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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페이 써 봤어?⑧

[인터뷰] 박수용 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제로페이, 2년은 지켜보자"

2019. 05. 29 by 김은주/안진영 기자

정부가 의지를 갖고 서비스를 확장하고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다 보면 결국 자리를 잡게 될 거에요. 단지 시간이 더 필요한 거죠. 업계에서는 결제 시스템이 시장에 안착하는데 보통 2~3년이 걸린다고 봅니다”

[컨슈머치 = 김은주 안진영 기자] 최근 <컨슈머치>와 인터뷰에서 박수용 서강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한국블록체인학회 회장)는 '제로페이는 이미 실패한 사업'이라는 일각의 평가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박 교수는 아직 출범한 지 5개월 밖에 안 된 제로페이에 대해 너무 조급하게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출처=컨슈머치)
(출처=컨슈머치)

서울시는 지난달 18일 국내 간편결제 시장 전반에 대한 활성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 

금융결제원, 중소벤처기업부, 금융위원회 등 유관 기관은 물론이고 신한은행, 네이버, 카카오페이, 이베이 등 참여 결제사업자와 뱅크샐러드 등 관련 핀테크 업체까지 총 20개사가 한 자리에 모여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한 의견을 모으는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박 교수는 “중국의 알리페이처럼 제로페이도 단순 결제서비스를 넘어 문화·금융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 생활 밀착 플랫폼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이하 일문일답

김 기자> 안녕하세요 교수님. 지난 4월 18일 간편결제 활성화 간담회에서 하신 말씀이 인상 깊어 이렇게 인터뷰를 요청 드리게 됐습니다.

일단 간담회에 참석하시고 진행까지 맡게 된 배경이 궁금한데요. 혹시 서울시 제로페이 사업에 참여 멤버이신가요?

박 교수> 아니에요.

저는 3년 전부터 서울시 핀테크산업자문위원장을 맡고 있고요. 그 인연으로 이번 간담회에 참석하게 됐습니다. 다만 제로페이 사업추진 태스크포스(TF)팀에 자문위원들의 지원이 많다 보니 저도 내용은 다 알고 있었죠.

 

김 기자> 그렇군요. 이날 간담회 주제는 국내 간편결제 시장 활성화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초점이 제로페이에 맞춰지게 됐잖아요.

간담회 자리에서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이 제로페이 확산을 위한 다양한 방법을 제안한 것으로 아는데 혹시 기억에 남는 의견 있으면 말씀 해주세요.

박 교수> 특히 인상 깊었던 의견 중에는 일반 소비자를 위한 용도뿐 아니라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 쓸 수 있도록 하자는 제안이 기억에 남네요.

서울시와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굉장히 많지 않습니까. 서울시 예산을 사용하면서 제로페이를 활용하면 제로페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죠.

또 향후 서울시가 복지 비용을 활용하거나 기업이나 국민들이 기부를 할 때도 제로페이 기반으로 할 수 있는 틀을 만들자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아! 아직은 제로페이가 오프라인에서만 사용이 가능한데, G마켓,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의 결제수단으로 제로페이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있었고요. 이제 온라인 지불 시장이 굉장히 커져서 무시할 수 없는 소비 시장이라는 거죠.


 

김 기자> 굉장히 다양한 의견들이 나왔네요. 간담회에서 박 교수님은 제로페이가 단순히 결제 서비스를 넘어서 생태계 플랫폼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셨죠?

박 교수> 네, 그렇습니다.

김 기자> 이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박 교수> 중국의 알리페이를 보더라도 현재 결제 서비스는 하나의 플랫폼 역할을 수행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어요.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이 하나의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같은 플랫폼 안에서 다른 부가 서비스도 동시에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거죠. 그 안에서 채팅도 하고, 여행 정보도 찾고, 상품을 구매할 때는 또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고요.

한마디로 제로페이도 결제기능 외에 채팅·여행·배달 등 다양한 생활서비스를 제공하고, 단순 결제서비스를 넘어 생활밀착플랫폼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겁니다.

