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제품 한국에서만 비싸기도…일본해 표기로 잡음 끊이지 않아

[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글로벌 가구 기업 ‘이케아(IKEA)’가 본격적인 국내 상륙 전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1943년 스웨덴 잉바르 캄프라드가 창업한 이케아는 저렴한 가격을 최대 무기로 내세움과 동시에 깔끔한 디자인과 실용성을 갖춰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글로벌 ‘공룡’ 기업이다. 이케아는 세계 최대 가구업체이며 전 세계 42개국에 345개의 매장이 들어서 있다.

2011년 12월 처음 이케아의 한국 진출 소식이 알려졌을 때 국내 소비자들은 “드디어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오다니 기쁘다”, “이제야 들어오다니 너무 늦은 것 아니냐”며 열렬한 환영의 뜻을 표하는 등 대체로 우호적 반응을 내비쳤다.

저렴한 이케아 가구를 국내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 가구기업의 공습이 콘크리트처럼 굳어버린 국내 가구업계의 경쟁을 유발해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구시장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심도 한 몫 했다.

실제로 7만8198㎡(약 2만3600평) 부지에 건축면적 2만5759㎡(약 7800평)의 초대형 매장인 광명 1호점을 시작으로 향후 다수의 대형 매장 출점을 계획 중인 이케아의 거침없는 행보에 국내 가구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케아 국내 첫 매장인 광명점 오픈을 한 달여 남겨둔 현재, 이케아에 대한 국내 여론은 급격히 냉랭해졌다. 일부 소비자들과 시민단체 사이에서는 이케아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소비자들이 이케아에 한순간에 등을 돌리게 된 첫 번째 원인은 바로 가격차별 때문이다. 개장 전 홈페이지에 미리 공개한 제품 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높게 책정된 것이 소비자들의 불만을 샀다.

▲ 이케아 TV장식장 8개 국가별 가격차이

한 예로 한국에서 약 45만 원에 판매되는 이케아 ‘베스토 부르스 TV 장식장’이 미국과 영국에서는 약 27만 원, 34만 원(25일 환율 기준)으로 우리나라보다  최대 1.6배 저렴하게 팔리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약 38만 원이면 구매할 수 있어 우리나라 보다 7만 원 정도 저렴하다.

이에 대해 다수들의 소비자들은 “이케아 마저 한국 소비자들을 호갱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신림동에 거주 중인 자취생 이민호 씨(25세, 가명)는 “TV 장식장을 사려고 이케아 홈페이지 구경하다 생각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깜짝 놀랐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호갱이라는 것이 외국 기업에 까지 소문이 난 모양”이라며 자조적인 반응까지 보였다.

그러나 일부 소비자 사이에서 이케아 제품이 모두 비싸게 책정 된 것은 아니라며 옹호하는 의견도 존재했다.

성북구에 사는 직장인 김민주 씨(30세, 가명)는 “국내 언론이 너무 이케아 죽이기를 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며 “논란 이후 직접 이케아 홈페이지를 통해 인기품목들을 비교해 보니 한국에서 파는 제품이 모두 비싼 것도 아니었고, 국내 가구업체들의 가격 보다는 대체로 싼 편”이라고 말했다.

▲ 이케아 10개 제품 한국과 미국의 가격 비교

실제로 한국과 미국 이케아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 된 가격을 비교해 본 결과, 일부 제품의 경우 미국 보다 한국에서 더 저렴하게 판매되는 것도 있었다. 임의 선정한 조사 대상 10개 품목 가운데 총 4개 제품이 미국 보다 한국의 가격이 낮다.

하지만 그 중 3개 제품의 가격이 10만 원 미만의 저렴한 라인에 속해 국내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시장에서는 대체로 저가 제품은 더 싸게, 고가 제품은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

논란이 된 것은 가격차별뿐만이 아니다. 가격차별 논란이 채 수그러들기도 전에 ‘일본해’ 표기 문제까지 터져 나왔다.

이케아 공식 홈페이지에 동해가 일본해로 표기된 사실과 그동안 이케아가 일본해로 표기된 대형 세계지도를 미국 등에서 장식용 벽걸이 상품으로 판매해왔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 논란이 되고 있는 동해 표기

이로 인해 안 그래도 가격차별 때문에 불쾌해하고 있던 국내 소비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코레일은 미리 예정돼 있던 이케아 서울역 팝업스토어 행사를 전면 취소 통보했다. 동해를 일본해라고 표기한 지도를 판매해 국민 정서에 위배되는 행동을 한 외국 기업의 행사를 공기업에서 연다는 것이 맞지 않다는 판단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이케아코리아는 19일 아직 개장 전인 광명시 매장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었다. 가격차별 논란과 관련해 이케아 측은 “전 세계 모든 제품은 동일하지만 나라마다 가격을 결정하는 원칙이 다르다”고 설명하며 “하지만 동일제품 나라별 가격차는 5~15% 정도”라고 밝혔다.

이케아코리아 리테일 매니저 안드레 슈미트는 “반대로 한국에서 더 저렴한 제품도 있다”며 “이케아는 국가별 상황에 맞춰 1년에 한 번 가격을 책정 한다”는 방침을 밝혀 별도의 가격 변경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일본해 표기 논란에 대해서는 “수정 여부를 논의 중”이라면서 “동해 표기 논란과 관련해 한국 소비자에게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품 안전성에 문제가 있을 때만 리콜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제품 리콜 여부에 대해서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케아 측의 입장 발표 이후 오히려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경기도의회 새정치민주연합 김영환 의원은 '동해를 일본해로 단독 표기하는 이케아 제품 불매 결의안'을 21일 대표발의 했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또한 이케아 압박에 발 벗고 나섰다. 공정위가 이케아에 대한 가격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이 이케아의 가격 정책 자체를 처벌할 수는 없겠지만 보이지 않는 압력을 가하겠다는 취지로 생각된다"며, "진출 전부터 논란에 휩싸인 이케아가 여론을 어떻게 반전시키느냐에 따라 한국시장 진출의 성패가 달렸다고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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