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조물책임 제도] 정상적 경로 구입땐 제조자 책임
미국의 제조물 책임은 엄격책임(Strict Liability)주의다.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제조물에 결함이 있어 사람의 신체나 재산상의 피해가 발생한 경우 이유야 어떻든 무조건 제조사가 책임을 지고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제도다.
예컨대 드릴작업 도중 부품이 튀어나와 제3자를 다치게 했어도 제조사는 3자의 부상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으로 제조사의 입장으로 봐선 상당히 억울하다고 느낄 정도로 미국은 철저히 소비자를 보호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엄연히 불문법 국가로 판례에 의해 사실상 법이 형성되고 있는 국가다. 최근에는 성문법이 많이 제정됐지만 미국이란 나라의 기본속성은 판례법 국가로 판례에 의해서 법이 형성되고 있는데 엄격책임을 인정한 역사적 판례가 1963년도에 있었다.
◆ 1963년 캘리포니아주, 제조물 책임 인정 역사적 판결
소비자보호의 이정표가 된 미국의 엄격책임원칙이 확립된 것은 1963년 캘리포니아주 최고재판소가 내린 '그린맨 유바전동공구사'(Greenman v. Yuba Power Products, Inc.)에 관한 판결이다.
이 사건은 원고 그린맨이 톱, 송곳(drill), 목재선반(wood lathe) 등의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다목적 전동공구인 숍스미스(Shopsmith)를 제조한 유바(Yuba)사와 소매상(retailer) 에 대하여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다.
원고는 숍스미스가 전시된 한 상점에서 유바에 의하여 작성된 제품설명서를 검토하고 소매상이 시험 운전해 보이는 것을 지켜 본 다음 이를 구입했다.
1957년 원고는 목재선반용으로 사용하기 위하여 필요한 부속품을 산 후 어려움없이 몇 번 나무조각을 작업한 후 갑자기 나무조각이 기계로부터 튕겨져나와 이마를 강타함으로써 큰 부상을 당했다.
약 10개월 보름 뒤에 원고는 소매상과 제조사에 대하여 보증위반사실을 문서로 통지하고 보증위반 및 과실을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기계의 부품을 고정시키는 나사못이 부적합하다는 증거를 제출하였다.
캘리포니아州 최고재판소는 소매상에 대하여는 묵시적보증(implied warranties)위반 만을, 제조사에 대해서는 과실과 명시적보증(express warranties)위반을 인정하여 배심원에 제출하였다.
배심원은 소매상에게는 책임이 없는 것으로, 제조사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여 6만5,000달러(한화 7,200여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도록 평결하였다.<59 Cal. 2d 57, 377 P.2d 897, 27 Cal. Rptr. 697(1962)>. 물가상승률을 감안할때 당시 7,200여만원이면 현재가치로 수억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금액이다.
참고로 미국은 손해배상책임의 유무 및 배상액을 지역주민중에서 선택한 배심원이 판단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피해자에게 동정적이며 피해자에게 유리한 평결이 내려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 제조업자 과실없어도 제소 가능 소비자보호 큰 진전
유바사는 당시 원고가 보증위반사실을 통지할때 10개월 보름동안 지체함으로써 통일매매법(Uniform Sales Act)에 의하여 보증책임청구 기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레이노(J.Traynor)판사는 "제조업자가 그의 제품이 점검되지 않고 사용되는 것을 알면서 시장에 유통시켰고 신체에 상해를 줄 수 있는 결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입증된 때에는 불법행위법상의 엄격책임을 진다"고 판결했다.
이 판결의 역사적 중요성은 결함이 있는 제조물로 인한 피해의 경우 계약법(한국의 민법에 해당)상의 보증제도가 아닌 불법행위법상의 엄격책임이 적용된다고 못박은 과감성에 있다.
즉 피해자가 계약법상 보증에 의해서 자신이 보호받음을 주장할 필요도 없이 결함이 있는 제조물로 인한 피해일 경우 그 제조자가 무조건 책임이 있는것으로 간주된다는 뜻이다.
이 판결을 기점으로 소비자들은 제조업자의 과실의 유무에 상관없이 제조업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되어 결함제품사고시 피해자 보호에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게 되었다.
◆ 일반인 예견 가능한 위험, 경고까지 했을 경우엔 제조사 면책
1965년에는 엄격책임 법리가 제2차 불법행위법 리스테이트먼트 제402조 A에 규정됐으며 이후 이 법리는 다른 주법원과 연방법원에 의해 급속도로 광범위하게 채택됐다.
