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일련의 사태에 대한 모든 책임을 통감하고 주주 및 고객, 임직원 여러분들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논란에도 반년 가까이 버텨왔던 DGB금융지주 박 회장이 결국 자리에서 완전히 물러나기로 했다.

앞서 대구 은행장직 만을 내려놓기로 발표했을 당시, 그룹 회장직은 새로운 은행장이 선출되면 단계적으로 상반기 중에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이후 일주일도 못 되서 긴급이사회를 통해 끝내 불명예스러운 사퇴를 하게 된 것이다.

박 회장이 모든 직위를 내려놓기까지 지난 한해를 돌아보면 ‘DGB금융의 잔혹사’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참으로 다사다난 일 년이었다.

주력 계열사인 대구은행 내 간부들이 비정규직 여직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일삼은 사실이 폭로돼 박인규 회장 겸 은행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직원들의 부끄러운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고 죄송한 마음”이라며 공식적으로 고개를 숙인 게 바로 지난해 7월 일이다.

뼈를 깎는 조직 문화 혁신 등의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사과한지 두 달도 안 돼 이번엔 박인규 회장의 개인 비리가 터진다.

박인규 회장 및 대구은행 간부 직원들이 고객 사은품 명목으로 상품권을 구입한 뒤 되파는 속칭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가 드러나게 된 것인데, 이후 박 회장의 입지가 급격하게 흔들린 것은 말 할 것도 없다.

내부적으로도 거취표명을 촉구하며 사실상 행장직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당시 DGB금융과 박 회장은 “일단 소나기만 피하면 된다”는 듯이 몸을 숨겼다. 그 사이에도 자사 임원 20명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요구하는 등 보복성 인사를 단행해 또 다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는 또 다른 지역금융지주인 BNK금융이 시세조종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성세환 전 회장을 퇴출시키고 제왕적 지배구조의 폐단을 막기 위해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기로 결단내린 것과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그렇게 버티고 버틴 결말은 참혹하다. 현직 금융 지주 회장 겸 은행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 전례 없는 풍경이 만들어 졌으며, 은행 신뢰도 추락 및 대구·경북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뿐만 아니다. 회사에서 추진하던 사업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DGB금융지주가 종합금융지주사로 도약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의 인수 작업이 미뤄지고 있는 이면에도 알게 모르게 ‘박인규 리스크’가 작용했다. .

비자금 조성 의혹 등 개인 비리사에 최근 은행권을 휘몰아치고 있는 채용비리 관련한 검찰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걷잡을 수 없이 나빠진 지역 민심과 내부 압박에 버티고 버티던 박인규 회장도 결국 백기를 들었지만, 왠지 ‘너무 늦은 결단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이 모든 일이 공교롭게도 창립 50주년 되는 기념비적인 해에 불거진 것도 회사로써는 처참한 일이다. 그야말로 한창 잔치 준비를 하다가 찬물을 끼얹다 못해 완전히 분위기를 망치게 됐다. 

또한 지난 반 년 간 DGB금융의 내외부적으로 분위기가 모두 뒤숭숭했다. 그 기간 동안 회사와 대표를 둘러싼 온갖 잡음을 막느라 본업에 100%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나 진배없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없었고, 할 수 없는 일에 시간을 낭비했다. 그 사이 계속해서 기업 이미지와 신뢰도는 추락했고, 조직 내 분위기도 와해됐다. 

뒤늦은 책임통감, 사과와 대처가 아쉬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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