또 요즘은 젊은 친구들이 재밌는 사업을 많이 하고 있지 않습니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제로페이를 기반으로 재밌는 서비스를 구축할 있도록 기능을 확장하면 좋겠다는 거죠. 만약 자전거나 주차장 공유 앱이 있다면 제로페이와 연동시켜 수수료를 절감해주는 등의 모델이 있겠죠.

(출처=컨슈머치)
(출처=컨슈머치)

김 기자> 말씀 들어보니 제로페이 활성화를 위해 여러 좋은 의견들이 나오고 있긴 한데.

사실 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는 제로페이를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분위기가 크지 않습니까. 교수님은 솔직히 제로페이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긍정적으로 보고 계신가요?

박 교수> 저는 정부가 앞으로 제로페이를 확산시키기 위한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고 봐요.

제로페이가 기업이나 소상공인의 다양한 니즈를 얼마나 수용하느냐가 성공 여부를 가리는 중요한 관건이 되겠죠.

 

김 기자>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삼성페이 등 너무도 다양한 페이 시스템이 이미 시장에 자리잡고 있잖아요. 제로페이가 이들과 경쟁이 가능할까요? 차별화된 경쟁력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박 교수> 다양한 페이들이 서로 경쟁하고 있긴 하지만 서로 조금씩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도 하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이용자들이 쉽게 송금‧결제가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면 제로페이는 별도의 기계가 필요 없이 가맹점에서 QR코드를 인식시키면 소비자 계좌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방식이 편리한 점이에요.

중국에서는 거지들도 QR코드를 부착한 키트를 내걸고 구걸을 한다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로 식당이나 마트, 심지어 노점상에서도 현금이나 신용카드보다 휴대폰으로 QR코드 결제를 하는 게 보편화돼 있죠.

 

김 기자> 제로페이 QR코드 방식이 불편하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요.

박 교수> 제로페이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바로 QR코드를 촬영한 후에 결제 금액을 직접 입력하도록 하는 거예요. 굉장히 불편한 일이죠. 최선의 모형이었을까 따져본다면 기술적으로 조금 더 발전시켜야 할 부분이 남아있다고 봐요.

 

김 기자> 이 외에도 혜택이 별로 없다 보니 동기 부여가 약하다는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박 교수> 맞습니다.

서울시에서 소득공제 혜택을 내세우고 있는데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크게 와 닿지가 않는 것 같습니다. 굳이 소상공인들을 위해 내가 왜 제로페이를 사용해야만 하느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남아있기도 하고요.

그런 측면에서도 볼 때 정부가 먼저 나서서 사회복지서비스를 제로페이와 연동하고, 기업들도 B2B에 제로페이를 활용하는 게 우선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분위기가 확산되고 나면 이후에는 제로페이를 사용하는 게 습관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기자> 지금 제로페이가 시장에 나온 뒤로 언론이나 소비자, 소상공인들에게 엄청 많이 혼만 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마지막으로 교수님께서 그래도 ‘제로페이가 이런 점은 좋은 녀석이다’에 대해서 한 말씀 해주시겠어요?

박 교수> 사실 과거 소상공인들의 주된 불만사항이 신용카드 수수료 문제였어요. 이마트나 홈플러스 같은 대형 가맹점에는 수수료를 적게 걷고, 오히려 영세한 소상공인들에게 더 큰 수수료 부담을 지게 한다고요.

그런 부분을 개선하는 차원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제로페이였던 것이고, 그 사이에 카드사 수수료도 상당히 낮아졌죠.

어떻게 보면 제로페이가 카드사 수수료를 내리게 하는 ‘메기효과’ 역할을 일정 부분 하지 않았나 싶어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정부가 많은 의견을 수렴하며 제로페이를 시장에 안착시킬 의지를 가지고 있으니, 시간을 갖고 조금 더 긍정적 시선으로 지켜봐 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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