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자동차는 호화 사치품도, 남성의 로망도 아니다. 인류의 생필품이다. 
 
그런데 이 생필품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 중 상당수의 마음 속에는 지금 이 순간도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다. 바로 더 큰 차, 더 빠른 차, 더 고급차를 향한 간절함이다. 그 간절함은 신차가 출시될 때 더욱 넘실거린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차를 구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핸드폰 2년 약정하는 것처럼 당연한 듯이 자신의 구매력보다 조금 더 높은 급의 차를 3년 할부로 구입한다. 그리고 3년 할부를 마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더 높은 급의 새 차를 구입한다. 물론 이때도 할부다. ‘카 푸어’가 생겨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물론 멀지않은 과거에는 국산차 운전자들 사이에 “차는 3년마다 바꿔야 한다”는 말이 통용됐고, 어느 정도는 들어맞았다. 그때부터 차가 서서히 ‘돈 잡아 먹는 하마’로 돌변하는 탓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국은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 중 하나가 됐고 한국차는 자동차의 본고장 북미, 유럽에서 해외 자동차 브랜드들과 경쟁하거나 아예 그들의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그래도 더 좋은 차에 대한 욕망을 억제하기 어렵다면 아예 눈을 ‘성층권’으로 올려보자. 어차피 내가 할부로 어떤 차를 산다고 해도 최고가 력셔리 카보다 고급스러울 수 없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스포츠카보다 빠를 수 없을테니 말이다.
 
마침 13년 경력의 자동차 전문기자인 월간 ‘BBC 톱기어’ 한국판 김우성 편집주간이 ‘두근두근 자동차 톡’이라는 책을 냈다. 
 
수퍼카, 디자이너, 플랫폼, 하이브리드, F1 등 30가지 자동차 키워드를 전문가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총 4부에 걸쳐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제1부 디자인-난 네게 반했어!’는 수퍼카, 럭셔리카, 카브리올레(오픈카) 등을 낱낱이 해부한다. 자동차 문 ‘도어’와 인테리어에 관한 이야기도 친절하게 쓰고 있다. 특히 전문가적 시각으로 왜건과 픽업이 가진 숨겨진 아름다움을 짚어주며 유럽과 미국에서와 달리 한국에서 홀대 받는 이들 차의 억울함도 풀어준다.
 
‘제2부 히스토리-태초에 꿈이 있었다’는 자동차 브랜드, 자동차와 얽힌 유명인들의 이야기다. 읽다 보면 자동차가 왜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었는가도 알게 되는 동시에 내가 지금 타는 차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가치를 찾아낼 수 있다. 
 
‘제3부 테크놀러지-달리기 그 이상의 예술’은 차에 관해 좀 더 깊이있는 지식을 쌓을 수 있는 내용들로 이뤄진다. 퍼포먼스, 8단 변속, 아이스 드라이브, 플랫폼, 에어로다이내믹, 이산화탄소 배출량, 하이브리드, 전기차, 스마트카 등 남보다 먼저, 남보다 많이 선진기술를 접하는 자동차 전문기자의 지식과 경험을 간접 체험을 통해 챙길 수 있다. ‘
 
‘제4부 컬처-자동차산업의 꽃’은 모터쇼, 포뮬러원(F1), 수퍼 컬렉터, 튜너 등 자동차를 매개로 한 다양한 이벤트와 부호들의 고품격 취미 활동을 소개한다. 이벤트를 보며 “오!”하고 탄성을 발하다 부호들의 자동차 취미에 “헉…”하고 좌절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더 좋은 신차를 갖고 싶은 욕구가 수그러들 줄 모른다면, 아니 오히려 더 생긴다면 어쩔 수 없다. 꼭 구입하기 바란다. 단, 할부는 말고 열심히 일해서 돈 모아 일시불로 사자. 그렇게 돈을 모으다 보면 최소 1년은 더 걸릴 것이다. 그때쯤 되면 내가 지금 사려던 차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더 좋은 구매 조건으로 나올 것이다. 차는 론칭된 그 해보다 이듬해에 사야만 나온 그 해 구입한 사람들을 활용해 테스트를 마친 차를 사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처럼 13년 경력의 자동차 기자는 아니지만 나름 대학 1학년 때 처음 차를 구입해 20년 넘게 국산차 중형차부터 대형차, 수입 카브리올레와 스포츠 쿠페까지 10여대를 구입해 타보고,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자동차 담당기자를 해본 사람의 고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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