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흔히 보험을 우산에 비유한다. 

맑은 날에는 필요 없지만, 비 오는 날을 대비해 미리 우산을 준비하듯 우리는 미래의 위험을 대비해 보험에 가입한다. 사는 동안 맑은 날이 훨씬 많지만 그렇다고 비 오는 날이 아예 없을 수 없다는 것도 알기에 누구나 보험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가입자는 알 수 없는 미래를 대비해 기꺼이 먼저 우산 값을 지불하는 것이고, 보험사는 가입자로부터 받은 돈으로 더욱 튼튼한 우산을 만들어 비바람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안전막 역할을 하게 된다. 그렇게 장기적으로 보험사와 가입자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공생해 나간다는 개념이다.

하지만 ‘보험’을 둘러싼 현실은 그렇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일부 가입자들의 과잉진료로 보험사들의 손해율이 높아지기도 하고, 보험사들은 어떻게든 보험금을 덜 주기 위해 약관을 비틀거나 소송을 남발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서로간 신뢰를 저버리는 일종의 ‘모럴해저드’가 판을 치는 것이다.   

지난 2015년 생보사들이 주기로 약속했던 이자를 저금리 이유로 지급을 거부해 물의를 일으킨 일이 ‘자살보험금 논란’ 이후 또 다른 화두로 떠올랐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IMF 이후 고금리 시절 생명보험사들은 목돈을 잡아둘 목적으로 고액보험금을 수령하는 계약자에게 일시금으로 받지 않고 보험사에 예치하면 이자를 더 얻어주겠다고 약속했다.

정확히 ‘예정이율 + 1%’로 부리(附利)해 주겠다는 조항을 약관에 삽입하고 적극적으로 보험금을 예치시킨 것인데 당시 보험상품의 예정이율이 7.5%, 여기에 추가로 주는 1%를 더하면 시중이율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 때문에 보험금을 찾아가지 않고 그대로 예치해 두는 소비자가 제법 많았다.

금리가 높았던 당시에는 문제가 될 것이 없었으나 초저금시대를 맞이하게 되면서 보험사들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금리가 점점 하락하더니 어느 새 1%대 초저금리 사회로 진입하게 되면서 보험사들 입장에서 역마진이 크게 발생한 것.

이에 이자 감당이 어려워진 생보사들은 말을 바꾸기 시작한다. 보험 약관에 언제까지 그 금리를 준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을 이용해 보험금청구권 소멸시효와 내부규정 변경 등을 핑계로 슬그머니 소비자들에게 줄 이자지급을 중지해 버린 것이다.

결국 보험금을 3년 이내에 청구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게 되는 보험금청구권 내용에 따라 3년치 이자만 지급하겠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가입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하기 그지없다.

당시 보험금을 청구했고 보험금이 지급 된 뒤 해당 금액을 그대로 예치시켜 놓은 것일 뿐 뒤늦게 보험금을 청구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예치한 원금에 대한 이자 역시 자동적으로 부리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당장의 이자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소비자와 약속한 말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보험사는 영원히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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