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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차차 아빠 육아⑦

[인터뷰] 도남희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대한민국 육아 정책, '대문'은 완성 '방' 꾸밀 차례”

2018. 10. 25 by 김은주/송수연/전향미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송수연 전향미 기자] 요즘 한 손에는 유모차, 다른 한 손에는 라테(Latte)를 들고 있는 이른바 ‘라테 파파(Latte papa)’가 늘고 있다.

육아를 전담하지는 못하더라도 일정기간 육아휴직을 통해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남성들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여전히 남성의 육아를 낯설게 바라보거나 배려하지 않는 시선이 존재해 남성 육아 개선 및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육아정책연구소 도남희 연구위원(출처=컨슈머치).
육아정책연구소 도남희 연구위원(출처=컨슈머치).

이러한 문제점을 짚어 보고자 <컨슈머치>는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육아 전문 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국책기관인 ‘육아정책연구소’의 도남희 연구위원을 만나 남성의 육아 참여 및 공동육아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육아 정책 연구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수행해 육아 교육과 보육에 관한 합리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기관으로 우리 사회 전반에 걸친 육아 문제에 해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육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양한 현장에 방문해 직접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육아 정책 생태계연구 포럼’ 등을 개최해 학계를 비롯한 사회 각 층의 인사들과 육아 정책을 논하기도 한다.

본 지가 만난 도남희 연구위원은 11년째 아동패널 팀에서 종단 연구(시간의 흐름에 따른 현상의 변화를 반복해서 조사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며 각종 연구 과제에 참여하고 있다.

도남희 연구위원은 본인을 소개하면서 “올해로 11년째 연구를 하다보니 산부인과에서부터 만났던 아이가 이제 초등학교 4학년이 됐어요. 이 연구 내용을 올해는 집중적으로 홍보하려고 해요. 이번 인터뷰도 그의 일환이죠”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육아정책연구생태계 포럼(출처=육아정책연구원)
2018년 육아정책 연구생태계 포럼(출처=육아정책연구소)

▶“육아휴직 제도 선진국 수준이지만 인식은…”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남성 육아휴직자 수가 8,463명으로 전체 육아휴직자 중 16.9%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동기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이었던 11.4%(5,101명)에 비해 5.5%p 증가한 수치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이러한 남성 육아휴직자의 증가를 환영하고 있다.

지난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남성 육아에 대한 목소리를 내던 연구소 입장에서는 뜻깊은 성과이기도 하다.

“실제로 유모차를 끌고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30대의 젊은 아빠들을 많이 봐요. 우리 연구소 내에서도 육아에 참여하는 아빠들이 많고 그전 세대와는 육아에 있어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만큼은 확실해요”

도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제도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문제는 현실적 반영이 어려운 사각지대와 사회적 인식이다.

“남성 육아휴직자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지만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이 대부분인 점이 문제죠. 중소기업은 휴직자가 발생하면 당장 대체할 인력이 부족해서 무작정 육아휴직을 권고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그렇다 보니 현재 남성 육아휴직자는 일정 수준의 안정된 보수를 받는 직업군에만 허용되고 있죠”

사실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까지 남성 육아휴직을 의무화하는 것은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 게 도 위원의 주장이다.

"중소기업 육아휴직 문제는 연구자의 제안도 필요하지만 굉장히 복합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중소기업은 휴직자를 대신할 인력을 항시 준비하고, 휴직자의 소득을 보장하는 등의 전제가 필요하고 이를 사회적인 제도가 뒷받침해줘야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당장 이 문제들은 해결이 어려울 것 같아요" 

중소기업이 지금 당장 남성 육아휴직을 제공하기 어렵다면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주 52시간 근무 제도를 잘 정착시켜서 부모가 가족과 보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생각해요. 하루에 12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도 많은데 적정한 근무시간, 합당한 급여를 지급해서 가족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은 사회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사회적인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직도 어떤 가정통신문을 보면 '엄마와 함께 현장학습'이라고 쓰더라고요. 한 부모가 아니라 '부모'가 바람직하죠. 우리 사회가 빠르게 근대화되고 서구화 됐지만 남성 육아에 대해서는 인식이 뒤처진 편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해요. 개인과 사회, 기업, 국가 등 모두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최근에는 유한킴벌리 같은 기업은 사내 아버지 교육을 통해 공동육아를 장려하기도 해요. 아빠들이 육아에 움츠러들기보다 아빠가 먼저 당당했으면 좋겠어요"

출처=컨슈머치.
출처=컨슈머치.

