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의 주행가능거리는 기온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제조사는 이를 소비자에게 알리는 데는 인색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업계 및 정부 부처의 전기차 상온·저온에서의 주행가능거리를 조사했다.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상온과 저온 주행가능거리가 차종마다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출처=소비자주권시민회의

그러나 업계는 상온·저온 구분없이 도심과 고속도로 주행가능거리를 반영한 ‘복합 주행가능거리’만 표기하고 있다. 사실상 상온 주행가능거리만 표기하는 실정이다. 

전기차를 관리하는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도 대부분 상온 주행가능거리만 표기하고 있는데, 이마저도 서로 상이한 것으로 나타났다.게다가 소비자는 전기차 구매시 저온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하기도 어려웠다.

상온·저온 주행가능거리를 모두 표기한 곳은 환경부뿐이다. 

환경부는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상온(약 25℃)과 저온(약 -7℃)에서 각각 측정하고 있다. 환경부 자료를 토대로 국내 및 수입산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비교했다.

가장 현격한 차이를 보인 차량은 테슬라 ‘모델3’다. 테슬라 공식 홈페이지에 표기된 ‘모델3’의 복합 주행가능거리는 480km다. 그러나 환경부에서 조사한 ‘모델3’의 저온 시 주행가능거리는 52%나 감소한 251km에 불과했다. 무려 163km나 차이가 난다. 

국내 전기차는 쉐보레 ‘볼트’로 상온 시 414km였던 주행거리가 저온에서는 273km로 141km나 줄어들었다.

테슬라 모델3(출처=국토교통부)
테슬라 모델3(출처=국토교통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제조사들은 주행환경을 배제한 채 복합 주행가능거리 수치만 표기하고 있다.

포르쉐는 유일하게 상온·저온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포르쉐는 공식 홈페이지에 '주행 거리 계산기'라는 별도의 페이지를 운영한다. 해당 페이지에서 소비자들은 차량 외부 온도 등을 직접 조절해 다양한 주행환경에서 예상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할 수 있다. 복합 주행가능거리와 저온 시 주행가능거리가 차이가 나더라도 소비자는 미리 인지하고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

대다수의 제조사는 홈페이나, 카탈로그에서는 저온 주행가능거리를 확인할 수 없고, 소비자는 정부 기관 사이트인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을 직접 이용해야 한다. 

소비자주권은 "저온 시 주행가능거리를 은폐하고 상온 시 주행가능거리만 표기하는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라면서 "이는 소비자에게 차량이 저온에도 상온에 상응하는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제조사는 홈페이지 및 카탈로그에 저온 시 주행가능거리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면서 "관련 부처는 전기차 관리체계를 개선해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컨슈머치 = 고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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