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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일자리, 편견과 차별을 넘어⑨

[인터뷰] 김진희 직업재능개발센터장 "중증장애인도 일 할 수 있어요"

2018. 12. 21 by 김은주/박지현/송수연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박지현 송수연 기자]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데 있어 ‘일’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다. 

장애인도 예외가 아니지만 그들은 오랫동안 ‘예외’ 취급을 받아왔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무지에서 비롯된 그릇된 편견이 팽배해 있다.

“지적장애인한테 무슨 일을 맡기겠어? 사고나 안치면 다행이지”

장애인, 그 중에서도 발달장애인은 취업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많은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 취업 문 자체가 거의 닫혀있다시피 한 상황이니 적성을 찾거나, 재능에 맞는 직업 유형을 발굴하는 일은 더욱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손 놓고 포기하면 정말 불가능의 세상이 되고 만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기 위해, 발달장애인이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가질 권리를 찾아주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묵묵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나눌 것 없이 인간이라면 누구나 행복한 삶을 살고 싶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좋아하는 일을 할 권리 역시 누구에게나 허락된 일이에요. 설사 직업의 의미를 알든 모르든, 발달장애인도 적성과 능력에 맞는 일을 찾을 권리가 있어요. 저희는 그러한 권리를 찾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왼쪽부터)직업재능개발센터 성은서 장애인재활상담사, 김진희 센터장 (출처=컨슈머치)
(왼쪽부터)직업재능개발센터 성은서 장애인재활상담사, 김진희 센터장 (출처=컨슈머치)

직업재능개발센터는 발달장애인 스스로가 ‘더 좋아하는 일’, ‘잘하는 일’을 개발하고, 교육 및 훈련을 통해 지역사회에 자립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직업적응훈련시설이다.

<컨슈머치>는 서울 강동구 성내동에 위치한 직업재능개발센터를 찾아 직업 활동에서 소외된 발달장애인들의 재능 발굴에 애쓰고 있는 김진희 센터장과 성은서 장애인재활상담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컨슈머치> 안녕하세요. 두 분 다 시간 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김진희 센터장(이하 '김 센터장')> 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찾아오시는데 어렵지는 않으셨나요?

컨슈머치> 네, 강동구청 1번 출구 역에서 아주 가깝던 데요.

김 센터장> 원래는 역에서 내려 버스로 갈아타고 한참 더 들어가야 하는 곳에 있었는데 발달장애인들이 찾기 쉽도록 최근 대로변으로 이사 했어요. 기관이 생긴 지는 이제 1년 반 정도 됐습니다.

컨슈머치> 직업재능개발센터 소개 좀 해주세요.

김 센터장> 저희는 발달장애인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통해 자립적인 삶을 살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생겨난 센터에요.

실질적인 이용하는 대상자는 발달장애인, 그 중에서도 18세 이상이에요. 고등학교 고학년부터 취업 혹은 자립적인 삶의 준비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어요.

센터 운영은 기초훈련, 직업재능개발, 직무기능훈련 등 직업 적응과 관련한 다양한 훈련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어요.

특히 직업재능개발 시간에는 바리스타 교육, 비누‧디퓨저‧향초 만들기, 실내 원예사 관련 수업을 중점으로 하고 있고요, 현재 센터를 이용하는 발달장애인은 11~13명 정도입니다.

성은서 장애인재활상담사(이하 '성 상담사')> 직업훈련기관이면서 동시에 취업 알선 역할도 하고 있어요.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기능상 훈련이 필요하신 분들도 있지만, 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해 취업을 못하고 있던 분들도 많아요. 이런 분들은 적임자라고 판단되면 특별한 훈련 없이 바로 현장에 배치하기도 해요.

컨슈머치> 취업 정보 자체가 부족한 장애인이 많이 있나 보네요?

성 상담사> 이전보다는 취업 정보를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가 생기긴 했어요.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도 많이 늘어났고요.

다만 가정에서 방치되거나 기관에 소속되지 못한 장애인은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다 보니 서비스를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경계성 범주 안에 있는 장애인 중에는 서비스 자체를 거부함으로 인해 정보 접근이 어렵게 되는 경우가 있죠.

컨슈머치> 경계성 장애라는 게?

성 상담사> 발달장애인의 경우 지적3급, 자폐3급 장애인을 경계성 장애인이라고 해요. 표현 그대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경계선에 서 있는 분들이에요. 경계성 장애인 중에는 스스로 장애에 대한 수용이 100%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컨슈머치> 과거에는 발달장애인을 그저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컸잖아요. 이제는 그들의 자립을 위해 직업적 능력 개발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게 굉장히 긍정적 변화인 것 같은데요?

김 센터장> 맞아요. 사회적 흐름의 변화죠. 사회운동을 통해 인권이 높아지면서 장애인 당사자의 주체성을 존중하게 된 거에요.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 부모들의 노력이 컸다고 생각해요.

