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채권 소멸시효 5년 불구 유효기간 넘으면 90%만 환급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모바일상품권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요즘 생일이면 카카오톡으로 지인들에게 생일 축하메시지를 받는 일은 더 이상 생경한 일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축하 멘트와 동시에 선물도 함께 받는다.

이 선물은 단지 사진 한 장에 불과한데 여기에는 제품사진과 일련번호, 바코드 등이 들어있다. 이 사진을 가지고 해당 매장을 방문하면 실제 상품과 교환이 가능하다.

선물을 주고 받는 것이 전부였던 시대에서 받는 사람의 기호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이 나타나더니 이제는 그 상품권이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왔다. 상품도 케이크, 커피, 아이스크림, 영화관람권까지 소위 없는 것 빼고는 다 있다.

이렇게 선물 풍속도까지 바꿔놓은 이 모바일상품권은 최근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 속에 있지만 그만큼 이용하는 소비자들의 불만도 늘어가고 있다.

▶거침없는 성장 '모바일상품권'

미래창조과학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2억 원이었던 모바일 상품권 매출액은 2013년에 1,413억 원까지 껑충 뛰어올라 5년새 44배나 성장했으며 지난해 매출액은 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의 고속 성장세다.

   
▲ 사진은 기사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초기 모바일상품권 시장은 이동통신사가 주도했다.

SK텔레콤-SK플래닛, KT-KT엠하우스,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모바일상품권은 ‘카카오톡’의 등장으로 큰 변화를 맞이한다.

국민 메신저가 된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서비스는 전체 모바일상품권 시장의 80~9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곧 모바일상품권 업체의 생존이 카카오톡 입점과 직결된다고도 볼 수 있을 정도다.

실례로 카카오톡에 입점하지 않았던 LG유플러스는 실적악화로 자사의 '기프트유'를 지난해 5월 28일 서비스를 중단했을 정도다.

현재 SK플래닛(기프티콘), KT엠하우스(기프티쇼), LG유플러스(스마트월렛 쿠폰샵), CJ E&M(쿠투), SPC클라우드(해피콘), 윈큐브마케팅(기프팅) 등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괄호 안은 서비스명).

최근 핀테크 바람이 불면서 모바일상품권 시장은 더욱더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서비스를 중단했던 LG유플러스도 결제서비스 '페이나우'를 연계한 모바일상품권 서비스를 다시금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부 나서 '모바일상품권' 약관 통일

모바일상품권은 서비스가 막 시작했을 무렵 선물하는 사람 입장에서 간편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어 유용했지만 막상 선물받은 사람에게는 상품권 사용이 익숙지 않았다.

매장에서 현금이나 카드가 아닌 휴대전화에 있는 사진(제품명과 바코드가 들어간 모바일상품권)을 내미는 일도 익숙치 않았으며 실물이 없는 모바일상품권은 잊기 십상이었다. 특히 주된 상품이 크게 고가도 아니어서 소비자들이 상품권에 명시된 유효기간을 지나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가운데 업체마다 뚜렷한 가이드라인 없이 사용기간·환불기준 등이 천차만별이어서 소비자 혼란은 가중됐으며, 그만큼 소비자 피해도 급증했다.

이에 지난해 2월 미래부는 주요사업자들을 모아 사용기간 연장 및 환불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한 개선방안을 마련했다.

   
 

팩스·이메일 등을 요구하던 복잡한 환불절차를 간소화했으며, 업체마다 달랐던 환불주체도 원칙적으로는 수신자로 정한 뒤 별도로 지정한 경우에만 구매자에게 자동환불하도록 개선했다.

특히 2, 3개월에 불과한 기본 사용기간에 기존에는 최장 4, 6개월 연장이 가능했지만 이를 늘려서 최장 6, 9개월까지 연장해 사용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이 상품권을 쉽게 보관·관리할 수 있도록 표시 문구 등을 개선하고 구매 내역 검색 기간을 상품권 소멸시효인 5년까지 조회가 가능하도록 개선했다.

개정안 발표 후 위에서 언급된 대부분의 모바일상품권 관련 업체들은 개선안에 따라 약관을 수정했다.

▶"소비자 보호 위한 개선안이다"…상법은 낙동강 오리알

문제는 유효기간(사용기간)이 경과한 상품권에 대해서는 소멸시효 5년 이내에 구매액의 90%를 환불받을 수 있다고 명시한 부분이다.

   
▲ 카카오톡 선물하기 화면

먼저 상법 제 64조(상사시효)를 살펴보면 '상행위로 인한 채권은 본법에 다른 규정이 없는 때에는 5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소멸시효가 완성한다. 그러나 다른 법령에 이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이 있는 때에는 그 규정에 의한다'고 명시돼 있다.

즉 모바일상품권도 상행위로 인한 채권으로서 유효기간은 5년이 된다. 또 5년보다 단기의 시효의 규정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법령에 규정돼 있을 때나 가능한 일로서 업체 측이 정해 놓은 유효기간(사용기간)은 5년의 소멸시효 앞에 의미가 없는 것이 타당하다.

하지만 미래부가 발표한 개선안에서는 상품권이 별도로 정한 유효기간(사용기간)이 지난 경우에는 채권의 90%만 환급이 가능하다고 명시해 상법과 배치된다.

이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상품권’ 항목에서도 상품권의 유효기간은 경과했으나 상사채권 소멸시효(5년)이내인 상품권의 경우 권면금액의 100분의 90에 해당하는 현금, 물품 또는 용역의 상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명시돼 있다.

더욱이 일반 지면상품권의 경우 유효기간이 긴 경우가 많지만 모바일상품권은 앞서 살펴보았듯이 개정 된 후에도 최장 6, 9개월에 불과하다. 소비자가 깜빡하는 사이에 유효기간이 경과하면 10%를 물어내야 한다.

공정위 소비자정책과 임수환 사무관은 “상품권의 유효기간이 지나면 이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오히려 유효기관 경과 후에도 90%를 환급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의 한 관계자는 “상품권을 일단 판매하면 사업자는 상품권을 유지·관리하는 비용과 수수료 등을 감안해야 하는 부분”이라면서 “이러한 부분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요구사항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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