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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보험료가 오른 이유

당신의 보험료가 오른 이유④

‘기상천외’ 보험금 노린 황당 사건…“이렇게까지 해야 합니까?”

2019. 05. 03 by 김은주 기자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하반신이 마비 판정에 절망에 빠진 채 1년간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남자가 어느 날 벌떡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자동차 사고로 실명 돼 앞이 보이지 않던 사람이 운전대를 잡고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한다.

감동적이고 놀라운 기적의 순간들이 아니다. 한숨이 나오는 보험사기의 현장이다. 거액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벌이는 눈물겨운 사기 행각들, 자세히 살펴보면 그 수법도 참 가지가지다.

(출처=금감원 2008년도 보험사기 예방 포스터)
(출처=금감원 2008년도 보험사기 예방 포스터)

■ “앞은 안 보이지만 운전은 할 수 있습니다”

트랙터 운전자 A씨는 전복사고를 당해 오른 쪽 눈 시력은 100%, 왼쪽 눈 시력 97% 상실해 2억 원의 보험금을 탔다.

A씨는 완전 실명에 가까운 상태였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앞이 보이지 않는 A씨가 얼마 후 자동차보험에 가입하고 운전을 시작한 것이다.

실상 A씨는 교통사고로 1,700만 원의 보험금을 수령했다가 보험사기의 꼬리가 밟혔다. 중증 시력장해자임에도 운전 중 사고가 발생한 점에 수상히 여겨 조사를 실시해 보니 A씨가 다른 사람이 돕지 않아도 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 파악된 것.

이 밖에도 안 들리는 척, 못 움직이는 척 중증장애를 겪는 것처럼 행동해 거액의 보험금을 부당 수령하는 보험사기 수법도 흔하게 벌이지는 보험사기 유형이다.

크레인 적재함에서 일하다 추락한 B씨는 척추손상으로 인한 양측 하지마비 등으로 보험금 10억 원을 수령했다.

중추신경계 또는 정신에 뚜렷한 장해를 남겨서 평생토록 ‘항상간호’를 받아야 한다. 이는 다른 사람의 수발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경우로 ‘수시간호’보다 장해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진단서만 보면 일상생활이 아예 불가능한 수준이지만 현실은 딴판이다. 운전은 물론이고 취미로 운동까지 즐기는 B씨의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B씨 역시 A씨와 마찬가지로 장해진단 후 2개월이 지지나지 않은 시점부터 운전을 시작해 4회의 교통사로를 당해 1,900만 원의 보험금 받은 점이 수사망에 걸리면서 보험사기의 전말이 밝혀졌다.

■ “내가 교통사고 가해자입니다, 입건해주세요”

교통사고 가해자로 일부러 경찰에 입건돼 5년 간 10억 넘는 보험금을 타낸 사례도 있다. 말만 들으면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사건이다.

경기도 부천의 한 사거리에서 일어난 사고다. 신호 대기 중인 승용차를 우회전 차량이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들이받았다. 다툼 없는 가벼운 사고였지만 가해자 C씨와 일당들은 이 사고로 보험금 5,900여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뒤 스스로 경찰에 신고를 해 교통사고 가해자가 되기를 자처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월 1만∼2만원짜리 운전자보험에 가입해도 입건된 가해자에게 위로금과 변호사비용, 벌금 등을 정액 보장해주는 점을 악용한 것.

당시 적발된 10여 명은 사고 전에 최대 15개까지 중복 가입해 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을 사용했다. 같은 방식으로 2009년 5월부터 2015년 6월까지 5년간 27차례, 10억 5천여만 원을 타냈다. 이는 2009년 이전까지 운전자보험은 중복가입이 가능했기에 가능한 보험사기 유형이다.

(출처=PIXABAY)
(출처=PIXABAY)

■ “남편이 실종됐습니다” 호화생활 누린 부부

2002년 1월 경남 통영시 앞바다에 낚시를 갔던 남편 D씨가 바다낚시 도중 사리지자 깜짝 놀란 아내 E씨는 경찰에 곧장 실종 신고를 했지만 끝내 남편을 찾지 못했다.

해경은 바다 낚시터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현장에서 발견된 남편의 흔적은 부러진 낚싯대와 신발 한 켤레뿐이었다.

남편을 잃고 한동안 아내는 동네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살았으나, 이는 사실 연극에 불과했다. 남편은 죽지 않고 살아있었으며, 실종 사고 위장 두 달 전에 가입한 생명보험사 3곳으로부터 사망보험금 약 12억 원을 타내 부부는 7년 여간 호화생활을 누려왔다.

거액의 보험금으로 아파트와 상가를 구입하고, 고급 외제차 두 대를 리스한 남편 D씨는 심지어 외제차 동호회에 가입해 보란 듯이 레이싱을 즐기기도 했다.

이들 부부의 위태로운 보험사기 행각은 그렇게 완전범죄로 막을 내리는 듯 보였으나 공소시효(7년)를 6개월 남겨 두고 금융감독원 보험범죄센터에 남편 D씨가 살아있는 것 같다는 한 통의 제보 전화가 걸려오면서 덜미가 잡혔다.

■ 10년간 사지마비 행세…청춘은 무엇으로 보상받나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팔다리가 마비된 것처럼 속여온 부녀 사기단이 지난해 결국 경찰에 붙잡힌 일도 있다. 10년 동안 병원도 속이고 법원도 속여 그동안 3억 원의 보험금을 타냈는데, 밤에 무심코 화장실에 가다가 거짓말이 들통났다.

경찰 수사 결과 보험설계사로 근무해 온 어머니가 딸에게 직접 환자 행세를 시켜 약 3억 원의 보험금을 수령하고, 이후 21억 원의 보험금을 추가로 받기 위해 현재 법적 소송까지 진행 중인 사건이었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환자 행세를 시작해 병원에서 약 10년을 낭비한 F씨는 외출할 때도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주변을 살피는 등 철저하게 이웃과 의료진까지 속이는 이중생활을 했다.

결국 지난해 5월 인천의 한 요양병원에 입원하던 중 밤사이에 멀쩡히 화장실에 가는 모습이 주변 환자들과 간호사에 목격돼 보험사기 행각이 밝혀지게 됐다.

몸에 소변줄까지 삽입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던 F씨가 자신의 20~30대를 낭비하며 사지마비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는 주변 사람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추후 경찰이 증거로 확보한 그녀의 휴대전화 속에는 발을 힘차게 구르며 그네를 타는 모습도 촬영돼 있었다.

정관성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팀장은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져 다른 보험 소비자의 피해를 유발한다”며 “허위·과다 장해진단서로 보험금을 편취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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