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미국에서의 차량 급발진사고 소송 현황과 처리②

 
◆ 차량 급발진 사고로 인한 한국내 소송
 
지난 2012년 5월 11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급발진 신고 접수 건수가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급발진 관련 소송 또한 매년 늘고 있지만 소비자가 승소한 사건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통계입니다.
 
다만 지난 2007년 7월 법원은 벤츠 E클래스 운전자 조모씨가 내놓은 급발진 관련 소송에 대해 1심에서 '사고 원인 입증 책임은 제조사에 있는 만큼, 급발진 사고가 아니라고 입증하지 못한 한성자동차 (메르세데스-벤츠 수입사)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으니 신차 1대를 지급하라'는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승소를 했는데 그 배상으로 신차 1대를 지급하라는 내용은 다소 우스꽝스럽긴 하지만, 사고 원인 입증 책임을 수입사에 부과했다는 점에서는 전향적인 판결로 보여집니다.
 
하지만 2010년에 나온 2심에서는 '제조사가 아닌 판매사에 입증 책임을 지울 수 없고, 사고 역시 조씨의 운전미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하며, 대법원 역시 같은 이유로 2심을 확정했습니다.
 
이런 사고의 원인을 소비자 개인에게 입증하라고 돌리는 것은, 초등학생에게 나로호 발사가 지연되는 고장의 원인을 찾으라는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소비자가 이를 이행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금전적이나 시간적으로) 잠시만 생각해도 쉽게 판단할 수 있을터인데 이런 판결이 최고법원에서 확정나기까지하는 상황이라면 이미 급발진 사고로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입었을 소비자에게 불리한 환경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차량 급발진 사고로 인한 미국내 소송
 
일단 Product Liability와 관련된 소송들이 미국에서 어떤식으로 제기되고, 법적인 판단이 이뤄지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제조물의 사고와 관련된 책임을 Strict Liability(제조사-유통사의 무조건 책임) 으로 증명하려 할 때, 피해 소비자는 제조물에 (1) 결함 (Defect)이 있으며 (2) 그 결함이 피고의 손을 떠날때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Existence of the defect when the product left defendant’s control) 반드시 보여야 합니다.
 
결함이 피고의 손을 떠날때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이기 위해서 피해 소비자는 단지 그 제조물 (여기선 급가속 차량) 이 보통의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쳤음을 (Ordinary Channels of Distribution) 보이기만 하면 되겠습니다.
 
메르세데스-벤츠와 그 수입사인 한성 자동차의 유통과정에는 당연히 아무런 하자가 없었을테니, 일단 제조사가 아닌 판매사에겐 책임을 지울 수 없고 따위와 같은 변호는 미국에서는 통하지 않겠습니다.
 
쉽게 말해서 피해자가 제조물의 결함과 이 결함의 결과로 인해 자신이 입은 피해, 그리고 그 제조물이 보통의 유통과정을 거쳐왔음을 보이기만 한다면, 이 물건의 제조자는 엄격-무조건책임을 지게된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피해 소비자는 이 제조물의 결함을 보여야하는 책임이 있으므로, 미국 법체계 역시 한국의 법원처럼 소비자에게 적대적이고 까다로운 환경일까요? 결론은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로 소비자는 이 결함을, 나로호 고장의 원인 보고서처럼 증명해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결함때문에 이런 사고가 났을 가능성이 결함으로 사고가 나지 않았을 가능성보다 아주 약간만 더 높음을 보이면 되기 때문입니다.
 
이를 Preponderance of evidence라고 합니다. 따라서 내가 싼타페차량을 타고 가다가 급발진으로 사고가 나면 (1) 한국에서는 특정 싼타페의 무슨 매커니즘상의 문제로 내가 이 당시 이러이러하게 과실이 없으므로 이러이러하게 이는 제조사의 책임이다라는 전체를 증명해내야 한다면 (위 판결에 따르자면) (2) 미국에서는 나는 25년간 무사고 운전자였고, 그당시 동승자도 내가 급발진을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라고 증언하고 있으므로 내 과실이나 다른 문제보다는 급발진에 의한 사고일 가능성이 크다라는 것만을 보이면 되는 것입니다.
 
그렇게되면, 급발진에의한 사고가 아니다라는 것을 입증할 책임은 이제 제조사로 넘어가게 됩니다.

토요타(Toyota)에 대한 급발진 소송들은 현재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에서 Paul Van Alfen이라는 2010년 급발진 사망자의 이름으로 한데 묶여 진행중입니다(In re Toyota Motor Corp. Unintended Acceleration Marketing, Sales Practices and Products Liability Litigation, 8:10-ml-02151, U.S. District Court, Central District of California (Santa Ana)).

얼마전 이 재판의 연방 판사 James Selna는 흥미로운 예심 판결을 내렸는데요. 급발진 사망자-사상자들이 변호인을 선임했음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토요타는 그들을 동석시키지 않은채 사고 자동차를 테스트했고, 특히나 이 과정에서 Event Data Recorder (EDR, 얼마전 한국 시사프로그램에서도 이 이야기를 중요하게 다뤘음)를 조작했을지 모른다는 이의 제기가 소비자측 변호인들로부터 나왔습니다.

연방판사 Selna는 이 예심판결에서 토요타가 그런 협잡스러운 (Machivellian) 짓을 했을리는 없을것으로 보지만, 이 부분이 의심스러운 것은 사실이며 (Suspicion of cloud), 따라서 법원은 토요타측에 벌금을 물리고, 배심원들에게 이부분에 대한 토요타측의 증거를 받아들이는데 주의해야 함을 숙지시키겠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내년으로 예정된 이 재판의 판결이 한국의 급발진 소송과 결과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소비자의 권리가 대기업에 맞서 보호될 수 있는 합리적인 법체계와 판단이 사법부에 의해 내려지길 기대합니다.<류영욱 / 미국 변호사>

※ 류영욱 변호사 약력

변호사 자격: 캘리포니아, 뉴욕, 뉴저지, 워싱턴 DC州
연방 변호사 자격: 캘리포니아 연방법원, 뉴저지 연방법원, 국제 무역 재판소 (The Court of International Trade)
- 법률보좌 (Legal Fellow), 前 뉴욕주 상원의원 힐러리 클린턴 (2003) - 석면보상기금 법안, 국토방위법, 이민개혁법안 및 Native American 지위개선법안등에 참여.
- 회장, 국제법학회 (2003)
- 최우수 토론자상, 국제 형사법 Moot Court 프로그램 (2004)
Assistant Legal Officer, 국제 형사 재판소 (2004-2006)
법학석사, 조지타운 University Law Center (2006 - 2007)
Associate, Morrison & Foerster, LLP (~2008)
Associate Counsel, New Tropicana Estates (~2010)
Law Offices of Young W. Ryu (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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