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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차는 '레몬'입니까⑥

[인터뷰] 김필수 대림대 교수 "현행 레몬법, 교환·환불 거의 불가능"

2019. 03. 05 by 김현우 기자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량은 세계 7위(2018년 기준) 수준으로 과거에 비해 위상이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이다.

자동차 산업은 우리나라 연간 총 수출액 중 11.31%(2017년 기준. 산업통상자원부)를 책임지고 있다. 또 35년 연속 무역흑자를 달성하며, 무역수지 흑자의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다만 자동차 강국에 사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자동차 업계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급발진을 하고, 길 위에서 차가 멈추고, 불이 나는데도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보호받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올해 1월부터 '레몬법'이 시행됐으나 벌써부터 형편없다는 평가가 줄을 잇는다. 

<컨슈머치>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은 꼭 들어봤을 인물을 만나 레몬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 2009년 미국 마르퀴스후즈후(Marquis Who’s Who)가 발행하는 세계인명사전(Who’s Who in the World)에 이름을 올렸다. 마르퀴즈 후즈 후 더 월드에 등재되기 위해선 몸담고 있는 분야의 3% 이내 전문가로 인정받아야 한다.

그는 국내 자동차 정책 전문가로 굵직한 업적을 남겼다. 대표적으로 ‘광주형 일자리’를 꼽을 수 있다. 그는 지난 2014년부터 광주형 일자리사업 자문위원회에 참여해 기틀을 만들어 온 장본인이다.

<컨슈머치>는 대림대학교에서 자동차과 김필수 교수를 만났다.

지난 1월 30일 대림대학교 자동차관에서 김필수 교수를 만날 수 있었다(사진=김현우 기자)
지난 1월 30일 대림대학교 자동차관에서 김필수 교수를 만났다(사진=김현우 기자)

김 교수는 레몬법이란 단어를 듣자마자 "레몬법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시행 초기부터 많은 허점이 드러나고 있어 소비자에게 혼란만 주고 있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실제 레몬법이 시행된 지난 1월 1일 이후 인터넷커뮤니티 등에는 레몬법에 대해 문의하는 글이 다수 등록됐다.

레몬법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차량매매계약서에 신차 교환‧환불에 관한 조항이 기재돼야 하는데, 새해 들어서도 판매 현장에서 작성하는 계약서에는 관련 조항이 없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계약서에 레몬법에 대해 명기하지 않았을 때 적용이 안 되는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 “법을 만들었으면 신차 구입 시 자동으로 적용되게 해야지, 계약서상에 신차 환불‧교환에 대한 조항이 있어야만 법을 적용받을 수 있다면 어느 업체가 조항을 넣으려고 하겠는가”라며 의문을 표했다.

또 김 교수는 “벌써 시행이 된 상황인데, 아직까지 협의 중이면 실제 현장에서 적용이 제대로 이뤄지겠는가. 결국 국토부가 마음만 앞선 탓에 설익은 법이 나온 셈”이라며 “현행법으로는 신차 교환‧환불이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김필수 교수(사진=김현우 기자)
김필수 교수(사진=김현우 기자)

사실 김 교수는 레몬법이 태동할 때부터 철저한 준비 없이는 의미가 없는 법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혀 왔다.

특히 “기저 관련법 없는 레몬법은 절름발이 법”이라는 강경한 표현까지 써가며, 기저 관련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많이 알려진 대로 한국판 레몬법은 미국 레몬법에 기원을 두고 있다.

두 법에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결함이 존재하는 신제품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한다는 기본 골자는 동일하다. 하지만 한국에는 소비자 보호법이나 징벌적 손해배상 등 레몬법을 보완할 수 있는 기저관련법이 미비하다.

