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도 브랜드 네이밍 중요…전략적으로 짓는 경우 많아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전문성 때문에 어렵게만 느껴지는 의약품 이름들이 알고보면 재밌는 뒷이야기들을 숨기고 있다.

특히 약국에서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는 일반의약품(OTC)은 제품명이 사람들 머릿속에 쉽게 각인 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기발한 이름을 짓는 경우가 많다. 브랜드 네이밍은 브랜드 마케팅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 원재료ㆍ성분에서 출발한 이름

의약품 이름을 작명하는데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방법은 원재료명 혹은 성분명에서 착안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대표 상처치료제인 ‘마데카솔’과 ‘후시딘’ 이름은 각각 원재료명과 성분명에서 파생된 이름이다.

동국제약 마데카솔은 새살이 돋도록 도와주는 주성분 원료식물인 '센텔라아시아티카'가 주로 자생하는 ‘마다가스카르’ 섬 이름을 따 만들어졌다. 마다가스카르에 새살이 솔솔 돋는다는 의미에서 ‘솔’을 붙여 마데카솔이라는 이름이 지어진 것이다.

동화약품 후시딘은 퓨시드산나트륨이라는 항생제 단일 성분 연고제로, 처음 출시 할 때 성분명을 변형한 ‘푸시딘 토피칼’로 발매 후 다시 발음을 바꿔 지금의 ‘후시딘’이라는 이름이 탄생했다.

대웅제약이 생산하고 있는 간기능 보조제 우루사(ursa)는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을 주성분으로 하는 대웅제약의 대표 브랜드 의약품이다. ‘우루사’라는 이름은 성분명 뿐만 아니라 곰을 뜻하는 라틴어 ‘Ursa’, ‘Ursus’와도 연관 지을 수 있어 중의적 의미를 갖는다.

▶ 줄임말 혹은 두 가지 단어를 합쳐 만든 이름

대표적인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는 공식적으로 필리핀 토속어인 타갈로그어에서 고환을 의미하는 바이그의 복수형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정력이 왕성하다는 의미의 vigorous와 나이아가라 폭포 Niagara를 합성해 만든 이름이라는 속설도 존재한다.

또 다른 발기부전치료제 종근당의 ‘야일라’는 동서양의 경계 지역인 크리미아반도에 있는 ‘울창한 산림이 있는 산’을 의미한다. 하지만 ‘야, 일어나’를 줄인 말이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펜잘은 ‘Pain(고통)’이라는 영어 단어와 ‘잘 이겨내다’의 합성어로 ‘고통(통증)을 잘 이긴다’는 뜻을 담아 진통제의 효능을 효과적으로 어필했다.

모기나 벌레에 물렸을 때 바르는 약인 ‘버물리’는 벌레에 물리면 바르는 약의 줄임말로 순식간에 바르는 모기약의 대명사 자리를 차지했다. 이와 유사하게 신신제약의 ‘물린디’ 역시 벌레 물린데 바르면 효과적이라는 효능을 나타내는 이름이다.

명문제약 붙이는 멀미약 '키미테'의 원래 이름은 스코로보였다. 출시 후 판매가 부진하자 귀 밑에 붙이는 사용법을 적용해 뒤늦게 '키미테'로 개명했다. 이 후 성공한 브랜드 네이밍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게 됐다.

이 밖에도 박카스는 그리스신화 중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라틴어식 이름인 바쿠스(Bacchus)에서 유래됐다. 휴온스 ‘살사라진’은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비만치료제라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브랜드 네이밍은 기업의 중요한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며 “효능과 효과가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지만, 제품명이 판매량에 많은 영향이 미치는 만큼 제약사들이 신제품 이름 짓기에도 여러 가지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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