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업자 의심된다" 일방적 계약 파기 소비자 불만 폭주

 

 현대자동차가 일방적으로 자동차 판매 계약을 거부하는 사례가 본지에 잇따라 제보되고 있다.

수출업자들에게 차를 넘기는 것을 방지한다는 명분에서이지만 선량한 소비자들에 대한 횡포에 가까운 일방적 계약 거부는 회사 신뢰도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는 점에서 가볍게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지난 달 말 집계된 우리나라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총 1866만 1866대로 2.74명당 1대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올해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내수용 차는 현대 아반떼로 4만 4904대 되었으며, 수출용 차 역시 현대 액센트가 10만 7715대를 차지해 현대 차의 스테디셀러 위엄을 여실히 드러냈다.

◆계약거부도 억울한데 불법수출이라니..어이없어

그러나 이러한 현대차의 명성이 신차 구입 시 대리점 측의 일방적인 ‘계약 거부’ 로 소비자들의 불만 또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 거부의 이유 또한 ‘수출 차량으로 의심된다’ 는 것이어서 내 돈 주고 차량을 구매하러 갔던 소비자들은 불쾌한 기색을 감출 길이 없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박 모 씨와 인천 서구에 사는 유 모 씨는 최근 각각 ‘스타렉스’ 와 ‘싼타페’ 를 구매하러 갔다가 수출업자로 의심을 받고 계약을 거부당했다.

거부 이유는 황당하게도 ‘현금’ 으로 결제한다는 것과 구매 색상이 ‘검정’ 이라는 것, 수출차량의 스펙과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이미 수 차례의 차량 출고 번복으로 감정이 상한 이들은 “(수출차량의심으로 인한)계약 거부의 객관적인 증거를 대라“ 고 강력히 항의했지만 대리점 측은 “본사 지침이라 어쩔 수 없다” 는 말만 되풀이 할 뿐이었다.

“내 돈 주고 구입하겠다는 데 그거 자체가 의심스럽다는 거예요. 오히려 한 두 푼도 아닌 차를 구입하는데도 자기네 대리점에서 이런 대우 받지 말고 다른 대리점으로 가래요.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립니까?”

“왜 내가 계약 거부를 당해야 하는지 본사 지침이라는 것 좀 알려달라니까 본사 운영 팀에 문의하라 고객센터에 문의하라면서, 어쩌다 연결이 되면 담당자가 연락 줄거라고만 하지 아무도 해명 하지 않는 거예요”

한편 아래 관련기사에도 나와있듯이 지난 5월에도 유사한 사례가 접수돼 결국 현대차가 계약파기를 철회하고 차를 판매했었다.

◆ 수출차량인지 아닌지는 판매자가 판단한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업체 담당자와의 인터뷰결과 뜻밖의 사실을 알아냈다.

수출차량 의심으로 인한 계약 거부 는 전적으로 ‘판매 담당자의 판단’ 에 좌우된다는 것.

내수차량 수출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면서 본사의 대응이 강경해지고 있는 가운데 하청업체인 대리점은 고객에게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왔다.

“저희도 차를 팔면 수당이 생기는데 왜 안 팔고 싶겠습니까. 요즘 워낙 신차 수출이 많다 보니까 본사에서 완강하게 나와서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수출이 적발되면 해당 사원은 수당을 환수 당해야 하고, 그거에 대한 페널티도 물어야 돼요. 더 심하면 영업 정지도 당하고요.”

‘We are Ready 2012 캠페인’ 과 ‘고품격 고객응대 전문가’ 등 2012년 고객 우선을 위한 CS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현대차 본사의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다.

명실공히 국내 1위 기업이 내수용 차량 수출 방지를 위해 ‘의심 서비스’ 를 행하는 셈이다.

국산 차의 글로벌 이미지를 생각해 피해를 최소화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고객 만족을 높이는 기본 자세로 피해발생 후의 강경책 보다 객관적으로 지표화된 예방책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 수출의심사항 제도화 전까지는 부당한 의심에도 구제 방법 없어

한편 내수용 신차를 외국으로 빼돌리는 자들은 점조직으로 활동하며 철저한 계획 하에 움직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차량 한 대당 300~500만 원의 인센티브를 챙기며 대리점 접근 방법 및 판매자와의 응대법을 전문적으로 교육받고, 수사를 피하기 위해 거주지를 옮기는 등의 치밀함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불법수출차종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에게는 향후 수출의심 사항이 제도화 될 때까지 신분과 직업, 구매 경위 등 정확한 확인 절차로 인한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