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용석 기자] 술과 친구는 오래 될수록 좋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기업들은 오래된 고객, 즉 충성 고객보다는 신규고객이 더 좋다.

29일 오전 한 방송에서는 국내 이동통신사 결합상품을 11년 간 사용해 오다 최근 해지 신청을 한 소비자가 출연했다.

그 소비자는 “제가 11년만에 해지한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추가 할인을 해준다고 했다”며 “진작에 해지한다고 전화했으면 우리가 얼마나 많이 할인을 받았겠나”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17일 컨슈머치에는 한 음원사이트를 4년간 이용해오던 소비자 제보가 접수됐다.

이 소비자는 어느날 자신과 동일한 서비스를 신규고객에 한해 3개월간 50프로 이상 할인된 금액으로 서비스한다는 이벤트를 발견했다. 그는 신규 고객에만 주어지는 혜택에 대해서 업체에 문의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해당업체 고객센터 직원은 “자신도 이벤트가 있으면 정기권 해지 후 이벤트를 통해 가입을 한다”면서 기존 고객을 차별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설명했다고 전했다.

오래된 충성고객을 홀대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이동통신시장에서의 번호이동과 기기변경간 혜택 차이를 보면 알 수 있다. 번호이동 혜택이 신규 고객을 위한 것이라면, 기기변경 혜택은 기존 고객을 위한 것이다.

최근 한 통신사의 TV광고를 살펴보면 “바야흐로 기변(기기변경)시대인 것이지요”라고 말한다.

광고는 노승이 번호이동을 위해 타 사로 떠날 채비를 하자 이를 본 호위무사가 해당 통신사의 기기변경 혜택을 숨이 차도록 읊어주면서 통신사를 바꾸지 않도록 유도하는 내용이다.

해당 통신사의 기기변경 혜택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인데 역설적으로 그동안 기기변경 혜택이 인색했다는 것을 통신사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얼마 전까지 대한민국에서 기기변경하면 호갱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던 사실이었다. 통신사에 집토끼(기존 가입 고객)는 안중에도 없었다.

최근 단통법 시행되고 나서 산토끼(타사 고객) 잡기가 여의치 않자 이제서야 집토끼 모시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영리단체인 기업에게 더 높은 수익을 포기하라는 것은 소비자들의 말도 안되는 욕심이다.

하지만 이 대목에서 소비자들이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소비자가 기업에게 의리를 지키면 기업은 이익을 지킨다는 것이다.

또 한가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기업은 우는 소비자에게 떡 하나를 더 준다는 것이다.

울어야만 떡 하나를 더 주는 식의 고객관리는 더 많은 우는(?) 소비자를 양산하고 있다. 기업을 귀찮게 하면 뭐가 하나라도 떨어지는 것이 보이는데 일반 소비자들도 일단 떼를 쓰고 볼 일이다.

기업들은 소비자가 컴플레인 좀 걸었다고 블랙컨슈머로 몰아세우지 말자. 자업자득이다.

블랙컨슈머를 욕하기 전에 기업들이 모든 소비자들에게 인정 받을만한 정당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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