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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일자 표기 그래서 안전한가요

산란일자 표기 그래서 안전한가요④

신선한 달걀의 조건…'산란일자' 아닌 '유통과정'

2019. 03. 21 by 송수연/전향미 기자
출처=픽사베이.

[컨슈머치 = 송수연 전향미 기자] 정부가 ‘산란일자’를 달걀 껍데기에 표시하도록 하면서 소비자들은 가장 최근에 낳은 달걀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매장에 진열된 달걀 중 산란일이 가장 최신인 것이 신선도면에서는 믿음직스러운걸까?

관련업계의 답은 “NO”다.

달걀의 신선도는 산란일만으로 보기에는 꽤 복잡한 속내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달걀은 어떻게 소비자 손으로 들어올까

달걀은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손에 들어온다.

닭에서 나온 달걀을 싣고, 나르고의 반복이다. 그야말로 이동에 이동을 거쳐 소비자의 손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 과정을 본격적으로 설명하기 전에 이동 과정을 간략하게 요약하면 농가에서 나온 달걀은 수집판매업자 또는 달걀유통센터(선별포장처리장, Grdaing&Packing 이하 GP센터)를 거쳐 도매업자, 소매업자를 통해 최종적으로 소비자의 손에 들어간다.

구체적으로 농가에서는 닭이 달걀을 낳으면 중량대로 구분해 적재해 놓고 중간상인을 기다리게 된다.

농가에서 달걀이 출하되는 유통경로는 크게 두가지 형태다.

중소규모의 수집판매업체가 계사에 방문해 수집해가거나 GP센터 등으로 보내지는 경우다.

각각의 곳에서 세척 등 포장 단계를 거치면 도매 단계를 거쳐 소매점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소비자에게 유통되는데 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수집판매업체들은 2~3일에 한 번 농장에 들러 계란을 수거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가는 2~3일 동안 낳은 달걀을 같은 날짜에 출하한다.

수집판매업체는 또 다시 도소매장이나 급식 업체로 달걀을 유통시키는데 즉시 운반하지 않는다.

수집판매업체는 농가에서 받은 달걀을 세척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거쳐 도소매 및 급식회사로 보낸다. 이 과정도 1~2일 소요된다.

GP센터도 수집판매업체와 같이 농가에서 받은 달걀을 세척하고 포장하는 과정을 거쳐 도소매장으로 보내기 때문에 소비자가 달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짧은 시간은 산란일로부터 4일 후다.

대한양계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닭이 달걀을 낳은 시점으로부터 소비자의 손으로 최종적으로 도착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10일이 평균”이라며 “농가에서 직접 받는 게 아니라면 산란일과 소비자 구매 시점은 어느 정도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통상인이 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 낳은 달걀은 월요일까지 농가에 보관되기 때문에 휴일이 낀 날은 산란일로부터 더 멀어진 상태로 유통된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묵은 달걀로 볼 수 있다”다고 덧붙였다.

출처=풀무원.
출처=풀무원.

■산란일자 봐도 유통 과정 모르면 꽝?

달걀이 가진 유통구조상 어쩔 수 없이 산란일자와 판매시점에는 차이가 생기게 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의 구매시점에서 보면, 아무리 산란일이 빠른 달걀일지라도 이미 며칠 묵은 상태의 달걀이다.

다만, 달걀은 유통기한이 길기 때문에 온도 관리만 잘하면 세상에 나온 지 20일이 지난 달걀도 1~3일 된 계란의 품질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게 양계농민들의 입장이다.

달걀의 유통기한은 유통 과정에서 많은 영향을 받는데 상온에서 유통할 경우 유통기한은 3주며 0~20도 이하의 저온 상태를 유지하거나 냉장상태로 유통하면 8주간 유통할 수 있다.

GP센터의 경우는 냉장차로 적정 온도를 유지해 유통하는 반면, 수집판매업체들은 일반 트럭으로 달걀을 운반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규모가 큰 수집판매업체들 가운데서는 냉장차를 도입해 달걀을 유통시키기도 하지만 대다수 트럭으로 운반한다.

볕이 뜨거운 한 여름에는 낳은 지 2~3일된 달걀도 상온 보관 시 신선도가 급감해 달걀의 신선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문제는 소비자가 일반 마트에서 달걀을 구입할 때 이 달걀들이 어떤 유통 과정을 거친 채 판매되는 지 알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일단 대형마트 등의 판매대에 오르면 냉장 판매되기 때문에 달걀을 깨보는 게 아니라면 산란일자로 신선도를 판단하기 어렵다.

실제로 국내 GP센터는 50개인 반면 수집판매업체는 식약처에 등록된 업체만 1,800여 곳으로 대부분이 수집판매업체를 통해 유통되고 있다.

GP센터가 소화하는 물량은 전체물량의 30% 남짓으로 나머지는 수집판매업체에 의해 소매점으로 넘어간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현재 대부분의 달걀이 상온에서 유통되고 있어 산란일자 보다 유통방식이 달걀 품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면서 “고품질 달걀이더라도 저온보관 상태가 유지가 되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즉, 소비자가 산란일자만 보고 달걀의 신선도를 판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 유통시스템 개선 돼야

달걀의 안전성과 신선도를 위해서라면 콜드체인시스템(냉장유통체계) 구축이나 GP센터를 확충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농가의 입장이다.

우유처럼 생산부터 소비 단계까지 콜드체인시스템을 도입해 신선도를 관리하는 것이 산란일자 표시제 보다 먼저라는 것.

GP센터처럼 위생 및 방역 시스템이 마련돼 있거나 체계적인 냉장 유통이 된다면 문제없지만 중소규모의 상인들은 냉장차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또 일부 도소매점에서는 기껏 냉장차가 운송한 달걀도 상온에서 판매하기도 한다.

양계협회가 “달걀 신선도는 산란일이 아니라 보존온도”라고 쓴 소리를 하는 이유다.

협회 관계자는 “상온 이동되는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며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이미 몇 십년 전부터 달걀이 GP센터로 들어오는 대로 냉장 컨테이너로 들어가 매장까지 일정한 온도로 저온 이동을 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남기훈 채란위원장을 비롯한 생산자들은 “품질에 이상이 없는데 산란일자가 늦은 계란이 ‘나쁜 계란’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산란일자표기 보다는 식용란선별포장업 시행에 앞서 계란을 신선하게 유통할 수 있도록 콜드체인시스템 확립과 함께 GP센터 설립이 절대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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