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전 가까운 친척분이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 평소 건강하던 분이 젊은 나이에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자 가족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다.

어머니가 장례식장에 급히 가셔야해서 비행기를 예약하는 도중, 문득 “사람의 일은 모른다더니 비행기 타기도 무섭다”라는 운을 띄우셔서 흠칫 놀랐던 기억이 있다.

사람이 심장마비로 급사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또한 비행기 추락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이 우문에 현답은 정해져있다.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보다는 훨씬 낮을 것이다.”

참고로 재난영화로 잘 알려진 '투모로우'에서 출연자들끼리 "비행기를 탔을때 탑승객이 사고로 죽을 확률이 수억분의 1"이라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사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탑승객들은 알수 없는 공포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또 다른 우문을 던져보고 싶어졌다. “기기결함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죽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여기엔 우답이 나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 운전자의 과실로 귀착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사망한다면, 기기결함에 대해 적극적으로 항변할 기회는 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만한 보험처리 과정이란, 뒤집어보면 보험사와 자동차회사의 짜고 치는 고스톱인 듯도 하다.

본지에 빗발치는 제보 속에서 가장 인상적인 몇 가지는 중요 기기 결함과 관련된 것이다. 쉽게 말해 차체를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는 위험천만한 상황들이다.

핸들 이상으로 고속도로에서 차를 멈춰야 하고, 작은 커브조차 돌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을 누가 예측할 수 있을까.

오르막길에서 기어 고장으로 뜬금없이 차가 후진한다면, 침착하게 대처할 수 있을 드라이버가 얼마나 될까.

위 사안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 어느 곳에서도 위로나 사과를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보상수리 지연 같은 것은 하루 이틀 불거진 문제는 아니니 그냥 관용(?)으로 넘어간다고 치자.

핸들 이상으로 고속도로에 어린아이와 함께 고립된 주부에게 “사고가 났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보상은 어렵습니다”라고 시크한 반응도 모자라, “우리가 생산하는 차들 중 수 천 만대 중에 하나쯤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하는 모 회사 답변에는 할말을 잃었다.

이 분들께 묻고 싶다. 기기결함으로 일어난 교통사고 사망확률이 당신들이 생각하는 몇 천 만분의 일이 맞는지.

백번 양보해 그 확률이 맞다고 쳐도 그 적은 확률 안에 당신들이 포함돼있다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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