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Q

장애인 일자리, 편견과 차별을 넘어⑤

[인터뷰] 이문희 한국장총 사무차장 "장애인 정책 점수 C-"

2018. 11. 16 by 김현우/박지현/전향미 기자

[컨슈머치 = 김현우 박지현 전향미 기자]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확충이 주요 공약일 만큼 일자리 창출에 힘을 쏟고 있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일자리위원회’를 설립했으며, 지난해에만 일자리 예산을 25조 원(추경 포함)을 쏟아 부었다.

다양한 고용 정책 중에서도 장애인의 일자리 정책은 어떻게 평가 받고 있을까

<컨슈머치>는 장애 당사자인 이문희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사무차장과 현 정부의 장애인 일자리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출처=컨슈머치)

Q. 이번 정부 장애인 일자리 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굳이 학점으로 표현한다면 ‘C-’이다. 공부 안 한 사람들이 받는 평범한 점수 정도다.

물론 이번 정부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역대 정권에서도 장애인 고용에 힘을 들인 정권은 많이 없다.

그동안 정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설립하고 장애인 특화 일자리 창출의 임무를 부여했지만, 장애인 고용 인식이라든가, 장애인 고용을 지속적으로 창출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유지시키려는 노력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는 이번 정권도 마찬가지다. 전 정권들과 비교해서 크게 나아진 점은 없다.

특히, 이번 정권의 장애인 정책은 지난 정권의 장애인 정책 일부를 좀 더 수정 보완한 정도라고 본다. 기존 제품에 포장지를 바꾼 정도다.

현 장애인 일자리 정책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단편적이고, 한시적이다. 지속적인 직업 창출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장애인에게 있어 일자리란 삶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이다. 삶의 질과 건강을 결정하는 요인인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해왔던 전통적인 일자리 창출 방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당장 장애인 일자리 대책을 마련한다면서 장애인 단체를 모아놓고 해법을 찾으니 답이 나올리 없다.

장애 당사자가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고 시장구조를 잘 이해해 정책을 만들기는 사실상 어렵다. 또 고용하는 쪽의 의견도 같이 수렴이 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구체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 

사실 일자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들이 적지만 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는 있다. 그런데 장애인들은 그런 일자리에 들어가려고 하지 않는다. 저임금의 일자리일수록 장애인들이 오래 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장애인들이 취직하게 되면 의료비나 주택 등 정부 지원(장애인 수급)이 끊기게 된다. 또 수급권자에서 벗어나면 다시 선정되기도 어렵다. 의료비조차 감당할 수 없는 임금을 받자고 취직을 하느니, 그냥 정부 지원을 받겠다는 것이다.

현 정책의 문제가 바로 이런 부분이다. 장애인들이 빈곤을 탈출할 수 있게끔 해줘야하는데, 방향이 그저 일자리를 늘리는데 급급하다는 것이다. 실효성이 없다.

Q. ‘장애등급제 폐지’가 뜨거운 감자인데.

장애등급제 폐지. 현재 장애등급에 따라 국가가 제공하는 복지 서비스를 받으려면 장애정도가 1~2급, 3급 중복장애 등의 중증장애인이어야 한다. 또 소득이 아주 낮아야 한다. 한마디로 장애인 수급을 받는 사람들이나 복지서비스를 온전히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차상위나 차차상위 계층의 장애인들은 복지서비스를 온전히 누릴 수가 없다. 이런 ‘사각지대’를 장애등급제 폐지로 없애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장애등급제 폐지를 통해 이런 사각지대가 해소될지는 의문이다.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에는 장애인들이 중증과 경증으로 이원화된다. 이를 나눌 때 기준이 되는 것이 ‘돌봄지원 종합조사표’이다.

이 표는 ▲기초상담 ▲복지욕구 조사 ▲분야별 서비스 필요도 평가 등 3개 영역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 서비스 필요도 평가 영역은 ‘돌봄지원 평가도구(이하 평가도구)’를 통해 분야별 서비스 필요도를 점수로 계량한다.

평가도구는 ▲기능적 제한(ADL 13개, IADL 8개, 인지․행동특성 8개) ▲사회활동(2개) ▲가구환경(6개) 영역의 총 37개 지표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각 항목마다 점수가 정해져 있다. 이 점수의 합이 높을수록 지자체 등에서 받을 수 있는 활동지원 서비스 제공량이 높아진다.

