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이우열 기자] 요즘 구글의 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가 IT업계의 주된 화두다.

구글 측은 이례적으로 자사 블로그를 통해 입장을 발표하는가 하면, 지난 8일에는 IT업계 고위 관계자들이 모인 정책토론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현재 이 문제의 가장 큰 쟁점은 구글이 한국 서버 설치를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지도 반출을 반대하는 입장에서는 구글이 한국에 서버를 설치함으로써 내야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지도 반출만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도 그럴것이 애플, 바이두, 마이크로소프트 등 다른 글로벌 기업들은 지도 반출없이 국내에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나 안보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우리가 지도를 외국으로 내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지적하고 싶은 문제는 의외로 구글의 의사소통 능력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구글은 어떤 곳인가.

세계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 상명하복없이 자유로이 의견을 개진하고 활발한 토론을 통해 창의적인 결과물을 쉴 새 없이 뿜어내는 이른바 '꿈의 직장'이 아닌가.

당연히 구글 측은 뛰어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토론회에 참석한 구글 측이 지도 반출 요구하며 빼든 이유는 지도를 반출하지 않으면 한국이 혁신에 뒤쳐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보안성, 효율성 등을 위해 지도 정보를 전세계 클라우드 시스템에 분산 저장해야하고, 때문에 한국 서버 설치가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혁신을 언급한 발언이 다소 오만하게 느껴짐은 뒤로 하고서라도, 분명히 여론은 구글 측에 한국 서버 설치에 소극적인 이유를 물었는데 대답은 동문서답이다.

우리가 궁금한 것은 지금이라도 당장 한국에 서버를 설치하게 되면 지도 반출 없이도 국내 서비스가 가능 한데도 이 문제로 9년을 끌어온 구글의 의도다.

9년간 한국의 혁신을 걱정했다는 이유는 말도 안되고, 지도 데이터의 분산 저장 문제는 서비스 이후에 고민해 봐도 될 문제로 생각된다.

이러한 가운데 업계 추정으로 구글이 국내에서 벌어들이는 매출은 매년 1조 원 이상이다. 당연히 지도 반출 문제에서 조세 회피 의혹에 대한 구글의 해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단 예정돼 있던 2차 회의가 연기됐다. 문제가 커지자 정부도 추가적인 자료 검토에 나서는 등 심사숙고하는 모습이다.

만약 다음 토론회에서도 구글이 동문서답으로 일관한다면, 그토록 추앙받는 구글의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전부 허상이거나, 글로벌 기업 구글도 어떻게 해서든 세금이나 피해보려는 일개 기업 중 하나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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