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 칼슘 함유 광고하지만 첨가물, 액상과당 등 포함돼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주부 A씨(36)는 마트만 가면 음료수를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와 실랑이를 벌인다. 아이가 원하는 것은 뭐든 다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지만, 아이의 먹거리에 관해서 만큼은 그럴 수 없다. TV나 여러 매체를 통해 어린이음료에 설탕이 많이 들어간다는 이야기를 접한 탓이다.

그러나 뽀로로, 코코몽, 라바, 또봇, 로보카폴리, 겨울왕국 등 인기 만화 캐릭터로 포장 된 어린이음료를 아이는 쉽게 포기하지 않는다. A씨는 할 수 없이 비교적 안전하고 건강한 식품처럼 보이는 무방부제, 무색소, 무탄산, 무설탕 등을 강조한 제품을 골라 아이 손에 건네준다.

지난 달 8일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 발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까지 어린이음료 시장은 350억 원의 매출 규모로 전년 동기대비 23.7% 신장했다. 어린이음료는 대형마트에 가면 별도의 음료 코너가 따로 마련돼 있을 정도로 하나의 커다란 시장을 형성한지 오래다.

요즘 어린이음료의 트렌드는 ‘건강’이다. 3無, 4無 무설탕·무방부제·무색소·무탄산·무설탕·무보존료·무향료 등을 강조한다. 반대로 어린이 성장에 도움이 되는 칼슘과 비타민 등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어린이음료는 정말 어린이 건강에 유익한 음료일까. 컨슈머치에서는 시중 11개 어린이음료 식품첨가물에 대해 조사해봤다.

▲ 어린이 음료 당 함유량과 합성첨가물 표기

조사 대상 11개 제품 중 식품첨가물이 들어가 있지 않은 어린이음료는 버디후르츠와 참좋은머루포도 단 2가지 제품 뿐 이었다.

팔도 ‘귀여운 내 친구 뽀로로’는 비타민D와 칼슘이 들어있어 튼튼한 성장기 어린이음료라고 홍보한다. 그러나 영양성분표시를 자세히 살펴보면 백설탕ㆍ액상과당ㆍ이소말토올리고당ㆍ플락토올리고당ㆍ폴리글리시톨시럽 등 단맛을 내기 위한 식품첨가물 범벅이다.

롯데칠성에서 출시한 ‘델몬트 코알코알 코알라’는 어린이 성장발육에 필요한 칼슘이 함유돼 있으며 무탄산ㆍ무보존료ㆍ 무인공색소ㆍ무지방을 강조하며 자녀들을 생각하는 부모들의 선택으로 적합하다고 말한다. 역시 그 속에도 액상과당ㆍ말토덱스트린이 들어있다.

유화제, 증점제ㆍ보존료ㆍ색소ㆍ탄산을 빼고, 칼슘과 아연 등 성장기 어린이에게 좋은 미네랄을 더한 어린이 전용 5無 과즙음료라고 선전하는 웅진 ‘코코몽’도 백설탕ㆍ합성감미료가 포함됐다.

정관장 ‘아이키커’는 6년근 홍삼농축액과 녹각ㆍ백복령ㆍ비타민ㆍ칼슘이 함유된 제품으로 어린이가 마시는 음료라는 점을 고려, 합성감미료나 합성보존료를 일체 첨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액상과당ㆍ시클로덱스트린시럽ㆍ덱스트린 등 식품첨가물로 단맛으로 내고, 천연착향료를 이용해 향을 더했다.

이외에도 여러 어린이음료에는 단맛을 내기 위해 유기농설탕, 자일리톨, 아세설팜칼륨 등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일일 당분 적정 섭취량은 일반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25g이다. 당연히 어린이의 경우 이 보다 훨씬 적은 당분을 섭취해야 한다. 210ml 칠성사이다에 함유 된 당분은 17g이다. 어린이음료에는 탄산음료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당분이 들어있다. 아이들은 어린이음료 한 병으로 하루 적정 당류를 모두 섭취할 수 있다.

호남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길진모 교수는 어린이 음료의 유익성에 대해 “어린이음료에 들어있는 칼슘이나 비타민이 일부 아이들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어른이든 성인이든 그러한 영양소는 천연식품을 통해 직접 섭취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길 교수는 “어린이음료를 많이 섭취 할 경우 충치가 심해지고, 어린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며, 아이들 식습관에 대한 부분은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가공식품에서 설탕 대신 많이 사용되는 액상과당은 지방으로 전환이 빨라 어린이 비만과 성인병을 유발한다. 액상과당은 설탕과 비교했을 때 단맛이 약 1.5배 정도 높다. 식품에 첨가물 형태로 첨가하게 되면 단맛이 잘 느껴지지 않아 더 많은 함량을 넣게 돼 비만,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 뿐 아니라 심혈관, 뇌질환 등의 문제점을 유발할 우려가 있다.

단순히 몇 가지 식품첨가물이 들어있지 않다고 크게 강조하는 ‘무첨가’라는 표현은 반대로 그 외에 여러 첨가물이 들어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실제로 어린이음료에는 단맛을 내기 위한 식품첨가물 뿐 아니라 유화제ㆍ구연산나트륨ㆍ효소처리스테비아ㆍ젤란검 등 다양한 식품첨가물이 함유돼 있었다.

성장기 어린이들은 균형 있는 영양섭취가 매우 중요하다. 아이의 눈과 입맛 뿐 아니라 건강까지 사로잡는 진정한 어린이 음료를 선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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