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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차는 \'레몬\'입니까

당신의 차는 '레몬'입니까③

韓 레몬법 "법 자체가 레몬"…美 레몬법과 '천양지차'

2019. 02. 21 by 김은주/안진영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안진영 기자]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그동안 신차에 문제가 생겨도 그저 ‘뽑기’에 실패한 본인의 불운을 탓하는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었다.

교환이나 환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가능하긴 하다. 

일단 차량의 중대한 결함으로 목숨에 지장을 초래 할만한 ‘블록버스터급’ 위기 상황을 세 번 견뎌내야 한다. 그 후에는 발생한 사고의 책임이 자동차의 결함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 내고, 이를 업체가 인정하면 된다. 

간단히 말해 사실상 신차 교환·환불은 어렵다.

다행히 올해부터는 사정이 다소 달라지게 됐다. 신차를 산 뒤 고장이 반복될 때 교환·환불받을 수 있는 한국형 ‘레몬법’이 1월 1일부로 시행 중이다.

그런데 레몬법이라고 다 똑같은 레몬법이 아닌 모양이다.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은 레몬법의 원조 미국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미국 레몬법은 얼마나 소비자에게 유익하기에 한국형에 대해 ‘유명무실(有名無實) 레몬법’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일까.

■ 오렌지인 줄 알았는데 레몬일 때…

(출처=PIXABAY)
(출처=PIXABAY)

미국에서 결함이 있는 불량품은 일명 ‘레몬’에 비유된다. 겉이 멀쩡해 보여 달콤한 오렌지(정상 제품)인 줄 알고 집었는데 예기치 못하게 시큼한 레몬(불량품)이 잘못 걸린 경우다. 얼굴이 구겨질 만큼 참기 힘들지만 뱉어내기 쉽지 않다. 수천만 원을 주고 산 자동차가 애물단지가 돼 버린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에 ‘2016 신차 교환․환불기준에 관한 소비자분쟁해결기준(자동차 품목)의 개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대다수의 나라들은 ‘소비자기본법’에 따라 자동차의 품질보증을 일반적인 소비재와 함께 동일한 법에서 취급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까지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라 분쟁을 처리했지만 이는 강제성이 없다는 허점을 가지고 있다.

이른바 ‘소송의 왕국’ 미국은 차량 및 전자제품을 일반 소비재와 차별화 해 취급하는 ‘레몬법(Lemon Law)’을 일찌감치 시행했다. 레몬법의 미국의 대표적인 소비자 보호법이다.

최근 국내에서 BMW 화재 사건 등 불량 자동차 문제가 공론화 되면서 한국형 레몬법 시행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나라도 올해 1월 1일부터 신차 불량 문제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는 레몬법 시행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 미국의 레몬법

미국은 신차 교환․환불기준을 법률로 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가다. 지금으로부터 무려 45년 전인 1975년 연방정부 차원에서 레몬법이 처음 만들어졌다.

이후 1982년 코네티컷 주(州)의 입법을 시작으로 델라웨어, 플로리다, 조지아, 매사추세츠, 뉴햄프셔, 뉴저지, 뉴욕, 로드아일랜드, 텍사스, 버몬트, 캘리포니아 등 현재 모든 주에서 제정돼 시행되고 있다.

사업자 또는 주(州)가 정하는 구매 후 기간(보증기간)이나 주행 거리 내에 발생하는 고장 횟수에 따라 거래 부적합 차량으로 추정한다.

주(州)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개 차량 구입 후 안전 관련 고장으로 2번 이상, 일반 고장으로 3~4번 이상 수리하면 해당 차를 교환‧환불받을 수 있다.

(출처=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책동향 제76호)
(출처=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책동향 제76호)

핵심 기준으로는 ‘동일성’, ‘생명․신체 등의 안전에 영향을 주는 부적합’, ‘누적이용불가일’ 등이 있다.

사업자가 충분한 수리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물리적으로 하자를 수리할 수 없다면, 사업자가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차량을 인도하지 못했음을 인정하도록 하는 기준을 만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레몬법에 해당되는 차량으로 인한 피해 비용은 물론, 변호사 선임 비용 또한 제조사에서 부담하도록 돼 있다.

신경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오길영 교수는 “미국은 자동차법이 가장 잘 구축된 나라다. 교통국이 따로 있는데다 아주 세밀하게 만들어진 진정한 의미의 자동차안전법을 세 가지나 가지고 있다”며 “여기에 징벌적손해배상제도와 집단소송제도 등도 마련 돼 있으니 날고 기는 자동차업체들도 미국 진출은 겁을 낼 정도”라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소비자가 자동차 업체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기에 미국 정부는 소비자 입장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업체를 상대한다"며 "자동차 문제에 대해서 정부 관리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 캘리포니아 레몬법

미국 각 주의 레몬법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바로 캘리포니아 레몬법이다. 기준이 더 엄격한 곳도 있고 더 느슨한 곳도 있는 가운데, 캘리포니아 레몬법을 가장 합리적이고 적정한 수준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기 때문이다.

캘리포니아는 시동 정지 등 사망이나 중상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동일한 하자’로 인해 수리를 2번 이상 받은 경우, 혹은 동일한 차량 이상으로 인해 수리를 4회 이상 받은 경우, 수리기간이 30일 이상 일 경우에 레몬법이 적용된다.

올해부터 시행된 우리나라 레몬법은 중대한 하자는 2회 수리, 일반 하자는 3회 수리하고도 결함 시정에 실패하거나 총 수리기간이 30일 초과 경우로 지정하고 있다. 단순히 횟수로만 따지면 우리나라 기준이 더 소비자 친화적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바로 보증기간과 보증주행거리다.

캘리포니아 레몬법은 자동차를 구입한 첫 18개월 또는 주행거리가 1만8,000마일(2만8,968 킬로미터) 이내인 자동차로 대상을 한정한다. 둘 중 하나라도 해당되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신차 구매 후 12개월 이내로 미국보다 교환‧환불 가능한 기간이 짧고, 주행거리도 2만km 이내여야 가능하다. 심지어 둘 중 하나라도 초과하면 레몬법 대상 차량이 되지 못한다.

미국보다 대상 차량 범위가 좁더라도 어찌됐든 법으로 강제성이 부여된다는 사실만으로도 레몬법 시행은 소비자들에게 그 자체로 분명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법 규정이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 적용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그 배경에는 국내에서는 징벌적 손해보상제도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근본적 맹점이 자리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천문학적 벌금을 물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함께 병행되지 않는 한 한국형 레몬법은 유명무실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회의적 의견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6개월만 지나도 결함 여부에 대한 입증도 제조사가 아닌 소비자가 밝혀야 하는 구조다. ‘자동차안전‧하자 심의위원회’의 역할도 현재로선 모호하다.

서울YMCA 성수현 간사는 “레몬법이 아직 시작 단계이니 만큼 앞으로 조금씩 보완이 필요하다"며 "집단소송제도나 징벌적배상제도가 도입돼야 결함 및 하자 발생 시 소비자의 대규모 피해를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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