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후유장애를 진단받은 소비자가 의료진 과실을 주장하며 병원 측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병원은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20대 여성 A씨는 집에서 키우던 고양이에게 왼쪽 손을 물려 한 병원에 내원해 봉합술을 받았다.

그러나 나흘 뒤부터 ▲환부 농양 ▲부종 ▲통증이 발생하며 증상이 악화됐다. 

두 달 뒤, 해당 병원은 A씨를 타 병원으로 전원 조치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했으나 A씨는 좌측 수부 제3, 4, 5수지 관절 강직,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에 따라 노동력상실률 38.6% 후유장해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의료진이 염증 발생을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봉합술을 시행했고, 상태가 악화됐음에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해 후유장해 진단을 받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A씨는 병원 측에 일실수입 손해를 포함한 1억6000만 원을 배상을 요구했다. 

반면에 병원 측은 A씨의 경우 응급실 내원 당시 다발성 창상 부위 염증과 피부 손상이 거의 없는 단순 열상 소견만 보였기 때문에 젊은 여성인 점을 감안해 빠른 창상 회복과 작은 흉터를 위해 바로 봉합을 시행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과실이라고 한다면 일정 부분은 인정할 수는 있으나, A씨의 후유 장해는 심부 쪽의 염증이 악화돼 심부 근육 및 뼈까지 진행됨에 따라 제5수지 운동신경 마비 증상이 온 것으로 보이므로 이는 의료진의 과실이 아닌 동물에게 물린 사고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고양이, 이빨 (출처=PIXABAY)
고양이, 이빨 (출처=PIXABAY)

한국소비자원은 의료진의 처치상 과실을 인정하고, 병원 측은 A씨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전했다. 

고양이에게 물렸을 경우, 표면적으로는 가벼운 손상으로 보이더라도 고양이의 이빨은 날카로워서 심부 손상일 가능성이 많다.

특히 고양이 침이나 구강 내 세균 및 독성물질 등으로 인해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환부를 충분히 세척한 후 의도적으로 상처를 개방했다가 지연 봉합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의료진의 주장과 같이 표면 상처라고 판단해 조기에 봉합을 시행했다 하더라도 환부를 충분히 세척한 후 봉합을 시행해야 하고, 초기에 명백한 감염의 소견이 없다 하더라도 추후 감염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상당하므로 예방적 항생제 등 감염 예방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며 추적 관찰을 해야 한다.

병원의 진료기록부 상 봉합술 당시 세척 등의 과정 없이 단순 소독 및 조기 봉합을 한 것으로 보이고, 감염에 대한 검사와 그에 따른 적절한 항생제 치료 또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A씨의 경우 일차봉합술 후 환부에서 농이 관찰돼 감염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의료진 또한 진료기록부에 ‘abscess’(농양)으로 기재해 감염 발생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임에도 환부를 절개해 배농하거나 균 배양 검사를 통한 항생제 사용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료진의 과실로 A씨가 상당기간 동안 적절한 염증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되면서 상처 부위 봉합 및 부목 등으로 인해 움직임이 제한됐고, 그로 인해 적절한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됨에 따라 수지 관절이 강직되면서 현 상태에 이르게 된 것으로 보이므로, 병원 측의 과실과 후유장해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한편, A씨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1형 진단을 받았는데 그 발생 원인이 명확하지 않고, 타 병원에서 시행한 신경학적 검사 결과 신경 손상이 확인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피해가 고양이에게 물린 사고와 관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병원의 감염 조치 소홀과 CRPS 발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의료진의 과실 뿐만 아니라 고양이 물림에 의한 조직 손상이나 체질적 소인과 같은 A씨 측 요인 또한 A씨의 현재 장해 상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병원 측의 책임 범위를 20%로 제한한다.

이를 종합해, 병원 측은 A씨에 일실수입과 기왕치료비를 합한 금액의 20%인 3747만148원과 위자료 1000만 원을 합한 4747만 원(1000원 미만은 버림)을 지급해야 한다.  

[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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