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기사는 주관적인 리뷰이며 일부 영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영화 <타짜>가 8년 만에 <타짜-신의손>이란 이름으로 추석시즌 극장가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역대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영화 중 최단 기간 200만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현재 관객수 300만을 돌파했다.

 

<과속스캔들>, <써니>로 충무로 최고 흥행감독 반열에 오른 강형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타짜1에서 각각 ‘아귀’와 ‘고광렬’로 열연한 김윤석과 유해진을 비롯해 최승현·신세경·곽도원·이하늬 등이 새롭게 출연했다. 처음 캐스팅 발표가 났을 때 일각에서는 실망과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밑장빼기 선수’ 조승우와 ‘이대 나온 여자’ 김혜수의 빈자리를 아이돌 배우 최승현과 아직 어린 신세경이 과연 채울 수 있을지, 마치 캐스팅 그 자체가 위험한 ‘도박’처럼 보이기도 했다.

또, <범죄의 재구성>, <도둑들>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타짜가 아닌 강형철 감독의 손에서 다시 태어난 타짜는 대체 어떤 느낌일지. 전작의 맛을 잘 살려냈을지, 아니면 전혀 다른 새로운 타짜를 만들었을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그리고 지난 9월 3일, 드디어 그 뚜껑이 개봉됐다.

▲ 주인공 '대길' 역의 최승현

타짜2는 삼촌 ‘고니(조승우 분)'를 닮아 어린 시절부터 남다른 손재주와 승부욕을 보이는 조카 ‘대길(최승현 분)'의 이야기다. 우연한 사건에 휘말려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게 된 대길은 서울 강남의 하우스에 입성한다.

그 곳에서 ‘꼬장(이경영 분)'에게 타짜로 발탁되면서 본인이 꿈꾸던 화려한 인생을 살게 된다. 하지만 노름판 위에 달콤함은 오래가지 못했다. 비열한 바닥에서 흔히 일어나는 배신과 암투, 속고 속이는 관계 속에서 순진한 대길은 다시 밑바닥으로 끝없이 추락한다. 돈도 잃고, 사랑도 잃고, 심지어 몸 안에 장기까지 하나 잃는다.

만화방에 은둔해 버려진 단무지를 훔쳐 먹으며 비참한 삶을 이어가던 대길은 첫사랑 허미나(신세경 분)의 도움으로 서울을 탈출한다. 그리고 우연히 삼촌 ‘고니’의 파트너였던 ‘고광렬’(유해진 분)을 만나 그의 제자가 되고, ‘악귀’(김윤석 분)와 짜릿한 한판 승부까지 벌인다.

타짜2는 전작과 비교하지 않으면 그 나름대로 재미있는 성인 오락영화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 제목이 같고, 주인공의 관계성이 이어지고, 몇몇 주요 인물이 겹치는데 완벽하게 선을 긋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타짜’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이상 전작과의 비교는 절대로 피할 수 없다. 타짜1은 8년이 지난 지금도 수작으로 회자 될 정도로 웰메이드 작품이다. 타짜2는 태생부터 잘난 첫째 형과 비교 당할 수 밖에 없는 둘째의 숙명이다.

영화 속의 시대 배경도, 영화가 만들어진 시기도 전작보다 훨씬 뒤인 타짜2는 어째서인지 작품의 세련미는 과거로 더 퇴보했다.

초반 ‘대길’의 성장과정과 강남하우스의 타짜로 변모해 가는 모습을 빠른 전개와 화려한 연출 기법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고니’의 현재와 과거의 교차편집을 바탕으로 '정마담(김혜수 분)'의 나른한 독백을 가미했던 전작의 묵직한 연출을 기대한다면, 한없이 가볍고 코믹한 타짜2의 분위기가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 있다.

▲ <타짜2>는 전작에 비해 쪼는 맛이 약하다

또, “쫄리면 뒈지시든지”, “나 이대 나온 여자야”, “손은 눈보다 빠르다” 등 재미있으면서도 감각적인 명대사가 많았던 전작에 비해 타짜2의 대사들은 전체적으로 촌스럽고 빈약한 구석이 많다.

특히 “남대문 열렸다. 인사 잘하신다”, “싫으면 시집 가”와 같은 시덥지 않은 농담들이 난무할 때는 잠시 스크린을 외면하고 싶어질 정도의 난감함이 엄습한다. 결정적으로 '우사장(이하늬 분)'의 팬티 속 캐릭터 CG를 보는 순간 타짜1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는 영화구나 완벽하게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자동차 추격씬에서 나미의 빙글빙글이 흘러나올 땐 초탈의 경지에 이른다.

147분의 러닝타임은 너무 길다. 속고 속이고, 반전의 반전이 이어지는 스토리가 계속 이어지는 흐름이다. 그 과정에서 대길의 복수의 방향이 계속 바뀌는데 그 감정선을 따라가기가 조금 지루한 면이 있다. 극이 끝으로 향할수록 무엇에 대한 복수인지, 누구를 향한 복수인지 의미가 퇴색한다. 한마디로 쪼는 맛이 약하다.

최종보스, ‘끝판왕’ 아귀와의 대결에서 전작의 결말을 그대로 답습한 부분은 가장 아쉬움이 크다. 물론 원작 만화에 충실한 내용이었다고는 하지만,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 하기 위해선 전작도 원작도 뛰어넘는 <타짜-신의손>만의 결정적 한 방이 필요한 타이밍이었다. 똑같은 수법에 또 다시 당하는 아귀의 캐릭터는 결국 그의 말대로 진짜 ‘빙다리 핫바지’가 돼버렸고, 캐릭터 가치마저 훼손 된 느낌이다.

▲ 대길(최승현)과 미나(신세경)

타짜1을 보지 않고 타짜2를 봤다면 훨씬 더 좋은 점수를 줄 수 있었을지 모른다. 조각같이 잘생긴 최승현의 비주얼은 무척 만족스러웠고, 신세경과 이하늬의 볼륨감 있는 몸매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유해진은 또 한번 제 몫 이상의 웃음을 이끌어내는 최고의 배우임을 입증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윤석, 최악의 악역을 소화한 곽도원 등 연기력 검증 된 배우들도 대거 등장한다.

화투와 노름판이라는 소재는 어떻게 요리해도 기대 이상의 맛을 낼 수 밖에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다. 스토리 안에 오락적 요소도 충분하다. 하지만 머릿속엔 이미 타짜1이 너무 강렬하게 자리잡고 있는 탓일까. 어쩐지 타짜2의 완성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쉽기만 하다.

타짜가 자극적이지만 장인의 깊은 맛이 우러나는 짬뽕이라면, 타짜2는 인스턴트 짬뽕맛 라면 같은 느낌. 깔끔하고 깊은 맛이 부족하다.

웰메이드 영화 <타짜1>, 킬링타임용 영화 <타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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