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부식, 미국서는 리콜 한국서는 '안전에 문제 없다'?

 

[소비자고발신문 = 박지현 기자] 지난주 쌍용 로디우스 크로스 멤버(cross member) 부식 결함조사결과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자동차결함신고센터에 연락하자 관계자는 이렇게 운을 뗐다.

“로디우스 크로스 멤버 부식은 안전에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에….”

리콜과 무상수리는 크게 안전상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리콜은 안전기준에 부합하지 않거나 안전을 위협할 정도로 운행에 지장을 주는 결함일 경우 이를 시정 조치 하는 것으로, 국토교통부를 통해 결함 내용을 공개적으로 알리고 수리·교환·환불 등을 진행해야 한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리콜 조치 이전에 수리를 했다면 수리 비용을 돌려받을 수 있다.

한편 무상수리는 안전에 큰 문제는 없으나 성능이나 품질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판단될 때 제작사가 자체적으로 수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강제성이 없고 결함 사실을 공표하지 않아도 되므로 리콜보다 덜 심각한 문제로 여겨진다.

비용 측면에서나 이미지 관리 측면에서 업체 입장에서는 리콜보다 무상수리가 더 ‘안전빵’인 셈이다.

문제는 국내 자동차 업체들이 같은 차량 결함을 가지고 나라별로 대응법을 달리하는 등의 일관성 없는 태도를 보이는 데 있다.

한국인과 미국인이 위험을 느끼는 정도가 다른 것일까. 지난 14일 현대차는 크로스 멤버 부식으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판매되는 그랜저와 쏘나타 등의 차량 23만 9,000대를 리콜했지만, 국내 차량은 해당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이는 한·미 양쪽 당국의 태도가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제설작업 등을 위해 도로에 뿌려진 염화칼슘이 차량의 크로스 멤버를 부식하면 바퀴축 이탈로 인한 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한 반면, 우리나라 자동차결함신고센터는 “일반적으로 자동차 부식은 안전상 결함이 있다고 보지 않으므로 특별한 조치가 필요 없다”는 내용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크로스 멤버 부식이 안전과 관계 없는 단순한 관리 문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주 입장에서는 부식으로 인해 바퀴축이 엇나가거나 차량 충돌 시 충격 흡수를 하지 못할 위험 등을 고려했을때 안전상의 위험 및 주행에 지장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 당국이 조금만 더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줬다면 현대차가 미국에서는 리콜을 한 사안을 국내에서는 모르쇠로 일관할 수만은 없지 않았을까.

작년 11월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현대기아차는 배출가스량 과다 문제로 북미 시장에서 차량 연비를 일제히 강등당하고 1,000억원 가량의 보상금을 지불한 반면, 국내 시장에선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는 말과 함께 무상수리에 그치는 태도를 보였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자국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이드라인을 확대 해석·적용했으나, 우리나라 국토교통부(당시 국토해양부)는 유해가스 과다유입 사실을 적발하고도 “검사 가이드라인을 지켰다”며 별 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 소비자 피해를 줄이는 열쇠는 자동차 리콜의 결정권을 갖고있는 국토부의 손에 쥐어졌다.

점점 커가는 수입차 시장으로 국내 소비자들이 등을 돌리기 전에 국토부와 관련 당국은 지금이라도 소비자 입장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규정을 적용하는 리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당국의 규제가 강력해지면 국내 자동차 업체들도 국내 소비자에게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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