402조 A 규정의 특이점은 1963년 판결과는 달리 제품이 부당하게 위험하다는 것을 피해자가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부당한 위험이란 '제품의 사용이 통상적인 목적에 적절하지 않을 경우 결함이 있는 것으로 제품의 특징에 대한 지역사회에서의 통상적인 지식을 지닌 사용자나 소비자가 예견할 수 없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경우"라고 규정했다.
예컨대 식칼의 경우 잘못 사용시 손을 벨수도 있지만 이는 소비자가 예견할수 있는 위험인데다 칼 제조업체가 충분히 경고까지 했다면 식칼로 인해 아무리 크게 다치더라도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제품이 부당한 위험을 요구하는 이유는 필연적으로 위험한(unreasonably dangerous) 제품(총 칼 자동차 등)의 경우 제조업자의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엄격책임은 제조물 책임을 묻는 법률적 바탕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의도적 불법행위(intentional torts), 과실, 엄격책임, 그리고 상품을 구입하면 따라오는 워런티 역시도 제조물 책임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피해자인 소비자는 제조물 책임을 증명하려 할 때, 첫째 제조물에 결함(Defect)이 있으며 둘째 그 결함이 제조사의 손을 떠날때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Existence of the defect when the product left defendant’s control)을 반드시 보여야 한다.
결함의 종류에는 한국의 제조물책임법 2조의 내용과 유사한데 1.제조상 결함 (Manufacturing defect ) 2. 디자인 결함 (Design defect) 3. 부적절한 경고문구 (Inadequate warnings) 등이 있다.
◆ 정상적인 매장서 구입 확인땐 무조건 제조사 책임
특기할 만한 것은 제조물 결함이 제조사의 손을 떠날때 이미 존재하고 있었음을 보이기 위해서 피해자는 단지 그 제조물이 보통의 정상적인 유통과정을 거쳤음을 (Ordinary Channels of Distribution) 보이기만 하면 된다.
즉 정상적인 매장에서 사기만 했다면 제조물의 결함은 무조건 제조사의 책임인 것이다.
이 법리는 당사자인 소비자외에도 제3자인 피해자에게도 적용된다. 예컨대 달리던 시내버스의 타이어가 결함으로 터져 승객과 길가던 사람이 파편에 맞아 다쳤다면 타이어 제조사는 승객은 물론 행인의 신체상의 손해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참조 : 미국 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 홈페이지, 미국변호사 류변의 미국법 이야기 블로그 등>
※ 참고)
국내 '제조물 책임법' 내 '제조물 책임' 규정
제3조 (제조물책임) ① 제조업자는 제조물의 결함으로 인하여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손해(당해 제조물에 대해서만 발생한 손해를 제외한다)를 입은 자에게 그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②제조물의 제조업자를 알 수 없는 경우 제조물을 영리목적으로 판매·대여 등의 방법에 의하여 공급한 자는 제조물의 제조업자 또는 제조물을 자신에게 공급한 자를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기간내에 그 제조업자 또는 공급한 자를 피해자 또는 그 법정대리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손해를 배상하여야 한다.
제4조 (면책사유) ① 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사실을 입증한 경우에는 이 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면한다.
1.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하지 아니한 사실
2.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한 때의 과학·기술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1.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하지 아니한 사실
2.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한 때의 과학·기술수준으로는 결함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 사실
3. 제조물의 결함이 제조업자가 당해 제조물을 공급할 당시의 법령이 정하는 기준을 준수함으로써 발생한 사실
4. 원재료 또는 부품의 경우에는 당해 원재료 또는 부품을 사용한 제조물 제조업자의 설계 또는 제작에 관한 지시로 인하여 결함이 발생하였다는 사실
②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제조물을 공급한 후에 당해 제조물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결함에 의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1항제2호 내지 제4호의 규정에 의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4. 원재료 또는 부품의 경우에는 당해 원재료 또는 부품을 사용한 제조물 제조업자의 설계 또는 제작에 관한 지시로 인하여 결함이 발생하였다는 사실
②제3조의 규정에 의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자가 제조물을 공급한 후에 당해 제조물에 결함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거나 알 수 있었음에도 그 결함에 의한 손해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1항제2호 내지 제4호의 규정에 의한 면책을 주장할 수 없다.
범영수 기자
bys@iknews.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