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 대법 "표현 거칠어도 진실이고 공익목적 땐 무죄"

최근 인터넷 카페등 온라인상에 성형외과 수술이나 시술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덩달아 해당 성형외과들은 글을 게시한 소비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통지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대개의 소비자와 인터넷 사이트는 협박아닌 협박(?)에 못이겨 글을 내리게 되거나 비실명으로 전환하는게 현실이다.

본지에 제보한 피해자들 중 상당수도 이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인터넷 사이트에 성형외과 실명을 거론하고 부작용을 호소한다면 명예훼손죄가 될까 안될까?

추후에 본지가 명예훼손과 관련해 종합적인 취재후 기사화를 할 예정이지만 이 자리에선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대법원 판결 하나를 소개함으로써 부작용에 시달리는 의료 소비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편집자 주>

 

소비자 행위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돼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결이 최근 나왔다.

지난 해 11월 29일 대법원(재판장 김용덕)은 "산후조리원 후기에서 다소 거친 표현이 나왔고 환불이라는 사익적 목적이 내포 돼있었다 하더라도 주요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고 다른 산모들을 위해 도움이 되는 정보라는 점에서 공익 목적도 인정돼 비방의 목적을 인정키 어려워 명예훼손을 인정한 원심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사건번호:2012도10392).

재판부는 "'막장'이란 표현도 있었고 환불을 원한다는 글도 있었지만 주요 내용이 사실에 부합하고 다른 임산부들에게 좋은 선택기회를 부여한 정보라는 점에서 명예훼손죄가 안된다"고 판시한 것.

◆사건 개요

원심 피고인 K씨는 산모관련 인터넷 카페에 게재돼 있는 사건 당사자인 산후조리원의 이용후기를 보고 해당 산후조리원을 선택했다.

K씨는 이용후기와 달리 온수 보일러고장 및 산후 조리실 사이의 소음문제, 간이 맞지 않은 음식 등 산후조리원의 열악한 시설로 큰 불편을 겪었다.

K씨 본인도 카페 이용후기를 믿고 산후조리원을 선택 한 만큼 다른 산모들이 똑같은 경험을 하지 않도록 도와주기 위해 해당 카페와 자신의 블로그에 산후조리원을 이용하면서 겪은 내용을 썼다.

며칠 뒤 K 씨는 산후조리원으로부터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고, 원심(2심, 서울북부지방법원 합의부 판결 : 사건번호 2012노729)은 산후조리원의 편을 들어줬다.

K 씨는 억울함을 호소, 대법원에 상고, 이같은 판결을 얻어냈다.

◆재판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비방성립 안돼”

재판부는 "국가는 건전한 소비행위를 계도하고 생산품의 품질향상을 촉구하기 위한 소비자보호운동을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장하여야 하며(헌법 제124조), 소비자는 물품 또는 용역을 선택하는 데 필요한 지식 및 정보를 제공받을 권리와 사업자의 사업활동 등에 대하여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시킬 권리가 있다( 소비자기본법 제4조)"고 운을 뗐다.

재판부는 "공급자 중심의 시장 환경이 소비자 중심으로 이전되면서 사업자와 소비자 사이의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인터넷을 통한 물품 또는 용역에 대한 정보 및 의견 제공과 교환의 필요성이 증대되므로, 실제로 물품을 사용하거나 용역을 이용한 소비자가 인터넷에 자신이 겪은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사업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글을 게시하는 행위에 비방의 목적이 있는지는 앞서 든 제반 사정을 두루 심사하여 더욱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인터넷 카페 게시판 등에 올린 글은 자신이 산후조리원을 실제 이용하면서 겪은 일과 이에 대한 주관적 평가를 담은 이용후기인 점과 게시글에 ‘원고의 막장 대응’등과 같은 과장된 표현이 사용되기는 했으나 주요내용은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는 점, 게시된 글의 공표 대상은 인터넷 카페 회원이나 산후조리원 정보를 검색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에 한정되어 그렇지 않은 사용자들에게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등”의 제반 사항에 비추어 “피고인이 적시한 사실은 산후조리원에 대한 정보를 구하고자 하는 임산부의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정보 및 의견 제공이라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라 봄이 타당”하다며 “부수적으로 산후조리원 이용대금 환불과 같은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피고인에게 원고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 원심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이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70조 제1항의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란 가해의 의사나 목적을 필요로 하는 것으로서,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 있는지는 해당 적시 사실의 내용과 성질, 해당 사실의 공표가 이루어진 상대방의 범위, 그 표현의 방법 등 그 표현 자체에 관한 제반 사정을 고려함과 동시에 그 표현으로 훼손되거나 훼손될 수 있는 명예의 침해 정도 등을 비교,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비방할 목적은 행위자의 주관적 의도의 방향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과는 상반되는 관계에 있으므로, 적시한 사실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비방할 목적은 부인된다"면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에는 널리 국가, 사회 그 밖에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참조 : 대법 2008도8812, 2009도12132, 2010도8143참조)"고 판시했다.

나아가 "그 적시된 사실이 이러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지는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성, 사회성을 갖춘 공적 관심 사안에 관한 것으로 사회의 여론 형성이나 공개토론에 기여하는 것인지 아니면 순수한 사적인 영역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와 피해자가 그와 같은 명예훼손적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것인지 여부, 그리고 그 표현으로 훼손되는 명예의 성격과 그 침해의 정도, 그 표현의 방법과 동기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행위자의 주요한 동기나 목적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면 부수적으로 다른 사익적 목적이나 동기가 내포되어 있더라도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참조 : 대법 2005도5068, 2010도10864)"고 재판부는 밝혔다.

인용 법령)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제70조 1항에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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