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박종효 기자] 은행에서 잠자는 휴면성 신탁 계좌가 170만건, 금액은 240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은행들이 고객들의 소중한 자산인 휴면성 신탁을 적극적으로 찾아주지 않고 있어 은행 금고에 잠자고 있는 금액이 천문학적 수준인 것으로 조사된 것.

‘휴면성 신탁’이란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에 장기간 거래가 없어 휴면상태인 계좌를 말하는 것으로서 만기일이나 최종거래일 중 늦은 날로부터 5년 이상 거래가 없는 경우 ‘휴면성 신탁계좌’로 분류한다.

불특정금전신탁이란, 고객이 지정한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특정금전신탁과 달리 상품을 고객이 특정하지 않고 은행이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한 뒤 수익금을 나눠 주는 실적 배당 상품으로 소액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한다.

21일 김정훈 새누리당 의원실(부산 남구갑)에서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17개 은행들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답변자료인 ‘국내 은행별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3년 국내 은행의 휴면성신탁은 총173만 2585건에 금액으로는 3272억35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3년 기준 휴면성신탁 계좌건수가 가장 많은 은행은 우리은행(33만 5339건/268억 7700만원)이며, 금액이 가장 많은 은행은 신한은행(26만 9040건/590억 1900만원)이다.

김정훈 의원실에서 이번 2014년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국내 전체은행(17개)이 최소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휴면성 신탁의 주인 찾아주기 운동’을 실시한 것은 2012년으로 겨우 2년밖에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 2011년의 경우 17개 은행 중 신한, 국민, 농협, 외환, 경남, 전북, 제주은행 총 7개 은행이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운동에 불참해 10개 은행만이 휴면성 신탁 찾아주기 운동을 실시했다.

국내 은행들의 소극적 ‘휴면성 신탁의 주인 찾아주기 운동’결과, 지난해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운동의 대상계좌는 173만 2585개에 달하나 그 실적은 4만 4475개로 2.57%에 불과했다. 금액기준으로는 3272억 3500만원 중 421억 1200만원으로 12.87%밖에 되지 않았다.

문제는 전체 은행이 모두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운동을 최초 실시한 2012년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실적은 건수로는 3.72%였으나 2013년 2.57%로 1.15% 감소했으며, 금액으로는 2012년 20.46%에서 2013년 12.87%로 7.59%나 대폭 감소했다.

더욱이 지난해 전체 은행들의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운동 평균 실적인 2.57%보다 높은 실적을 가진 은행은 5개 은행(약29%)에 불과했으며, 평균보다 못한 실적을 2013년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운동 실적(건수)을 은행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휴면성 신탁주인을 찾아준 은행은 국민은행(7.28%)이였으며, 다음으로 씨티은행(6.37%), 대구은행(4.78%), 산은행(3.76%), 광주은행(3.30%)이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평균 실적보다 높았다.

이에 반해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평균 실적 보다 못한 12개 은행(약71%)을 살펴보면, 경남은행(2.51%), 제주은행(2.40), 전북은행(2.20%), 우리은행(2.10%), 기업은행(2.08%), 신한은행(2.08%), 하나은행(1.89%), SC제일은행(1.74%), 산업은행(1.59%), 수협(1.05%), 농협(0.70%), 외환은행(0.57%) 순이었다.

지난해 12월말 현재 기준 휴면성신탁 건수는 총 169만 1787건이며, 이 중 100만원 미만이 166만 2576건으로 전체 98.27%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100만원 이상 1000만원 미만이 2만 4406건(1.44%), 1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이 4577건(0.27%), 1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이 221건(0.01%), 10억원 이상 7건(0.001%) 순이었다.

금융감독원은 휴면성 신탁계좌 감축실적이 저조한 가장 큰 이유를 계좌 내 금액이 소액(평균 19만 9833원)이어서 위탁자가 무관심한 경우가 많고, 위탁자의 주소변경 등으로 연락이 곤란한 사정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휴면성 신탁계좌 관리를 위한 전산시스템 개발·유지비용, 휴면성 신탁계좌의 고객(위탁자)에 대한 email·DM 발송비용, 대량의 우편발송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한 관리비용 등이 소요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정훈 의원실에서 금융감독원을 통해 국내 은행들의 ‘국내 은행 휴면성 신탁주인 찾아주기 운동 관리비용(추정)’을 제출 받아 확인한 결과, 총3억 8439만 8672원이 소요됐다고 답했다. 17개 은행을 합쳐서 4억도 안 되는 비용을 투자하고도 관리비용 때문에 실적이 저조하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셈이다.

김정훈 의원은 “은행에서 잠자는 휴면성 신탁이 약173만건에 3272억원 이상인데 반해 은행들이 찾아준 신탁은 2.57%에 불과하다는 것은 은행사들의 고객 유치에만 급급할 뿐 정작 관리에는 소홀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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