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월 1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삼성-롯데전. 삼성의 투수인 배영수가 롯데 타자인 호세에 이어 얀에게 연속 데드볼을 던지자 공을 맞고 먼저 1루에 나가있던 호세가 마운드로 올라와 배영수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사건이 있었다.

일부 야구팬들은 이 일을 ‘호세의 참교육’이라고 부르며 배영수가 에이스투수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됐다고 우스개 소리를 하고 있다.

기자도 이처럼 크게 얻어 맞고 휴대폰 계의 ‘스마트 컨슈머’가 될 수 있었던 계기가 있었다.

기자는 얼리어답터는 아니고 아날로그인(人)에 가깝다. 그래서 한 번 산 기기는 잘 바꾸지 않는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는 지난 해 까지도 피처폰을 고수하고 있었다.

지난 해 7월 장마철. 비가 많이 와서 그랬는지 아니면 따른 이유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틀 연속으로 수신불가지역처럼 통화가 안 됐다. 게다가 KT통신사의 TM(전화영업)에도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였다.

휴대폰 불통 2일째 되는 날 퇴근하는 길에 바로 대리점으로 가 통신사 이동을 했다. 당연히 휴대폰도 바꿨는데 당시 스마트폰 가입자수는 3천만명을 돌파했고 저렴한 기기도 많이 나왔지만 기자는 고집스럽게 ‘폴더폰’을 골랐다.

휴대폰 할부원가 27만원 중 13만원을 바로 지급했고 추가로 통신사 가입비, 유심비까지 청구됐다.

살 때는 몰랐지만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당시 삼성 갤럭시2도 34(34,000원)요금제면 무료로 받을 수 있는데 너무 비싼 것 아닌 가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기자가 산 휴대폰은 특별한 조건없이 ‘공짜폰’으로 많이 나와 있었다.

‘공짜폰’을 30여만원을 받고 판 대리점 직원에 화가 났지만 “대한민국에 휴대폰 대리점이 그 곳 한 곳도 아닌데 비싸게 주고 산 건 내 잘못 아닌가?”.

갑자기 ‘검색의 생활화’라는 말이 떠올랐다. 다음부터는 3개월 이상 사용해야 하고 5만원 이상 드는 제품은 무조건 가격비교를 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4개월 후 기자의 '스마트폰 보다 비싼 피처폰'은 세탁기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짧은 인생을 마감했고 2년의 약정기간을 못 채워 위약금을 물어야했다.

하지만 지난 장마철 크게 데인 과거를 잊지 않아 피처폰을 고집하지 않고 ‘공짜 스마트폰’을 하나 건져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다.

물론 공짜로 뿌리는 만큼 제조사의 실패작이라 스마트폰의 기능을 거의 하지 못하지만 전화 목소리는 시원하게 잘 들린다.

살면서 한 대도 안 맞고도 무사태평하게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최대한 적은 피해로 최대한 큰 깨달음을 얻었으니 세탁기에 빠진 과거의 피처폰 비용은 교육비라고 생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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