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슈머치 = 김은주 기자] 오너들의 일탈 행위로 인해 기업의 가치와 평판이 크게 떨어지고 심하게는 존폐 위기까지 겪게 되는 것을 흔히 ‘오너리스크’라고 한다. 

오너는 내부적으로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는 결정권자이자 대외적으로는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로서, 이러한 오너의 판단이나 행동의 실수는 그만큼 기업에 큰 타격을 남긴다.

운전기사를 자신의 노예처럼 부리고 폭언과 폭행을 일삼던 ‘어느 제약회사 회장님’, 그리고 회사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호텔로 데려가려 했던 ‘어느 치킨업체 회장님’,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회사 소유 호텔 신축 공사비로 지출한 ‘어느 항공사 회장님’의 이러한 부적절한 행동 폭로된 뒤 사회적 공분을 일으키고 회사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먹칠을 하게 되는 것이 그 예다.

세습된 부와 자신의 재력을 무소불위 권력으로 착각하는 비틀어진 욕구의 발현, 혹은 회사를 자신의 개인 소유물이라고 착각하는 천박한 자본주의 행태라고 볼 수 있다.

초코파이로 유명한 제과업체 오리온 역시 오랜 기간 이러한 ‘오너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다.

횡령 및 탈세 등 혐의로 고소·고발 당한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게 되면서 한숨 돌릴 사이도 없이, 그의 부인인 이화경 부회장의 횡령 혐의가 도마에 올랐다. 이화경 부회장은 동양그룹 창업주 고(故) 이양구 회장의 둘째 딸이기도 하다.

이 부 회장은 회삿돈으로 구입한 4억2,000여만 원어치 물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그 내용을 들여다 보면 더욱 가관이다.

이 부회장은 몇 해 전 경기 회사 연수원에 있던 오리온 소유의 미술품을 자택을 가져갔다. 원래 진품이 있던 자리에는 900만 원짜리 모조품을 감쪽같이 걸어뒀다. 해당 작품은 마리아 퍼게이의 ‘트리플 티어 플랫 서페이스 테이블’로 시가 2억5,000만 원에 달하는 명작이다.

또한 계열사 쇼박스로부터 임차해 본사 건물 부회장실에 보관하던 시가 1억7,400만 원짜리 장 뒤비페의 ‘무제’라는 작품을 직원에게 지시해 자택으로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애초 미술품 횡령한 혐의로 고발된 사람은 이 부회장의 남편인 담철곤 회장이었지만 최근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남편 대신 아내의 범행 사실이 확인 된 거다.

사측은 관리 소홀의 문제는 인정하면서도 이 부회장이 100억 원대 개인 소유의 미술품을 회사 로비 등에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횡령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단순히 실수라고 보기엔 원래 있던 자리에 모조품은 걸어둔 행위도 불순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기에도 그 이면에는 ‘훔친다’는 개념보다는 회사가 본인 개인의 소유라는 '착각’이 자리잡고 있었던 걸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예컨대 회사 사무실에서 집으로 그림을 가져가는 것이 자신의 집 거실에서 안방으로 위치를 조금 수정하는 정도의 일이라고 치부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회사가 내 것이니, 회사 돈도 내 것, 회사가 산 물품 내 것이라는 심리. 그래서 자신의 맘대로 회사에서 집으로 가져가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이라고 본거다.

그런데 만약 그렇다면 몰래 훔치려 한 의도가 있을 때보다 오히려 더 큰 문제일지 모른다. 총수일가가 도덕적 해이에 빠진 채 문제의식도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의 심중에 있던 의도가 무엇이든지, 회사 소유한 거액의 물품을 계약이나 정당한 대가 없이 자택으로 가져갔으니 결과적으로는 훔친 것이 됐으며 법의 심판을 기다리게 됐다.

분명한 것은 기업이 개인의 것은 아니라는 것. 

이번 사건의 낱낱이 조사돼 만약 사실로 들어날 경우 엄중히 처리돼 다른 업체 오너들에게도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본보기가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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