문제는 이 평가도구가 장애유형이나 장애 당사자 개개인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복지부가 ‘장애등급제 폐지 3차 시범사업’에서 활동지원 수급자 1,886명을 대상으로 시뮬레이션을 한 적이 있다. 결과는 13.52%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활동지원서비스에서 탈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복지부는 “종합조사도구에서 최고점을 받으면 현재보다 2시간 늘어난 하루 최대 16시간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 시범사업에서 최대시간을 받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확인해보니 최대 점수를 받으려면 최중증사지마비에 정신적 장애까지 있어야 했다.

오히려 복지서비스를 받기가 더 어려워졌다. 이러다보니 장애등급제 폐지가 결국 정부에서 부족한 예산을 아끼기 위해, 지원 대상자를 줄이겠다고 만든 것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가 없다.

장애등급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적돼오던 ‘사각지대’를 없앨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할 수 없으니, 장애등급제 자체를 폐지해버리고 더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장애등급제 폐지이후 장애인들의 장애정도를 재평가할 전문가들이 없다는 점이다. 국내에 250만 명이 넘는 장애인이 등록돼 있다. 등록되지 않은 사람까지 합하면 260만이 넘는다고 한다.

이 모든 사람의 장애 정도를 다시 평가하겠다는데, 이를 판단할 전문가나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럼 결국 책에 쓰인 자료 등을 이용해 장애정도를 나눌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 것이다. 그런데 책에 쓰인 문구에 대한 유권해석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세밀하지 못한 가이드라인을 기준삼아 장애 정도를 나누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재평가를 위한 장소나 예산이 없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 예산 문제다. 장애등급제를 진정으로 폐지하기 위해서는 예산 확보가 필수적이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출처=컨슈머치)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출처=컨슈머치)

Q. 정부에게 바라는 점은?

장애인 정책이 잘 시행되기 위해서는 4가지 관점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법률 규정이 잘 지켜질 수 있는 적절한 시스템 ▲예산 마련 ▲장애와 관련된 전문가 ▲장애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장애계에서 법률 제정 운동에 힘을 많이 쓰고 있다. 이 덕에 시행령이든 시행규칙이든 세밀하게 마련이 됐다고 판단한다. 이를 통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절한 법률적 시스템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예산은 앞서 말했듯 모든 정책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점차적으로라도 늘려나가야 한다고 본다.

관련 전문가도 중요한 부분이다. 예컨대 최근 재난 안전에 관한 이슈가 많다. 그런데 장애인에 관한 재난 안전 전문가가 없다.

정말 필요한 전문가가 없으니, 그다지 연관성이 없는 분야에 있는 교수 등이 전문가로 불리게 된다. 문제는 이런 전문성이 부족한 사람들이 매뉴얼 따위를 만들게 될 경우 현실과 동떨어진 내용이 나오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중요하고, 양성된 전문가들이 만든 프로그램이야말로 현실성 있는 조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은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바뀌는 것도 어렵다. 하지만 분명히 바꿔야할 것은 바꿔야 한다.

Q. 실효성 있는 장애인 정책을 위해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장애 당사자들이 국회에 많이 입성해서 목소리를 내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계 모든 인권운동의 정점은 정치 참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려움을 겪어본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돼서 보다 실효성 있는 해결책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정부에는 장애인 비례 대표가 없다. 지역구에는 한 분 계신다. 다만 이분은 장애계에서 장애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장애 감수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번 20대 국회는 장애계에 있어서 암흑기나 마찬가지다. 과거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활동하면서 장애인 법안을 11개 제정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장애인 관련 법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장애인 인권, 장애인 생존권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장애인이 반드시 비례 대표로 국회에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는 그런 부분이 잘 이뤄지지 않는 것 같아서 아쉬움이 있다.

Q. 마지막으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에 대해 간단히 소개 부탁드린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장애인 단체들의 연대체로 장애인의 권익증진과 인권옹호를 위해 일하는 단체다.

장애인단체 실무자들이 필수적으로 갖춰야할 실무능력과 정책능력 향상을 통해 장애인단체의 역량강화를 위한 단체역량강화 사업과 장애인 단체간 교류와 협력을 통해 장애인복지 현안 공유와 해결을 위한 공동대응으로 지역별 균형적인 장애인복지 발전을 도모하는 단체교류협력 사업 등이 있다.

또 중앙 정부 및 전국 17개 시·도의 장애인정책의 제도적 문제점을 찾아내 정책 대안 마련 및 사회이슈화를 통한 제도개선과 권익증진을 도모하려는 목적의 제도개선 및 권익증진 사업이 있으며, 장애인인식개선, 기업체 협력사업 등의 사업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