경제적 흐름도 점점 복지의 생산성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고요. 현재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역량을 존중하고 사회 안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나가는 단계인 것 같아요. 다만 아직 이를 뒷받침 해줄 수 있는 제도는 많이 부족하죠.

컨슈머치> 발달장애인의 취업 의지나 욕구는 어떤 편인가요?

김 센터장> 개인마다 차이가 있긴 해요.

성 상담사> 비장애인은 직업 선택이 취업의 시작이라면, 일부 발달장애인 중에는 직업이 무엇인지를 인식하는 훈련부터가 진로를 찾아나가는 과정의 시작인 사람도 있어요. 반면 비장애인과 똑같이 이미 직업 인식이 갖춰져 있고, 취업하고자 하는 욕구와 방향이 명확한 발달장애인도 있고요.

김 센터장> 발달장애인의 70%정도가 지적장애를 동반하고 있어요. 그래서 직업의 의미를 이론적으로 습득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요.

컨슈머치> 직업에 대한 인식조차 없는 분들도 있다는 것인데, 그럼에도 그들에게 일자리가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요?

김 센터장> 장애인 개개인마다 생각이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섣불리 정의 내릴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누군가는 장애인 일자리의 의미가 사회통합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경제적 활동이라고도 말해요. 하지만 어떤 의미를 붙이든 본질은 장애인도 우리사회 일원으로 행복하기 살기 위해 일 할 권리를 보장 받아야 한다는 것이에요. 설사 그들이 일자리의 의미를 모를 지라도요.

컨슈머치> 많이 미흡할 것이라는 예상은 되지만…, 현장에서 느끼기에 발달장애인 고용에 대한 수요는 어떤 편인 것 같나요?

성 상담사> 장애인 취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국가에서도 의무고용률을 계속적으로 증가시키는 등 장애인 고용을 확대시켜 나가는 추세이긴 해요. 하지만 장애인 고용률은 여전히 낮고, 발달장애인은 그 안에서도 더욱 고용률이 낮은 편이죠.

저희 센터를 통해 상담을 받고 취업으로 연결된 전체 구직자 120명 중에 근로계약서를 체결한 취업자는 단 11명뿐이에요.

컨슈머치> 이유가 뭘까요?

성 상담사> 발달장애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선입견이 가장 큰 문제에요.

발달장애인 대부분이 실습이나 인턴교육의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어요. 발달장애인도 충분히 일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의 개선만 이뤄져도 앞으로 다양한 부분에서 취업의 문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컨슈머치> 일자리의 많고 적음보다, 우리 인식이 더 큰 문제인 거네요.

성 상담사> 네, 맞아요. 제가 봤을 때는 해당 발달장애인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고 판단되는데 고용주는 할 수 없다고 보는 거죠. 또 노골적으로 표출하지는 않지만 외형적으로 장애가 드러나는 걸 꺼려하는 고용주도 있고요.

사실 외형적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 발달장애인도 상당히 많거든요.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외형적으로 불편한 사람, 동료와 어울리지 못하고 피해를 주는 사람 등으로 부정적 인식이 가득하다 보니 고용도 소극적으로 이뤄지는 것 이에요. 결국 발달장애인은 자신이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기회조차 없는 거죠.

김 센터장> 발달장애는 어떻게 보면 장애 안에서 또 다시 차별 받는 장애라는 생각이 들어요.

센터 내 발달장애인이 그린 작품으로 제작 된 쇼핑백, 미술 수업 시간에 만들어 얼굴 모형물, 비누‧디퓨저‧향초, 바리스타 교육 도구들(출처=컨슈머치)
센터 내 발달장애인이 그린 작품으로 제작 된 쇼핑백, 미술 수업 시간에 만들어 얼굴 모형물, 비누‧디퓨저‧향초, 바리스타 교육 도구들(출처=컨슈머치)

컨슈머치> 취업도 어렵지만 취업이 된 이후에도 여러 어려움을 겪을 것 같은데요?

성 상담사> 6~12개월 정도 고용이 유지됐을 때 어는 정도 직업에 대한 적응이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어요. 저희가 6개월 이내 직장을 그만 둔 사례들을 살펴보면, 직무 수행 능력이 부족해서 보다는 직장 동료들과 갈등이 가장 큰 원인이에요.

컨슈머치> 대인관계 문제군요.

성 상담사> 네, 그런데 이 대인관계 문제는 대부분 장애인이 비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이해 못해 발생하는 거예요.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하다든가, 직무를 가르쳤을 때 자신의 기대치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 하든가.

물론 같이 일하는 동료가 장애인이라는 사실이 비장애인에게도 굉장히 힘든 부분일 거에요. 장애인에 대해서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갑자기 장애인 동료가 오게 되면 다양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가 적응지원을 통해 가교 역할로 투입되기도 하고, 사업체 측에 다양한 인식 개선 교육을 시도하기도 하는 거죠.

