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해설] 고법 "BMW 계기판 고장 곧바로 새차 교환 마당" 판결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차가 말썽을 일으킨다는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최근 이와 관련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사건 개요
 
지난 7월24일 서울고법 민사24부(부장판사 김상준)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오 모씨가 수입자동차 판매회사인 코오롱글로텍(현 코오롱 글로벌)과 제조회사인 BMW코리아를 상대로 낸 매매대금반환 등 청구소송에서 "피고들은 연대하여 원고에게 새로운 BMW차량을 인도하라"며 원고승소 판결(사건번호 2011나47796)을 내렸다.
 
원고인 오씨는 2010년 10월1일 BMW 520D 승용차를 6000여만원에 구입후 10월10일 차를 인도받아 운행한지 5일만인 10월15일 자동차 계기판의 속도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아 AS센터에서 점검받았다.
 
AS센터에서는 '계기판 자체에 기계적 고장이 발생해 계기판 전체를 교체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렸고 수입회사인 코오롱글로텍은 오씨에게 계기판을 교체할 것을 제의했으나 오씨는 새로운 자동차로 교환해 줄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코오롱글로텍은 "계기판 교체로 보수가 가능함에도 자동차 전체를 새 자동차로 교체해 달라는 것은 지나친 요구"라며 오씨의 요구를 거부함으로써 오씨는 새차 교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판결의 key point
 
판결 요점은 ‘구입 후 5일 만에 속도계기판이 망가진 BMW 차량을 신차로 교환해줘라’는 것으로 지난달 7일 당시 언론들은 계기판은 심각한 하자이므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다.
 
그러나 이사건 판결의 핵심은 ‘계기판 멈춤이 중대한 하자냐 아니냐’가 아니라 ‘하자 치유가 가능한데도 BMW와 수입사와 제조사가 신차로 교환해줘라‘는 데에 있다.
 
즉 중대한 하자라서 교환해주라는게 아니라 수리가 가능해도 법규정이 그러니 곧바로 교환해주라는게 판결의 핵심이다.
 
소비자 보호에 미흡했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그동안 소비자분쟁해결기준 규정에 의하면 차량인도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주행 및 안전도 등과 관련한 중대한 결함이 2회 이상 발생하였을 경우에나 교환 또는 환불이 가능했다.
 
또 구입후 1개월이 지난후에는 보증수리기간인 2년(또는 4만km주행이내) 이내 안전 및 주행에 관한 하자가 발생하더라도 동일 하자가 세 번 발생해 이를 수리한 후 4회째 동일하자가 발생하거나 또는 서면으로 수리 요청후 30일이상 수리기간이 지체돼야 교환이 가능한게 현실이었다.
 
예컨대 주행중 시동꺼짐이 발생해도 바로 교환은 안되고 시동꺼짐이 네번 고장나야 교환이 가능했다. 
 
이러다보니 운전자들 사이에선 “주행중 시동이 꺼지면 핸들과 브레이크가 말을 안듣게 돼 죽으란 얘기와 다름없는데 이같은 고장이 네 번나야 교환된다는 것은 죽을 고비를 네 번 넘기라는 것과 똑같은데 이게 말이 되느냐”면서 반발해 왔던 게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구입후 1개월 이내 중대하자가 두 번 발생해야 교환이 가능하다는 규정은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비판받아왔다.
 
처음에 중대한 수리를 요하는 고장이 발생했을 때 서비스센터에서 수리에 긴 시간을 지체함으로써 사실상 한 달 내에 두 번째 고장날 기회(?)를 주지 않거나 두 번의 고장 사유중 하나를 중대한 하자로 진단하지 않으면 그만이었기 때문이다. 
 
주의할 것은 중대한 하자가 4번 발생했더라도 동일하자가 아니고 여러부위 하자라면 그나마 교환대상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동안 자동차 하자에 관해서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업계 편의를 많이 봐줬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 판결에서는 신차의 경우 중대한 하자가 있으면 민법 규정에 의해서 바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당연한 법적 권리를 확인해줬다.
 