김 교수는 “한국판 레몬법은 미국의 레몬법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중요한 점은 미국의 경우 레몬법 기저에 소비자 관련 법규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라며 “이런 기저 관련법은 업체들로 하여금 자진해서 레몬법을 지키게끔 만드는 강제력으로써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소비자 관련법이 미흡하다. 이는 업체에서 교환‧환불 안한다고 할 경우 처벌할 수 있는 규정 자체가 없다는 것”이라면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기저관련법 없는 레몬법은 절름발이 법이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레몬법의 성공적인 국내 정착을 위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순자 위원장 등 소관위 의원들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와 입증책임 등 기저관련법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는 등의 노력을 취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은 자사 차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제조한 업체가 입증해야하는 구조다. 그래서 재판과정에서 합의를 종용한다. 이 사실을 박순자 의원에게 알려서 자동차관리법에 입증책임의 내용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 소관위 의원들을 중심으로 최대 5배까지 업체가 배상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6개월을 기준으로 입증책임 전환 내용이 담긴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발의돼 법에 적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교수는 징벌적 손해배상 최대 배상액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 최대 배상액은 당초 10~20배까지 이야기가 나왔다가 5배 수준으로 조정된 것”이라며 “배상액 규모가 피해액의 10~20배 정도까지 늘었으면 제조사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최대 5배 정도는 제조사가 중요한 문제가 터졌을 때 벌금을 내는 수준에서 끝낼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6개월 입증책임 전환’에 대해 6개월의 근거가 무엇이냐며 강하게 비판했다. 레몬법에는 6개월 이내에 발생한 결함은 업체가 입증하고, 기간 이후 발생한 결함은 소비자가 입증한다고 명시돼 있다.

김 교수는 “명확한 근거 없이 ‘6개월 이내 하자는 제조사 책임, 6개월 이후 하자는 소비자 책임’이라고 정한 것이다. 근거 없이 아무렇게나 던진 기간을 법에 적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으로 있었을 때 가장 어려웠던 점이 결함을 입증하기 위해 업체 측 전문가와 치열하게 싸운 것”이라며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게 업체 측 전문가들인데, 일반 소비자가 이들을 상대로 책임을 입증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밝혔다.

김필수 교수(사진=김현우 기자)
김필수 교수(사진=김현우 기자)

김 교수는 레몬법 시행과 함께 발족한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에 대한 의문과 우려도 나타냈다.

심의위란 국토부가 지정한 법학, 자동차, 소비자보호 등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기구로 차량의 교환·환불 여부 판단을 내린다. 특히, 심의위가 내린 결정은 법원의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김 교수는 “예컨대, 비오는 날 밤에 운전을 하다가 시동이 꺼졌을 경우 운전자 입장에선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 된다. 하지만 그 원인이 차량 운행에 아무런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부품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이는 일반적인 하자가 된다”며 “겪는 사람에 따라 수천만 가지에 달하는 자동차 결함을 어떻게 일반적 하자와 중대한 하자로 구분하려는 것인지 물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김 교수는 심의위의 독립성 또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각계 전문가를 모았지만 결국 정하는 건 국토부다”라며 “국토부가 자기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히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심의위의 존재의의 자체에 의문을 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미국의 도로교통안전국(NHTSA)를 예로 들며 “NHTSA는 미 교통부 산하 기관이지만 리콜을 지시하는 막강한 권력을 쥐고 있다, 그 이유는 수백 명에 달하는 전문가로부터 나오는 전문성과 이를 받쳐주는 기저관련법에 있다”며 “앞서 말했듯 업체전문가들이 아니라고 할 때 이를 정부와 소비자가 증명해야 하는 특이한 사회구조에서 심의위에 전문가들 모셔다놓으면 뭐 하는가. 현재 레몬법은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동차관리법에 레몬법 조항이 포함된 부분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미 존재하는 관련법과의 연계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 우리나라의 자동차관리법은 누더기법이다. 법이 엉망진창이다. 50년 전에 제정된 법에 새로운 것들이 추가될 때마다 억지로 끼워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며 “애초에 자동차관리법은 자동차 등록이나 관리를 위한 법이다. 왜 행정법에 소비자보호법을 우겨넣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 탓에 소비자기본법이라든지 자동차관련 분쟁해결기준이라든지 이미 존재하는 소비자 관련 모법과의 연계가 하나도 이뤄지지 않는다”며 “자동차관리법을 기준법과 안전법 등으로 따로 분리하거나 레몬법 자체를 소비자기본법 등에 넣는 편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필수 교수(사진=김현우 기자)
김필수 교수(사진=김현우 기자)

다만 김 교수는 레몬법 자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2015년에 자동차와 교환·환불에 관련된 사안이 약 300건 있었는데, 이 중 실제로 교환이 이뤄진 것은 3건에 불과하다. 이 중 한 건은 광주 ‘벤츠 골프채’ 사건의 차주”라며 “소비자가 이 정도의 퍼포먼스, 정말 울분에 차지 않으면 교환 환불이 아예 안 되는 것이 한국이다. 여전히 자동차 분야에 있어서 소비자가 '봉'인 상황이란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레몬법의 등장 자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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