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전자 사유로 643억원어치 제조 위탁 취소로 업체 큰 피해"

 

 생산물량이 줄어들고 제품 모델이 변경됐다는 이유로 부당하게 제조위탁 업체에 발주를 취소한 삼성전자가 시정명령과 함께 16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부당한 위탁취소행위'만을 대상으로 과징금이 부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2일 서울 서초동 공정위에서 브리핑을 갖고 "부당하게 위탁을 취소하거나 물품을 지연해 수령한 삼성전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16억2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만4523건의 제조위탁을 취소했다. 발주금액만 643억8300만원이었다.
 
공정위가 문제로 지적한 점은 발주 취소의 이유가 삼성전자에 있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삼성전자 측은 생산물량 감소, 자재 단종, 설계 변경, 품질 문제, 생산일정 변경 등의 이유를 들어 발주를 취소했다"며 "이는 수급사업자의 책임이 없는 위탁취소"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삼성전자는 납기일이 지난 후에 위탁을 취소해 수급사업자에게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납기일이 지난 후에 위탁을 취소하면 재고부담과 미납품 자재처리, 이자부담 등의 직접적인 피해뿐 아니라 생산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등의 간접적인 피해도 발생한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에게 피해가 발생함에도 납기일이 지난 후에 제조위탁을 취소하는 것은 원사업자(삼성전자)가 임의로 위탁을 취소하는 것으로 위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는 4051건의 제조위탁 물품(119억3400만원)을 납기일이 지나서 받아가기도 했다.
 
납기일이 지나서 물품을 수령하게 되면 수급사업자는 지연된 기간만큼 재고부담을 받게 되고 생산계획에 차질을 빚는 등의 손해를 입게 된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사용하고 있는 '전사적 자원관리시스템(ERP시스템)' 때문에 물품 수령이 지연되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생산계획의 수립부터 자재의 제조위탁, 입고 등 일련의 과정을 ERP시스템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ERP시스템은 컴퓨터 데이터베이스를 통합·구축해 회사의 자금, 구매, 생산, 판매 등 모든 업무의 흐름을 자동 조절해 주는 전산시스템이다. 
 
삼성전자는 ERP시스템을 통해 수급사업자에게 발주 취소에 대한 동의여부를 확인하고 동의하지 않는 경우 물품을 수령했다. 이러한 경우에는 대부분 수령이 지연되고 공정위가 이를 위법 행위로 인정한 것이다.
 
발주취소와 관련한 삼성전자의 주요 사업부는 ▲무선사업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스토리지 담당 ▲IT솔루션사업부 ▲네트워크사업부 ▲디지털이미징사업부 ▲생활가전사업부로 이가운데 무선사업부가 30% 정도 발주를 취소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전기·전자업종은 제품·생산계획의 잦은 변경 등으로 발주 취소가 빈번한 업종"이라며 "이번에 실시한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로 부당한 관행을 고쳐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조위탁의 경우 납기일이 지났음에도 수급사업자의 형식적 동의를 거쳐 위탁취소하는 부당한 거래관행을 개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전기·전자 업종에서 부당한 발주취소를 자진시정토록 추진해 업종전반에서 발주취소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공정위는 전기·전자업종의 상위 42개 사업자를 대상으로 부당한 발주취소를 한 경우 수급사업자에게 피해배상 등을 통해 자진시정토록 추진 중이다. 
 
한편 삼성전자 측은 발주가 취소되더라도 협력사 입장에서 월/분기 단위로 총 발주수량에 큰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IT 제품의 수요 변동으로 발주한 자재의 취소가 요구될 경우 발주변경시스템(PCR) 프로세스를 통해 발주 취소를 요청하고 협력사가 이에 동의할 때 발주가 취소된다"며 "협력사가 거절하면 발주 취소가 불가능하여 발주한 자재를 모두 입고하고 대금을 지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수령이 지연된 경우에는 지연 이자까지 지급해 협력사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했다"며 "협력사가 동의해 발주가 취소된 경우 중 78%에 대해서 추후 재발주 하거나 새롭게 발주의 기회를 부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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