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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보험 들까 말까

펫보험 들까 말까④

반려인들 "펫보험 관심없다, 차라리 적금"

2019. 05. 20 by 송수연 기자

[컨슈머치 = 송수연 기자] 펫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반려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하고 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문화가 확산되면서 반려동물은 이제 단순히 양육해야 할 대상이 아닌 가족구성원 중 하나로 인식하는 시대가 됐다. 

그만큼 반려동물의 건강 문제는 사람만큼이나 중요해졌고, 반려동물을 위한 의료·보험 서비스의 필요성도 높아졌다.

특히 의료서비스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반려인들의 고민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진료비 문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펫보험인데, 지금까지 출시된 상품들은 반려인들의 호응을 얻어내지 못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댕댕이' 진료비 폭탄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반려동물 관련 지출 중에서 사료 및 간식비에 이어 큰 부분이 질병과 부상에 따른 치료비다.

동물병원 진료비는 일반병원 치료비보다 2~3배 정도 비싸 많은 반려인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또 동물병원 진료비가 표준화돼 있지 않아 반려인들은 필요한 금액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2017년 손해보험협회의 조사를 보면 반려견·묘의 예방접종 비용과 검사비, 중성화 수술비, 치석 제거비 등은 병원에 따라 최대 9배까지 차이가 났다.

수백만 원에 달하는 수술비 폭탄을 맞는 경우도 종종 있다.

대형 반려인 커뮤니티 회원인 tnwl****는 “푸들 키우고 있고 12살 정도 됐는데 백내장이 와서 수술비만 450만 원이 들었다”며 “입원비까지 생각하면 더 큰 돈이 들어갈 것 같은데 모아둔 돈이 조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다.

이어 “이런 일을 겪다 보니 펫보험에 관심이 있는데 추천하는 사람보다 비추천하는 경우가 많더라”이라고 전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 보장 부실, 가입 기준 깐깐, 반려인 ‘불만’

다수의 반려동물 커뮤니티를 둘러보면 많은 수의 반려인들이 “펫보험 가입은 아직까지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한국펫사료협회가 지난해 9월 11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경기 및 주요 광역시에 거주하는 반려견, 반려인 보호자 대상 1,000명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기르는 반려동물의 87%가 보험에 가입되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가입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31.9%로 가장 많았고 보험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는 응답자도 29.4%나 됐다. 보험료가 부담되서 보험을 가입하지 않았다는 응답도 22.3%로 그 뒤를 이었다.

반대하는 반려인들은 대개 납입하는 보험료에 비해 보장 범위가 작고, 견령에 따라 가입조차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다.

117만7,000명의 회원을 보유한 강아지를 사랑하는 모임(이하 강사모)의 한 반려인은 “작년에 보험 상담을 받은 적이 있는데 선천적·유전적 질병, 전염병, 알 수 없는 상해, 치과치료 등은 보장이 안 된다고 하더라”며 “슬개골 탈구도 유전적 요인이고 피부질환도 유전 또는 전염인 경우가 많은데 보험으로 보장 받을 수 있는 게 없는 것 같아 보여 가입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슬개골(무릎뼈) 탈구는 주로 소형견들이 않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최근에는 보장 내용을 확대한 상품도 출시되고 있지만 여전히 불만은 남아있다.

강사모의 또 다른 회원은 “슬개골 탈구도 보험이 적용된다고 하지만 몇몇 보험은 본인부담금이 30% 수준”이라며 “6만 원짜리 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하면 3년이면 210만 원의 지출이 있는 셈이고 슬개골 탈구 수술비가 300만 원 정도라고 하면, 자기부담금은 90만 원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계산이면 300만 원 짜리 수술을 그냥 300만 원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물론 3년 동안 진료 보며 일정부분 보험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대다수의 반려동물 보험은 갱신형이기 때문에 보험료가 얼마나 더 오르게 될지는 모를 일”이라고 꼬집었다.

30대 중반의 한 견주는 “지금은 국회에 계류된 반려동불법안도 많고 해서 보험 가입은 조금 기다렸다가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계류된 핵심 법안들이 통과되면 보험 상품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짐작했다.

출처=금융감독원 블로그.
출처=금융감독원 블로그.

■ 반려인 “보험보다는 적금이 낫다”

펫보험 가입을 반대하는 반려인들은 대안으로 적금을 추천했다. 실제로 보험 외에 반려동물을 위한 금융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신한은행은 반려동물 병원비나 사료 구입 비용을 모으는 ‘위드펫’ 적금을 내놨다. KEB하나은행은 반려동물 생애주기 통합 플랫폼 펫탁과 손잡고 펫 제휴 ‘시럽적금’을 출시한 바 있다.

한 반려견 모임의 관계자는 “100% 보장되는 보험도 없고 해서 10만 원씩 적금을 들고 있다”며 “70% 보장되는 내용으로 가입하려고 하니 보험비만 5만~6만 원 선이라 결정하게 됐다”고 전했다.

반려묘 커뮤니티 회원 lgh****는 “현재 손해보험사에 근무하는 두 냥이(고양이)의 집사다. 우리 회사도 펫보험이 있지만 가입하지 않는 게 낫다”면서 “차라리 그 돈으로 적금하고 애들 병원비 쓰는 게 낫다”고 충고했다.

달이와 별이 맘이라고 밝힌 한 반려견주는 “적금 안 깨고 넣을 자신 있다면 적금이 낫다”며 “보험은 가격대가 너무 비싸고 병원비도 다 보장해주는 게 아니라 자기부담금 빼고 또 거기에서 80%만 보장해주는데도 10년 넣으면 500만 원이 넘는다”고 지적했다.

박대곤 펫칼리지 대표는 한 강의에서 “미래에 확실시 되고 예측이 가능하며 예방 성격의 처치에 대해서는 보장해 주지 않는 것이 보험의 본질”이라면서 “펫보험이 동물병원비라면 전부다 보상해 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잘못된 인식에 대해 꼬집었다.

이어 “보험을 드느니 적금을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많지만 이 역시 펫보험이 모든 동물병원비를 보장해 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비롯됐다”며 “예방접종이나 중성화 수술 등 비교적 확실시 되는 일들을 위해선 적금을 드는 것이 맞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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