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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일자리, 편견과 차별을 넘어⑪

[인터뷰] “내 딸은 발달장애인, 목표는 독립”

2019. 01. 10 by 김은주/박지현/송수연 기자
출처=픽사베이.
사진은 인터뷰 내용과 무관합니다. (출처=픽사베이)

[컨슈머치 = 김은주 박지현 송수연 기자] 기자는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는 당연히 모든 시간을 아이 돌보는데 투자하는 줄 알았다.

특히 자녀가 발달장애를 가졌다면 두 말 할 필요도 없이 그래야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발달장애인 동현 씨(25세, 여)의 어머니이자, 커리어플러스센터의 센터장을 맡고 있는 김혜미 씨를 만나고 내 생각이 잘못됐음을 깨달았다.

혜미 씨는 센터에서 발달장애인이 원하는 직무를 찾고 그에 맞는 사업장을 찾아 연계해준다. 또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 형태를 발굴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사회에서는 중증 장애로 여겨지는 발달장애인의 부모라고 하기에는 꽤나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다. 

그리고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오히려 딸한테 도움을 받을 때도 많아요. 제 딸은 세탁 담당이에요. 빨래 넣고, 세탁기 작동하고, 건조까지 해서 개는 것까지 딸의 몫입니다. 우리 딸이 세탁은 책임져주니까 큰 집안일 하나 덜어낸거죠. 집에서 너무 편합니다”

주말에는 아빠와 동현 씨가 주말 나들이 계획을 짠다고 한다.

“딸은 쉬는 날이면 아빠하고 갈 나들이 프로그램을 만들어요. 워낙 먹방을 좋아해서 평소에 가고 싶던 곳을 나들이 프로그램에 넣어놓죠. 주말에는 딸이 마음에 드는 곳으로 갑니다”

출처=컨슈머치.
동현 씨의 엄마이자 커리어플러스센터 센터장 김혜미 씨.(출처=컨슈머치)

혜미 씨는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일을 자주 만들어줬다.

무엇보다 자녀를 믿어주고, 자녀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엄마였다. 그것이 김혜미 씨의 사랑법이다.

“제가 판단하는 일은 거의 없어요. 제 딸의 의견이 가장 중요하니까 아이 의견을 듣고요, 또 전문가(직무지도사 등) 같은 분들의 의견에 많이 맡기는 편이에요. 일이라는 부분도 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 자녀 스스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전문가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자녀가 결정권을 가지고 일을 할지 말지 결정하도록 합니다”

딸 동현 씨는 인쇄소에서 그리고 제과제빵을 하는 업장에서 근무했던 경험이 있었다고 한다.

인쇄소에서 근무 당시 동현 씨는 인쇄소에서 타이핑을 담당했다.

일은 곧 잘했지만 갇힌 공간에서 이뤄지는 직무를 오래 견디지 못해 일을 그만뒀다. 이어 제과제빵 사업장에서 일할 때는 계량에 두각을 나타냈었다. 하지만 주부습진 등으로 오래 일할 수는 없었다.

현재는 바리스타로 활약 중이다.

“본인 스스로가 너무 흡족해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행복합니다. 부산에서 열린 전국 바리스타 대회에서 금상까지 수상할 만큼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것 같아요”

한 번은 다른 직업을 갖는 게 장기적으로 좋겠다고 얘기했다가 딸로부터 혼쭐이 났단다.

“바리스타는 평생 직업으로 삼기에 어려우니까 오랜 기간 할 수 있는 다른 직업을 갖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다가 아주 난리가 났어요. 자기는 바리스타가 행복하답니다. ‘엄마가 잘못했어’ 사과했죠”

퇴근 후의 딸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재미라고 했다.

“평범한 사람들은 못 알아들을 수도 있는 말로 열심히 이야기를 하는데 부모는 다 알아듣게 되더라고요. 화가 많이 나 있어요. 그래서 한참 이야기를 들어주고 안아주고 그랬는데 그런 모습도 사실 즐거움이거든요. 집안에만 있는 게 제일 걱정인 것 같아요”

동현 씨도 엄마의 보살핌만 기다리고 있지 않는다. 사회 생활도 하고 자신의 미래도 생각하고 있다.

딸은 2018년에 독립을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한다. 비록 현재도 꿈을 이뤄가는 중이지만, 포기는 없다.

“독립한다고 했을 때 살 집이 필요하니까 전세금을 모으라고 설득했어요. 그래서 사업장에서 버는 돈을 10원 한 장 안 빼고 지금까지 다 저금하고 있어요. 우리 딸은 그룹홈도 싫고 혼자서 살고 싶대요. 살고 싶은 집도 구체적이에요. 명동에 있는 무슨 아파트라고 했나…”

동현 씨의 삶은 동현 씨가 주도하는 삶이었다. 발달장애인 부모로서는 뿌듯하고 감사한 일이다. 그렇다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측근이 잘해주고 접근하면 그저 ‘나에게 잘해주는구나’ 정도로 인식해서 여성 발달장애인의 경우 성추행을 당하기 쉽거든요. 그런 생각을 할 때 걱정이 많아지죠. 의사표현도 잘 하지 못해서 피해를 입어도 부모가 알아차리기 어렵거든요. 이런 성추행 문제는 노동 현장에서도 나타나요. 그래서 발달장애인 부모가 아이에게 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은 정말 중요해요. 또 법적인 조치에 대한 고민도 반드시 필요할 것 같고요”

앞으로 동현 씨가 가졌으면 하는 꿈에 대해 물었다. 답은 간단했다.

“특별한 것 없고 없고 그냥 딸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바라는 전부에요. 지금은 바리스타가 행복이지만 딸의 마음이 언제든지 바뀔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럼 그때도 딸이 하고 싶은 일을 찾아주고 최대한 지원해주고 싶어요”

발달장애인 고용 지원 전문가이기도 한 그녀에게 장애 부모들이 자녀의 취업을 위해 가져야 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물어봤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요. 우리 아이는 장애인이니까 편한 일만 달라는 분들이 많은데 직업에 귀천 없습니다. 땀 없는 노동도 없어요. 자녀가 건강하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해요. 편하고 좋은 직장만 찾으시려면 그 생각을 바꾸셨으면 해요. 직업은 부모 판단이 아닌 장애 당사자의 능력에 따라 결정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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