사실 소비자기본법 제9조에도 다른 법령에 근거한 별도의 분쟁해결기준이 제8조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소비자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그 분쟁해결기준을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돼있었지만 관행상으론 알게 모르게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피해해결에 우선적용이 돼왔었다.
 
차량 교환시 자동차사가 보게될 손해에 대한 재판부 시각
 
다만 이 판결에서는 ‘매도인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우려가 없다’라는 의미의 표현이 여러번 언급되고 있기 때문에 보증수리기간 이내라 할지라도 시간이 꽤 경과했거나 주행거리가 어느 정도 있는 자동차의 경우에는 매도인의 심각한 손해 판단을 수용해 다르게 판단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따라서 이 판결은 구입한지 얼마 안돼서 중대한 하자가 생겼을 때 그 의미가 극대화된다고 볼수 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재판부는 “매도인의 심각한 손해 우려에 관한 명문의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를 명문으로 입법화하기 전엔 판결시 이를 꼭 인용하거나 감안할 의무는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린 점을 감안하면 종합적으로 이 판결은 소비자 권리 보호에 진일보했다고 평가할수 있다.
 
결론 : 자동차 구입후 중대 하자 발생시 '매도인 담보책임'규정으로 교환 요구 가능
 
위에서 언급한 내용을 법적인 시각으로 정리하면 이 판결은 민법상 매도인의 하자 담보책임 규정이 공정위 고시에 불과해 법적 강제력이 없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보다 우선한다는 당연한 법적 원칙을 확인해줬다는 점이다.
 
그동안 새로 구입한 자동차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들에 대한 보호가 다른 공산품 구입 소비자에 비해 미흡한 점을 부인할수 없었는데 민법 조문을 충실히 적용하기만 해도 소비자의 권리를 보다 쉽게 강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재판부 판결문 요약
 
이날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속도계의 결함은 자동차의 운행에 직접적이면서도 중요한 지장을 초래하는 요인으로 이 결함은 중대한 하자"라면서 "원고가 결함이 없는 자동차를 새로 인도한 후 이 자동차를 반환받더라도 매도인이 추가적으로 입게 될 불이익이 공평의 원칙과 신의칙에 반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류물의 하자로 인한 매도인의 담보책임에 관한 민법 제581조 제1항, 제580조 제1항, 제575조 제1항의 각 규정(법조문 기사하단 게재)에 의하면, 종류물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은 특정된 목적물에 있는 하자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계약을 해제 할 수 있고,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수 있으면(자동차 운행이 가능하면)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되, 민법 제581조 제2항에 근거에 의해 이러한 계약 해제나 손해배상 청구 대신 하자 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고 밝혔다. 
 
즉 신차의 경우 자동차 주행이 불가능한 경우 계약 해제권, 자동차 주행이 불가능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권을 갖지만 이들 권리를 행사하는 대신 매수인은 완전물 급부(새차 교환) 청구권을 선택해서 행사할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이다.
 
