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그치기보다 자신감 심어주고 심한 경우 음성언어치료 고려해야

[소비자고발신문 = 윤초롬 기자] 자녀가 영어를 잘 하기를 바라는 건 모든 부모의 바람일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1년 국무총리산하기관 육아정책연구소가 수도권 거주 초등 1, 2학년생 12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영어교육 실태 결과에 따르면 영어교육 시작 평균 연령은 3.7살이며 3~5세 사이에 영어교육을 시작한 비율이 전체의 92.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부모의 욕심으로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3~5세 시기에 이중언어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의 말더듬을 증폭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출처 = 피스토리)

그러나 부모의 욕심으로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3~5세 시기에 이중언어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아이의 말더듬을 증폭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3~4세 때의 이중언어 사용, 말더듬 증폭시킬 수 있어

말더듬이란 말할 때 시기와 리듬이 부적절한 패턴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유창성 장애로 첫 말을 반복하거나 말이 막혀서 다음 말로 진행이 안 되는 경우, 한 음을 길게 끌어서 다음 음으로 연결을 하는데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대게 심리적 요인과 언어 중추조절 이상이 원인으로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아이들의 경우 보통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3~4세 때에 말더듬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아직 언어조절능력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 때 무리한 조기영어교육으로 아이가 이중언어를 사용하면 언어조절능력에 혼란이 생겨 말더듬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언어전문가들이 4~6세 아이들 30여 명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이 한 가지 언어만 사용하는 아이보다 말더듬이 3배 정도 잦았고 외국어를 학습한 연령이 어릴 수록 말을 더듬는 횟수가 높았다.

이러한 말더듬은 두 가지 언어 모두에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두 가지 언어 중 상대적으로 못하는 언어를 사용할 때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영어를 쓸 때는 유창하게 말을 하지만 한국말을 할 때는 말을 더듬는 것이 그 예다.

무엇보다 상대적으로 못하는 언어를 사용할 때마다 말을 더듬는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심리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점차 자신감을 잃고 심한 경우 말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게 될 수도 있다.

음성언어치료전문 프라나이비인후과 안철민 원장은 “3~5세는 이제 막 말을 배우는 단계이므로 한 가지 언어도 완전하게 습득하지 못해 언어조절 능력이 낮은 상태”라 설명하며 “따라서 이 시기의 무리한 이중언어 사용은 오히려 두 언어 사이에서 아이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말더듬을 증폭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아이가 말더듬 증상을 보인다면?

물론 이중언어를 사용하는 모든 아이들이 말더듬 증상을 겪는 것은 아니다. 말더듬은 일종의 뇌신경 질환이자 심리적인 영향을 크게 받는 증상으로 말더듬 성향을 가진 아이가 이중언어를 사용하게 되면 말더듬 증상이 증폭되거나 악화될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말더듬 증상을 보일 때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말더듬 습관을 고친다는 이유로 다그치거나 혼을 내기 보다 조금 느리더라도 아이가 천천히, 마음 편하게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 또한 아이와 함께 소리 내책을 읽는 등 아이가 언어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 역시 중요하다.

말더듬 증상이 심하다면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언어치료사를 통한 음성언어치료를 고려해보는 것이 좋다.

음성언어치료는 ‘호흡 → 발성시작 → 읽기 → 독백 → 대화’ 순으로 진행된다. 증상에 따라 조금 더듬긴 하지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훈련을 하거나, 더듬더듬 하는 말을 천천히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보통 일주일에 1~2회씩 6개월 이상 꾸준히 훈련을 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안 원장은 “어릴 때의 말더듬이 장기화되면 성인까지 이어져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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