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Q

펫보험 들까 말까⑥

[인터뷰] 서윤석 메리츠화재 과장 "가입할 펫보험 없어 직접 펫퍼민트 만들었어요"

2019. 05. 21 by 김현우 기자
메리츠화재 장기상품파트 서윤석 과장
메리츠화재 장기상품파트 서윤석 과장

 

[컨슈머치 = 김현우 기자] “강아지를 키우고 있어서 펫보험을 알아보다가 시중에 나와있는 펫보험들 중에는 가입할 만한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메리츠화재 장기상품파트 서윤석 과장이 밝힌 애견보험 ‘펫퍼민트’의 탄생 계기다.

펫퍼민트는 출시 5개월여 만에 1만5,000건의 계약 건수를 달성했다. 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다. 경쟁사들의 펫보험 1년치 판매량을 전부 다합쳐도 펫퍼민트에 못 미치는 수준.

시장에 끼치는 영향력도 대단하다. 펫퍼민트가 지난해 10월 등장하자 경쟁사들은 자사 펫보험의 약관을 개정하는 등 펫퍼민트를 의식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컨슈머치>가 서 과장과 펫퍼민트에 대해 인터뷰를 나눴다. 아래는 서 과장과의 일문일답.

Q. 펫퍼민트를 어떻게 만들게 됐습니까.

A. 반려견를 키우고 있어서 펫보험 상품에 가입하려고 알아봤는데, 가입할 게 없더라고요.

제가 상품개발자이기도 하고, 그래서 직접 만들게 됐습니다.

 

Q. 아무리 상품개발자라도, 만들고 싶으면 만들 수 있습니까

펫퍼민트는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이었습니다. 다만 수익도 안 나고, 판매량도 적은데, 손해율은 높은 상품이라 외면받고 있었죠.

그런데 최근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반려동물 의료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걸 보고 펫보험의 필요성을 인지했습니다.

상품개발자는 R&D(Research & Develop, 연구개발)를 통해서 시장의 가능성을 판단하고 고객의 니즈를 판단해서 상품을 기획하고, 위험률 등을 계산해서 시중에 상품을 내놓는 일을 합니다.

상품을 개발한 후 회사에 보고하게 됐고, 회사는 당장의 수익보다 성장하고 있는 시장에서 조력자 역할로서 발을 들여보자는 취지로 추진했습니다.

펫퍼민트는 저를 포함해 상품계리, 오퍼레이션, 마케팅, 수의사 등 5명의 프로젝트 팀이 내놓은 결과물입니다. 저는 펫퍼민트의 상품개발자이면서 펫퍼민트 브랜드의 프로젝트 매니저를 맡았습니다.

 

Q. 펫보험계에서는 엄청난 성과, 만족하십니까.

당장 펫보험 시장에서는 9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만 회사 전체 매출액 대비 펫보험의 영향력은 1% 수준으로 여전히 작습니다.

또 펫퍼민트가 1만5,000건을 계약하면서 펫보험 시장이 주목을 받고 있지만, 전체 반려동물이 800만 마리 이상인 것을 생각하면 영향력 자체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벌써 뿌듯함을 느끼기보다 앞으로 펫보험 시장 활성화를 위해 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Q. 어떤 부분이 소비자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보는지.

가장 큰 요인으로는 ‘평생 보장’형 상품이기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연구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평균 수명은 15세인데, 펫퍼민트는 만 20세까지 보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타사의 경우 만 10~11세까지만 보장하는 상품이 많은데, 사실 이 시기가 보험이 가장 필요하거든요. 진짜 필요할 때는 결국 보장이 종료되는 것인데, 만 20세까지 보장하는 부분이 견주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습니다.

반면 펫퍼민트는 3년 단위 계약이고, 갱신 시 보험료가 오를 수는 있지만 재가입여부를 판단하는 심사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 번 가입하면 만 20살까지 보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Q. 화제의 펫퍼민트를 만든 개발자로서 자식같은 펫퍼민트의 또다른 장점을 더 말씀하실 수 있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저 스스로도 반려인이면서, 상품개발부서에 수의사도 있을 만큼 반려인들이 원하는 것을 잘 수렴했습니다. 당연히 완성도가 높지 않을까요.

구체적으로 펫퍼민트는 슬개골 탈구, 피부병, 구강질환을 기본 보장합니다.

뿐만 아니라 펫퍼민트는 견종별로 5개 그룹을 나누고, 그 특징을 반영해 보험료 산출을 하는 만큼 합리적입니다.

견종은 다양한데 소형견, 대형견으로만 나눠 보험료를 매기는 기존의 펫보험 상품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체중이 많이 나갈수록 마취 비용이나 약제비, 수술비 등이 더 많이 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견이어도 의료비가 적게 드는 견종도 있습니다.

견종별로 위험도를 나눠 보험료를 차등화해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한 점도 꼽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자동청구시스템으로 번거로움을 해소했습니다. 현재 국내 동물병원 중 60%에서는 자동청구가 가능합니다.

 

Q. 이것저것 다 좋으면 보험사 남는게 있습니까

실제로 많은 분들이 비슷한 우려를 했습니다.

과거 펫보험은 악순환의 연속이었습니다.

손해율이 높다보니 회사는 지급 기준을 높였어요. 예컨대, 슬개골 탈구를 기본 보장에서 빼버리고, 보장 횟수도 제한하고, 등록견만 받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상품 경쟁력이 없어졌고, 가입자는 점점 줄어들게 됐습니다. 가입자가 줄면 손해율과 보험료를 산정하는 보험의 기본 원리인 대수의 법칙이 무너집니다.

결국 역선택이 발생했고, 이러다보니 다시 손해율이 높아지고, 회사는 다시 보장 항목을 줄이면서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결국 해결 방법은 보험의 기본 원리인 대수의 법칙을 활용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많은 소비자들의 통계가 쌓여야 손해율도 분석할 수 있고, 분석이 나와야 상품도 더 좋아지고, 보험료도 낮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펫보험 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사례를 확인한 결과 등록견만 받는 사례는 한 곳도 없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종합해서 현재 펫퍼민트가 나오게 된 것입니다.

물론 펫퍼민트의 성공 여부는 시간이 더 흘러봐야 알 수 있습니다.

 

Q. 펫퍼민트를 준비하면서 어려움도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펫보험은 손해율이 높다’는 편견입니다.

과거 펫보험들이 실제로 손해율이 높았고, 많은 보험사들이 펫보험 시장에 진출했다가 철수했습니다.

전적이 있다보니 소비자, 언론 등 외부에서 바라보는 펫보험은 부정적이었고, 때문에 내부적으로도 펫보험을 출시하겠다고 설득하는 작업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Q. 더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대단한 성과를 이룬 것처럼 보이지만 펫퍼민트가 출시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많은 분들이 모르고 계십니다.

업계에서는 여전히 ‘펫보험은 손해율이 높다“하고, 소비자들은 ’펫보험은 보장이 약하고, 비싸기만 해서 필요없다‘고 합니다.

선입견을 해소하고, 인식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