧‘육아대디’라는 용어가 생겨날 만큼 아빠는 바깥일을 하고 엄마는 집안일을 한다는 개념 자체가 모호해졌다.

당연히 ‘여자의 일’이라며 가사와 육아에 동참하지 않은 아빠들의 말로(末路)는 가정에서 도태되는 ‘외로운 아빠’가 되는 길 밖에 없다는 학습도 이뤄졌다.

1990년대까지는 호랑이처럼 무섭고 권위적인 아빠, IMF 외환위기 이후 가정에서 설자리를 잃은 아빠, 2018년 현재는 가정에 충실하고 친구처럼 함께하는 아빠로 사회가 점차 변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 TV 등 각종 미디어를 통해 비치는 ‘아빠’의 모습을 통해서도 확실히 실감할 수 있다.

(출처=MBC 해피타임 명작극장 캡쳐)
(출처=MBC 해피타임 명작극장 캡쳐)

“어디서 누구한테 눈을 부릅뜨고 까불어?”

1980년대 TV 속 전형적인 가장의 이미지는 배우 이순재가 열연한 MBC 드라마 <사랑이 뭐길래>(1991)의 대발이 아버지를 떠올릴 수 있다. 대발이 아버지는 그야말로 집안의 왕이자 독재자다.

가부장적인 대발이 아버지와 아들(대발이)은 큰 상에서 겸상을 하고, 엄마와 딸, 며느리는 작은 상에서 따로 밥을 먹는다. 대발이 아버지는 조금만 심기가 불편해도 큰 소리 내며 윽박지르고, 딸이 연예인을 하겠다고 하자 밥상부터 뒤엎는 괴팍한 인물이다.

그의 말 한마디에 자식들은 물론이고 아내까지 벌벌 떨며 숨을 죽이는 모습이 그 시절 조금은 코믹하게 그려졌다.

 

"살림하는 여자가 애한테 신경 안 쓰고 뭐했어? 집에서 하는 일이 대체 뭐야!"

MBC 드라마 <앞집여자>(2003), KBS 드라마 <두 번째 프로포즈>(2004), <장밋빛 인생>(2005), <투명인간 최장수>(2006) 등 2000년대 들어서는 자신은 돌보지 않은 채 가족에게 헌신하는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드라마가 한동안 홍수처럼 쏟아졌다.

이 드라마 속 아빠들은 회사 일에 몰두하느라 가정 일은 소홀한 채 바깥으로 돌고, 아이에게 무관심하다.

전업주부인 아내를 무시하는 말을 서슴지 않고 뱉어내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 오로지 엄마의 몫인 듯 질책하는 장면도 부지기수다. 심지어 바람을 피운 것이 밝혀져도 오히려 뻔뻔하게 이혼을 요구하고 가정을 버리기도 한다.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그 시절 모든 아빠가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아빠는 바깥에서 돈을 벌어오니 육아는 덜 신경 써도 된다는 인식의 팽배하던 시절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아이가 잘못되면 모두 엄마 탓으로 돌아가고, 엄마 스스로도 죄책감에 시달리며 아빠 앞에서 죄인이 되고 마는 것이다.

 

(출처=KBS드라마 김과장 캡쳐)

“얼마 보내면 되는데? 방학 때 며칠이라도 들어왔다 나갈 거지?”

2010년대에 들어 가족 내 아빠들의 존재감은 희미해지고, 아이 양육과 교육에 있어 주도권과 결정권은 엄마 몫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많이 그려지기 시작한다. 극성스러운 소위 '강남엄마'의 특징을 부각시키고, 아빠는 조용하고 힘이 없으며 방관한다.

특히 드라마나 영화의 단골 소재로 ‘기러기 아빠’(자녀 교육을 위해 배우자와 자녀를 외국으로 떠나보내고 홀로 국내에 남아 뒷바라지하는 아빠)가 등장하게 되면서 ‘아빠’는 집 안에서 쓸쓸한 존재 혹은 외로운 존재로 비치는 경우가 많아졌다. 대부분 가정뿐 아니라 회사에서도 입지가 좁아 만년 과장에 머무는 짠내 나는 캐릭터다.

TV조선 드라마 <지운수대통>(2012) 속 기러기 아빠 최 과장(윤다훈 역)은 월급만으로는 도저히 아이들의 유학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남몰래 밤마다 투잡으로 대리운전을 뛰는 모습 그려졌다.

KBS 드라마 <김과장>(2017) 속 기러기 아빠 추 부장(김원해 역)은 돈을 더 보내 달라는 아내의 요구에 시달리고 혼자 소주를 마시고 후줄근한 차림으로 소파에서 잠을 자는 등 시청자들로부터 애잔한 감정을 느끼게 만들었다.

 

(출처=KBS)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그동안 한국 사회의 육아는 오롯이 엄마의 몫이었다. 그러나 요즘 미디어를 통해 그려지는 아빠는 확실히 그 어느 때보다 육아에 능동적이고 주체적이다.

MBC 예능프로그램 <아빠 어디 가>나 KBS 예능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 등을 통해 아이를 위해 뭐든지 척척 해내는 아빠들의 성장기가 그려지기 시작하면서 우리 사회 육아하는 남성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스스럼없이 아기띠를 한 채 외출을 하고, 집에서는 직접 아이에게 먹일 이유식을 만들기도 한다. 과거에는 팔불출이라고 놀림당하던 일들이 이제는 아빠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육아생활로 받아들여진다.

링 위에 파이터 추성훈이 딸과 함께 자연스럽게 쇼핑을 하거나 한글 공부를 하고, 배우 송일국은 세쌍둥이를 위해 자전거 뒤에 유모차 세 개를 연결에 만든 일명 ‘송국 열차’를 끌고 아이들과 외출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대박이 아빠’ 축구선수 이동국은 딸 넷에 아들 하나를 능수능란하게 돌보며, 한편으로는 친구 같은 아빠이자 육아 능력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뽐내고 있다.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TV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아빠들이 적극적으로 육아에 동참하는 모습이 많이 노출되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공동 육아에 대한 인식 개선이 많이 이뤄졌다"며 "전통적인 아빠의 모습은 가부장적이고 바깥 일에 치중돼 있었다면 요즘에는 아빠와 아이가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 아빠 스스로도 자기 자리를 찾고 가정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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