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상황 불구 취소수수료 면제 극히 제한적…세부기준 마련 시급

[컨슈머치 = 김수아 기자] 일본 규슈지역에 강진이 잇따라 발생하고 여진도 열흘 가까이 수백 차례 이어지면서 이 지역 여행계획을 세웠던 소비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행을 계획대로 가자니 언제 자신에게도 불행이 닥칠지 두려울뿐만 아니라 현지의 비상 상황에서 여행을 한다는 것이 도의에 맞는지 의심스럽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행계약을 해지하자니 위약금이 만만치 않아 소비자들은 갈팡질팡할 수 밖에 없다.

지진같은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엔 공정거래위원회 고시 여행업표준약관(국외여행 표준약관)에 따라 취소수수료 없이 여행상품이나 항공기 이용계약을 취소할수 있다.

여행업표준약관 제15조 2항 2호 가목에는 '제13조 제2호의 사유가 있는 경우 즉 천재지변, 전란, 정부의 명령, 운송·숙박기관 등의 파업·휴업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에는 상대방에게 제1항의 손해배상액(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지 아니하고 이 여행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천재지변이 발생한 당일에는 취소수수료없이 100% 환불이 가능하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취소할수 있는 기간과 지역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규슈지역 지진의 경우 각 여행사들과 항공사들은 이달 말까지에 한해 구마모토는 물론 이지역에서 100여km 떨어진 후쿠오카 지역의 경우에도 취소수수료 없이 환불해주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엔 다음달 1일 이후의 경우엔 평소와 다름없이 환불 시 취소수수료를 물리고 있다(본지 4월18일자 '日 규슈 여진…여행상품·항공권 100% 환불되나' 제하 기사 참조).

소비자들은 여기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에 거주하는 김 모씨(43)는 "다음달 초 후쿠오카 여행계획이 잡혀있지만 지금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가 여행을 가려고 하겠느냐"면서 "그런데도 항공사 측에 환불을 요구했더니 특가상품이어서 유류할증료와 유류세 외에는 환불이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김 씨는 "무엇보다 여진이 언제 끝날지 지켜보다가 날짜만 흘러가면서 이것도 저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 누군들 앉아서 기다리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씨는 "설사 여진이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지역 주민 10만여명 중 상당수가 후쿠오카로 대피하는 등 어수선한 재난 상황에서 한가롭게 여행하는게 말이 되느냐"면서 "천재지변이 발생할 경우엔 반경 수백km 지역까진 적어도 수개월 기간내 여행계획자의 경우엔 취소 수수료없이 환불해줘야 하는게 당연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여행사나 항공업계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천재지변과 상관없는 시기까지 광범위하게 환불수수료를 물리지 않고 환불해준다면 업체로선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고 이는 생존문제로까지 직결되기 때문에 극히 제한적인 범위내에서만 취소수수료 없이 환불해주는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ANA, JAL, 소시도에어, 스카이마쿠 등 대부분의 일본 항공사들은 구마모토공항 이착륙 비행기에 대해서는 다음달 8일까지 환불 수수료 없이 취소해줌은 물론 일정 변경과정에서 금액이 오르게 되더라도 추가 부담없이 일정을 바꿔주고 있다. 단지 피치항공만이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들 항공사는 일본 국내선의 특성 상 휴가 보다는 비즈니스 등 필수 목적의 일정이어서 웬만하면 그대로 이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다음달 8일까지 넉넉하게 수수료 없이 환불 또는 일정 변경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공정위 한 관계자는 "명문화된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일정 기준을 업체에 강요할 수 없다"면서 "지역, 기간 등 보상 범위는 업체 자율에 맡겨야 하며 이는 소비자와 합의가 돼야 할 부분"이라고 답했다.

저작권자 © 컨슈머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