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동양생명의 육류담보대출 피해 사태가 수면으로 드러난 지 3주 가량이 흘렀지만 이번 사건이 어떤 식으로 수습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고금리 욕심이 부른 재앙?

동양생명이 위험성이 높은 육류담보대출을 대규모로 취급했다가 3000억 가량의 손실을 입을 위기에 직면했다.

동양생명은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장이 마감된 뒤 공시를 통해 육류담보대출에 문제가 생겼음을 밝혔다.

당시 동양생명 관계자는 “회사 전체 육류담보대출 규모는 3800억대며 이 중 일부에서 손실 가능성이 있다”며 “자체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동양생명은 한 육류 유통회사의 대출금 연체액이 급속히 불어나자 경위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담보물을 두고 여러 금융사가 대출을 해준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한 마디로 하나의 물건을 두고 중복 담보가 이뤄진 셈이다.

육류담보대출은 수입 육류를 담보로 이뤄지는 동산대출로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의 특성 때문에 등기의무가 없어 위험도가 높은 편이지만 연 8% 이상이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2금융권에서 많이 취급하는 상품이다.

언뜻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 육류담보대출에 대해 동양생명은 2007년부터 지난 10년간 보험업계에서는 유일하게 꾸준히취급해왔다. 제2금융권 10여 곳과 함께 엮인 이번 사건에 대한 최대 피해자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동양생명이 급속도로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고금리 욕심을 부리다 부주의하게 화를 입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다른 한편에서는 동양생명이 연체 사실을 인지하고도 일부러 늑장 공시를 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의 현장 조사와 동양생명의 공시 발표에 하루 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동양생명 관계자는 "-"라고 말했다. 

▶단독 대응 추진에 제2금융과 ‘갈등’

이번 대출사기에 동양생명 외에 10여 개 금융사들이 연루돼 수백억 원씩의 연체를 겪으며 전체 피해규모가 6,000억 원대에 달한다.

이러한 가운데 동양생명이 중복 대출이 실행된 담보물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며 단독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다른 피해업체들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향후 문제 해결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저축은행 및 캐피탈, 새마을금고 등 제2 금융권 피해자들은 채권단을 구성해 공동대응을 구상하고 있는 반면 동양생명은 독자 노선을 선포하고 김앤장 법률사무소에 따로 해당 사건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생명의 이러한 독자 행보 배경에는 피해 업체 중 대출 규모가 가장 크다는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양생명의 연체금액은 2,837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 누계 세전이익 2,369억 원을 초과하며, 자본의 12.4%에 해당한다.

앞서 지난 4일 구한서 동양생명 사장은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체적으로 파악한 결과 우리가 최초로 담보설정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 사장은 이어 "담보물이 우리 물건이 확실한 상황에서 다른 금융기관과 공동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단독으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확실히 밝혔다.

이처럼 동양생명은 담보물의 선순위 채권자임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중복 담보로 엮인 신한캐피탈, 조은저축은행, 포스코대우, 한국캐피탈, 한화저축은행, 화인파트너스, 효성캐피탈, CJ프레시안, HK저축은행 등 다른 피해 금융사들은 물건회수에 차질이 빚어질까 염려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업체들의 1년 수익 모두 날아갈 수 있는 상황인데 동양생명이 단독 대응하면 물건회수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며 “또한 육류담보대출은 양도담보대출에 해당해 동일한 담보에 대해 중복 대출이 이뤄지면 선순위 채권 개념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현장 조사를 통해 담보확인증이 제대로 된 것인지 대출금 연체가 생긴 이유 등을 점검하고 있으며, 동양생명이 중개업체와 육류업자•창고업자 등을 검찰에 고소함에 따라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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