아울러 유사사건 판단시 향후 중요한 기준이 될수 있는 매도인(즉 자동차 판매업자 및 제조업자)의 불이익 정도에 대해 재판부는 “매도인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게 입증된 경우에는 민법 대전제인 신의칙이나 권리남용금지의 일반 원칙으로 돌아가 완전물 급부청구권의 행사는 제한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예외는, 우리 현행 민법상 완전물 급부청구의 이행에 과다한 비용을 요한다고 하는 등의 명문 규정이 입법적 조치에 의하여 별도로 마련되지 않는 한 언제나 의문의 여지 없이 인정될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즉 매도인의 손해는 국회에서 입법화하기 전에는 너무 가혹하지 않는한 판결시 꼭 감안할 것은 아니라는 취지다. 이 취지가 대법원에서도 확정된다면 새로 구입한지 얼마 안돼 하자가 발생한후 수리와 다툼에 시간을 보내 어느 정도 긴 시간이 흘렀어도 새차 교환 요구가 보다 쉬워질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재판부는 또 “종류물 매매에 있어서 특정된 목적물로는 그 하자로 인해 특히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하여 아예 그 계약의 효력을 부정해 버릴 수도 있었을 것임에도, 이러한 극단적 선택을 유보하고 그 대신 계약의 유효성을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하여 자신의 대금지급의무는 이를 이행하면서 아울러 상대방에 대하여 하자 없는 완전물의 대체이행을 해 줄것을 선택한 경우라면 이러한 매수인의 권리행사는 매도인의 불완전이행에 대한 구제수단으로서는 비교적 온건한 방식을 택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오씨가 새차 교환을 요구한 것은 무리한게 아니라 계약해제를 할수 있음에도 하지 않고 온건한 선택을 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결함은 속도계의 속도 표시 바늘이 정지 상태인 0㎞에 계속 머물러서 자동차의 속도를 전혀 표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일반적, 객관적으로 보아 속도계가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아니한 경우”라면서 “이 사건에서 만약 원고가 이 사건 결함을 미리 알았다면 원고는 이를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란 점을 고려하면 자동차에 발견된 하자는 중대하다고 볼 것"이라고 판단했다.
 
덧붙여 재판부는 품질보증서를 제공한 BMW코리아도 "코오롱 글로텍이 부담하는 책임의 이행을 보증하는 계약이 체결됐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연대해서 신차를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BMW코리아에 대해서는 "보증서의 보증범위에 따르면 이 사건의 결함은 '계기판의 교체사유'이며 '새로운 자동차를 교환할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BMW코리아에 대한 원고의 주장은 인정하지 않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한편 피고측은 이 판결에 불복, 지난 8월9일 대법원에 상고해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감수 = 본지 음장복 고문 변호사>
 
#참고1) 민법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관련조항
 
제581조 (종류매매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① 매매의 목적물을 종류로 지정한 경우에도 그 후 특정된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전조(580조)의 규정을 준용한다.
②전항의 경우에 매수인은 계약의 해제 또는 손해배상의 청구를 하지 아니하고 하자없는 물건을 청구할 수 있다.
  
제580조 (매도인의 하자담보책임) ① 매매의 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때에는 제575조제1항의 규정을 준용한다. 그러나 매수인이 하자있는 것을 알았거나 과실로 인하여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제575조 (제한물권있는 경우와 매도인의 담보책임) ① 매매의 목적물이 지상권, 지역권, 전세권, 질권 또는 유치권의 목적이 된 경우에 매수인이 이를 알지 못한 때에는 이로 인하여 계약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 한하여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기타의 경우에는 손해배상만을 청구할 수 있다.
 
제582조 (전2조의 권리행사기간) 전2조(580~581조)에 의한 권리는 매수인이 그 사실을 안 날로부터 6월내에 행사하여야 한다.
 
#참고2) 종류매매란

종류물이란 특정물의 반대말로서 불특정물과 같은 말이며 대체성 여부에 따라 판단되는 용어로 예컨대 A라는 사람이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집을 B에게 매도한다고 하면 그 매매의 목적물은 'A거주 주택'으로 특정이 되었으므로 이는 특정물매매가 된다.

그러나 A란 사람이 B에게 스마트폰을 팔기로 했다면 이는 불특정물매매 또는 종류물매매가 돼 같은 제품이라면 어떤 것을 제공해도 상관없다.

주택의 경우 불이나 없어졌다면 계약이행 자체가 불가능하게 되지만 같은 종류의 스마트폰은 무수히 많으므로 해당 스마트폰이 잘못되더라도 다른 스마트폰으로 이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 특정물인지 종류물인지 여부의 판단기준은 1차적으로 당사자들의 주관적 의사에 따르는데 예컨대 스마트폰이라 할지라도 대리점에서 본 해당 스마트폰으로 구입할 것을 계약했다면 특정물이 된다.

이 판결에서도 자동차는 고가이긴 하지만 종류물로 보아 민법 581조가 적용돼 새차 교환요구가 성립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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