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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재난, 불타 버린 초연결사회

통신재난, 불타 버린 초연결사회⑦

[기자수첩] 끼친 손해만큼 갚아야 ‘보상(補償)’이다

2018. 12. 27 by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지난달 24일 토요일, 벌써 보름 전 일이지만 기억은 생생하다. 영화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를 보기 위해 신촌에 있는 한 영화관을 찾은 날이기도 하다.

이날 하루 동안 소방재난본부청, 서대문구청, 서울특별시청 등 정부 부처로부터 총 4통의 안전 안내 문자를 받았다.

오후 12시5분 소방재난본부청에서 ‘서대문구 충정로3가 KT 건물지하 통신구에 대형화재가 발생, 인근 주민은 통신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첫 번 째 문자를 받았을 때만 해도 단순히 건물 화재로만 여기며 개의치 않았다.

이후 한 시간 꼴로 휴대전화, 유선전화, 인터넷, 카드결제 등 통신 장애로 인한 피해와 복구 과정을 설명하는 문자가 세 통이나 더 왔을 때는 ‘전쟁이나 재난이 난 것도 아니고 왜 이렇게 난리인가’ 의아한 마음이 잠깐 들었던 것도 같다.

KT로부터 사과 문자가 온 건 화재 다음날인 25일 일요일 오전이다.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난 현재 KT아현지구 화재는 국가적 재난사고로 기록되고 있다. 통신장애 때문에 주변 지역 사람들은 휴대전화와 유선전화가 먹통이 되고 카드 단말기와 ATM, 인터넷 사용에도 불편을 겪었다.

결국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KT 회선을 활용하던 주변 소상공인들이다.

“KT화재로 인해 현금결제 혹은 계좌이체만 가능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카드결제X 불편 드려 죄송합니다. 10% 할인해 드립니다”, “매장 전화 불가, 개인 핸드폰으로 연락주세요”, “부득이하게 금일 휴업합니다” 등 주변 상가마다 급박하게 적은 듯한 글쪽지가 붙을 만큼 혼란이 가중되며 주말 장사를 제대로 망쳤다.

카드가 보편화되면서 지갑 없이 다니는 사람이 많은 요즘 카드결제가 안 된다는 건 장사를 할 수 없다는 뜻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터넷이 안 되니 PC방은 가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고, 예약 손님이 많은 식당이나 미용업, 전화 주문을 받는 배달업 등 대부분의 소상공인 업종이 큰 피해를 입은 상황이다.

실제로 현재까지 추산되는 피해 자영업자 수만 17만여 명이다. 이들은 평소 대비 30~40% 이상의 영업손실이 났다고 하소연 한다. 주말 매출이 반토막이 났다는 어느 치킨 집의 한숨 소리도 나온다. 게다가 통신두절로 고객 이탈 사태를 촉발할 수밖에 없었던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의 심각성도 작지 않다.

일단 KT는 광화문 사옥과 혜화지사의 점심·저녁 구내식당 운영을 중단했다. KT직원들이 화재 피해지역 식당을 이용하도록 독려한다는 의도다.

이어 화재 이후 '소상공인 헬프데스크'를 주말과 공휴일에도 운영하며 소상공인들의 접수를 지원했다. 

고객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밝힌 뒤 지난 26일까지 서비스 장애사실 접수를 받았고, 20일부터는 온라인 접수도 시작했다.

또한 이메일을 통한 문의 접수도 진행하며 헬프데스크 운영시간 외 부재중 전화도 확인한다. KT는 부재중 전화 고객에게 연락해, 접수고객의 누락을 최소화 한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은 애매한 보상 대상과 기준, 장애사실 접수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사건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보상(補償)’이란 ‘남에게 끼친 손해만큼 갚는다’는 뜻이다. 소상공인들이 받은 피해와 마음 고생을 모두 치유해줄 확실한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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