컨슈머치> 사실 비장애인들도 알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을 텐데 몰라서 그런 경우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김 센터장> 네, 맞아요. 직장생활 하다보면 느끼는 거지만 저희들도 모두 다 부족한 사람들이잖아요. 비장애인들끼리도 갈등이 일어나고요.

발달장애인은 갈등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다소 낮은 것뿐이거든요. 이해하고 함께 하려는 마음가짐이 필요해요.

성 상담사> 또 의무고용률을 정말 의무로만 보는 분들도 있어서 문제에요.

의무니까 장애인 고용은 빨리 해야겠고, 그렇지만 장애인을 채용할 준비는 전혀 돼 있지 않은 거예요. 그러다 보니 면접을 볼 때 고용주도 장애인을 심사하지만, 저희도 해당 사업체에 함께 가서 장애인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인지에 대해 고려해 봐요.

컨슈머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장애인 일자리는 단기간에 해결 될 문제는 절대 아닌 것 같아요.

성 상담사> 개인이나 기관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고,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죠.

김 센터장> 한번은 동네 아주 작은 카페를 운영하시는 분이 발달장애인을 아르바이트생으로 고용하고 싶다고 연락을 주신 적이 있어요.

어떻게 보면 발달장애인 100명을 고용하겠다는 대기업보다 발달장애인 1명을 동네에서 함께 자립 해 살 수 있도록 해주고 싶은 카페 사장님의 목표가 더 크다고 보거든요.

하지만 카페 사장님이 정부로부터 받을 수 있는 혜택은 하나도 없어요. 만약 대기업에서 100명의 발달장애인을 뽑는다고 하면 세제 혜택부터 시작해 엄청난 지원을 받게 되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사회 문제는 각계각층의 노력이 필요한 거잖아요. 이런 부분에 대한 세심한 지원도 이뤄지길 기대합니다.

성 상담사> 지원이 없으니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장애인 고용이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예요.

컨슈머치> 말씀 주신 사례처럼 지역사회 내 소규모 사업장에서 장애인을 적극적으로 고용하다 보면 인식 개선도 더 수월하게 이뤄질 것 같아요.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으니까. 일상생활을 하다가 장애인을 보는 게 흔하지 않은데 자연스럽게 접하는 빈도가 높아지면 그게 살아있는 교육이잖아요.

성 상담사> 맞아요. ‘장애인이 카페에서 손님을 맞이하고 커피를 내릴 수 있구나’라는 인식 개선이 이뤄지게 되는 거니까요.

컨슈머치> 발달장애인이 특별히 더 잘 할 수 있는 분야는 어떤 게 있을까요?

성 상담사> 지적장애인은 사교적이고 친화력이 좋은 사람이 많다 보니 보통 서비스 계통에서 많이 일하는 편이에요. 요즘은 특히 카페에서 일하거나 바리스타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고요.

자폐성 장애인은 단순 반복적인 일에 굉장히 탁월해요. 사회성을 굳이 발휘하지 않아도 되는 독립적인 공간에서 자기 일을 끝까지 해내려는 완벽주의 성향이 강하고요. 이러한 성향 때문에 자폐성 장애인은 취업 문은 상당히 좁지만 채용 이후 고용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는 게 특징이에요.

컨슈머치> 직업‧직무 개발은 많이 돼 있는 편인가요?

김 센터장>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요. 발달장애인이 바리스타로 많이 취업하는 건 수요가 있기 때문이지 개개인의 적성이 맞아서인지는 물음표거든요.

컨슈머치> 선택의 폭이 넓지 않네요.

김 센터장> 네, 굉장히 제한적이죠.

컨슈머치> 다른 나라는 어떤지 궁금해요.

김 센터장> 독일에서 인상적이었던 사례가 하나 있는데요.

휠체어를 타고 있고 손을 정교하게 사용할 수 없는 발달장애 및 뇌병변 중복 장애인이 나사‧볼트 끼우는 일을 하는 거예요. 기계를 두 번 누르면 나사가 들어가도록 작업환경을 조성해 준거죠. 그럼에도 1시간 동안 생산량이 채 10개가 되지 않아요.

하지만 '당신은 우리를 위해 일을 했다.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라는 관점으로 바라봐 주는 거예요. 일에 사람을 맞추지 말고, 사람에 일을 맞춰야 해요

컨슈머치>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성 상담사> 조금 속상한 부분인데요. 장애인을 채용할 의사가 있다는 사업체에 저희가 직접 전화를 걸어 ‘자폐인사랑협회 직업재능개발센터 누구입니다’라고 소속을 밝히면, ‘자폐인만 있는 건가요?’라고 물으면서 확 부담스러워 하는 반응이 느껴져요.

저는 그런 분들에게 1~2주 인턴 기간이라도 보고 판단 해달라는 설득을 많이 하지만 그런 기회도 얻지 못할 때가 많아요. 지적장애인과 자폐성 장애인은 ‘일을 할 능력이 없다. 고로 채용할 수 없다’고 보는 선입견들, 인식 개선이 반드시 이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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