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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를 위한 택시는 없다

소비자를 위한 택시는 없다①

"택시로 카풀?" 대타협기구에 소비자 왜 없나

2019. 02. 08 by 송수연 기자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카카오모빌리티의 승차공유 서비스 '카풀'의 시계가 멈췄다.   

지난해 12월 중순 본격적으로 운영될 예정이었던 '카풀'이 택시업계 반발에 부딪혀 서비스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거센 택시업계의 저항으로 제대로된 카풀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일부 소비자들은 기득권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의 선택권까지 침해받고 있다며 택시업계의 반응이 지나치다고 비판하고 있다.

기존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카카오와 택시업계, 정부와 정치계가 모여 카풀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운영할 방법을 모색했고 그 결과, '자가용' 대신 '택시'를 통한 교통서비스 제공하자는 첫 번째 합의안이 도출됐다.

문제는 이 합의에 이용자의 의견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작 이용할 사람들의 니즈는 파악하지 않고, 성난 택시업계 달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 자가용 대신 택시를?

카카오가 먼저 한 발 물러섰다.

카풀은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이하 카모)의 주력 서비스다. 카풀 서비스 중단은 카모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양보라고 할 수 있다.

카모의 양보에 그동안 꿈쩍 않던 택시업계도 갈등 해결에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택시-카풀 테스크포스(TF) 전현희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가지회견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기구 제 2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출처=전현희 의원실)
택시-카풀 테스크포스(TF) 전현희 위원장(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가지회견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기구 제 2차 회의 결과를 발표했다. (출처=전현희 의원실)

그동안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 중단을 조건으로 사회적대타협기구 참여를 미뤄왔는데, 카모의 결단에 사회적대타협기구에 동참키로 나름의 결단을 내린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사회적대타협기구는 정·당·카풀·택시 관련 단체들이 참여, 택시와 플랫폼의 상생발전을 위해 다양한 해법을 논의하게 될 예정이다.

그러나 논의의 장에서도 택시업계의 일방적인 태도는 변함 없을 것이라는 게 일각의 시선이다.

주요 택시단체로 구성된 불법 카풀 비상대책위원회가 “사회적대타협기구가 카풀 개방 전제로 운영될 시 어렵게 마련된 대화의 장이 좌초될 수 있다”며 “카풀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

택시업계의 일관된 고집 때문인지 최근 택시-카풀 사회적대타협기구가 내놓은 첫 합의안은 다소 택시업계 편에 쏠려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첫 합의안의 골자는 ‘자가용 대신 택시’로 카풀 서비스를 제공하자는 내용이다. 현재 이 합의안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며 사회적대타협기구의 3차 회의는 오는 11일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다.

■ 사회적 대타협?…소비자 왜 없나

사회적대타협기구의 첫 합의안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두 비즈니스 간의 일방적인 타협 결과일 뿐 소비자들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용자인 드라이버나 라이더의 목소리를 반영할 공청회 한 번 열지 않고 대타협이 이뤄졌다.

카풀-택시 갈등이 워낙 민감하고 첨예하다보니 이에 대한 해소가 우선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이를 이용할 소비자들이 배제된 합의안은 ‘반쪽짜리’라는 게 소비자단체의 지적이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관계자는 “사회적대타협이란 이름으로 난 결론이 무색하게 소비자 목소리를 담지 않은 것이 아쉽다”면서 “사회적대타협기구라지만 그 안에 소비자 목소리를 대변할 단체가 없어 사실상, 택시업계 위주로만 대타협이 이뤄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소비자단체는 "사회적대타협이라는 기구가 약간 변질된 것이라고 본다"면서 "두 비즈니스의 대타협으로만 생각하는 방향이 돼 버린 것 같아 안타깝다"고 꼬집었다.

김길래 카풀러 대표도 이용자들 목소리가 녹아들지 않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 대표는 “이용자들을 위한 (운송수단)서비스의 발전이 택시에서 이뤄지든 카풀에서 이뤄지든 간에 이용자들의 참여를 통한 대타협이 이뤄지는 게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며 “카풀 TF에 이용자 입장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카풀 TF 측에서는 카풀러 모임이 참여하게 되면 택시 쪽에서도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또 다른 단체가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생각해 볼 문제는 택시업계는 노조를 포함한 4개 단체가 대타협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택시 4개 단체가 현재 대타협기구에 속해 있는데 이 가운데 택시노조단체도 있다”면서 “사실, 밸런스를 위해서는 카카오에 카카오 이용단체가 들어가는 게 맞는데 카풀 TF 측 의견이 그러니 기회가 되면 대타협에 참여하고 싶다는 의사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 “신사업 때마다 충돌”…시스템 통한 해소 필요

카풀뿐 아니라 우버도 몇 년 전, 카풀과 비슷한 논리로 택시업계의 반발을 샀다.

‘혁신’의 신사업에는 ‘생존권’을 사수하기 위한 전통산업의 반발이 커 신사업의 날개를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출처=언스플래시.
출처=언스플래시.

이 때문에 소비자단체들은 시대의 흐름과 기술 발전에 따른 사회적 합의 시스템이 마련돼 관련 갈등을 제도적으로 풀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관계자는 “기존 기득권이 신규서비스로 인해 피해를 받는 일은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질 때 마다 분명 존재할 것”이라며 “그럴 때 마다 사회적 갈등을 빚고 분신하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도록 놔둔다면 그것은 사회적 낭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우선돼야 한다”면서 “이번처럼 특정 단체의 목소리가 강하게 반영되지 않도록 다양한 구성원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하루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고 첨언했다.

또 다른 소비자단체인 소비자주권회의에서는 적재적소의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논란은 정부의 책임도 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택시가 과포화 상태가 돼버렸는데 정부는 제도로서 조정하거나 개입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다”며 “현재 이 시장은 새로운 제도가 정착하기 쉽지 않은 상황인데다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어 시간을 갖고 여러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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