▶촘촘한 디테일의 제도 이뤄야

“집과 대문은 완성이 된 상태에요. 인테리어로 치면 이제는 방을 꾸밀 차례죠. 예를 들면 중소기업 방, 대기업 방 등에 어울리는 소품 등을 놓아야겠죠. 육아 정책의 큰 틀은 완성됐으니 사용자들 피부에 와닿을 만한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도 위원은 좋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세밀한 제도가 없으면 좋은 정책 또한 무의미하다고 말했다.

“이미 나와 있는 정책이 자리 잡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육아 관련 제도를 사용하기 어려운 조건의 사람들을 위한 보완 장치 및 지원 기반 마련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 부족한 사회 인프라 개선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남성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가 정말 취약해요. 몇 년 전에 현장 조사에서 남자가 사용 가능한 수유실 등이 턱없이 부족한 것을 봤습니다. 남성을 위한 기저귀 교환대도 거의 없었죠. 우리가 사회적으로 남성 육아를 장려하고 홍보하면서 그것에 대한 기반 시설을 같이 지원해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빠 휴게실을 따로 만들거나, 수유실 안에 칸막이를 추가하는 방법을 통해서라도 아빠들이 외출 시 아이를 편안하게 돌볼 수 있는 공간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올해 공동육아 및 남성 육아를 장려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번 해에는 ‘영유아 부모 교육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인데 특히 맞벌이 부부 및 아버지 대상 부모 교육을 과제로 하고 있어요. 지난해에는 아버지 양육 참여 실태 및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한 과제가 있었고 맞벌이 가구 지원 및 아버지의 양육에 대한 과제는 2년에 한 번씩 진행했습니다”

▶왜 ‘공동육아’, ‘아빠육아’ 인가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와 여성가족부가 공동으로 만든 부모교육 매뉴얼(출처=컨슈머치).
지난해 육아정책연구소와 여성가족부가 공동으로 만든 부모교육 매뉴얼(출처=컨슈머치).

남성, 즉 아빠의 육아 참여는 아이 양육과 가정을 지키는 핵심 열쇠(Key)다.

“공동 양육은 원래 중요한 것이에요. 이상적인 양육은 아빠와 엄마가 동시에 양육에 참여하면서 부모의 사랑을 골고루 받게 하는 것이죠. 아빠, 엄마 사랑이면 아이는 충분히 잘 자랄 수 있다고 봐요”

“엄마는 장시간 육아를 담당해 아이를 객관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맹점이 있어요. 아빠는 이성적이거든요. 여기서부터 엄마만 육아에 참여했을 때의 차이가 생기는 거죠.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면 신체적 놀이가 가능해지기 시작해요. 엄마가 자주 해줄 수 없는 영역이죠. 그 결과로 자기표현 능력도 발달하고, 여아의 경우는 아빠를 보면서 좋은 이성관을 갖는 기초도 마련할 수 있어요”

아빠의 육아 참여는 자녀에 그치지 않고 아내, 그리고 남편 스스로에게도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전통적인 아빠의 모습은 돈을 벌어오는 아빠였거든요. 굉장히 가부장적이고. 그런데 아이가 아빠와의 시간을 많이 확보하게 되면 엄마만큼이나 아빠도 아이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어요. 아빠 스스로도 자기 자리를 찾고 가정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효과가 있죠”

“엄마의 경우, 아빠가 육아에 참여하면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기본적으로 갖게 됩니다. 공동육아를 통해 발생하는 개인적인 여유를 통해서도 감사함을 느끼죠. 이런 부분들이 부부 만족도에 큰 영향을 주게 돼요. 저희 연구소의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진 사실이에요”

전업 모(母)나 워킹맘 할 것 없이 육아에 있어 남편의 정서적 지지를 받기를 원하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특히 취업모의 경우는 더욱 가족 가사나 육아에 있어 가족과 남편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육아에 있어 남편과 가족의 정서적 지원은 굉장히 필요하다고 봐요. 특히 전업 모의 경우는 더 하죠. 일하는 워킹맘은 일에 있어 성취감, 만족감, 경제적 보상 등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자존감, 자율성, 독립성, 정체성 등을 확인하고 있지만 전업 모는 거의 모든 시간을 아이를 돌보거나 가사에 사용해요. 사실 전업 모는 직업으로 따지면 4~5개의 전문직을 감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도 가족의 칭찬을 받거나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서적 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만큼 남편의 역할이 중요한 겁니다”

도 연구위원은 출산 계획이 있는 부부나 예비부모라면 부모가 되기 전 어떤 부모가 될 것인지 마음가짐을 다질 수 있는 교육이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권했다.

“어떤 시기에 아이를 갖고 어떻게 키워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해요. 우리 연구소는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공동으로 <부모교육 매뉴얼>을 만들었는데 이 매뉴얼은 여성가족부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어요. 예비 부모부터 자녀의 생애 주기별로 필요한 자료를 만들어 놨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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